모바일 게임 엔진 경쟁이 본격적으로 불붙고 있다.
콘솔 및 PC 게임 엔진으로 유명한 업체들이 최근 잇따라 모바일 엔진 시장에 뛰어들며 향후 치열한 전쟁이 예상된다. 유니티와 에픽게임즈 등 모바일 게임 엔진 시장에 먼저 진출한 업체들에 이어 최근에는 트리니지가 개발자의 기본 언어인 ‘C++’ 기반의 모바일게임 엔진을 내놓기로 해 시장의 경쟁에 불을 붙였다. 여기에 크라이텍도 iOS 버전의 <블루마스> 스크린샷을 공개하며 모바일 버전에 대해 암시했다.
■ 모바일 게임 엔진 시장 도래의 배경
상용화한 게임 엔진을 사서 쓰는 게 흔해진 온라인게임 개발과 달리 모바일 게임은 개별 업체가 자체 엔진을 활용했던 게 일반적이었다. 낮은 사양과 작은 화면의 피처폰 영역에서는 굳이 고화질의 퍼포먼스를 위한 별도의 게임 엔진이 필요 없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과 피처폰 시장의 하락세는 모바일 게임 엔진에 대한 수요에 불을 당겼다.
스마트폰의 인기와 함께, 위피(WIPI) 기반의 국내 모바일 게임의 매출은 이미 지난해부터 급속히 떨어졌다. 따라서 국내 모바일 게임 개발사들은 ‘생존’을 위해 iOS나 Android 기반으로 주력을 옮기는 중이다. 위피 기반의 게임을 iOS나 Android로 컨버전해 출시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존 클라이언트 기반 온라인게임 시장의 비용 및 경쟁 심화는 기존 게임 시장 진입의 문턱을 한껏 높여놨다.
이에 따라 신생 개발사는 물론 상당수 기존 개발사들도 웹과 스마트 기기용 게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실정. 특히 접근성이 뛰어난 브라우저 기반 게임의 급속한 성장과, WiFi 확대 등에 따른 ‘유비쿼터스 환경’의 진화는 다양한 플랫폼에서 적용 가능한 엔진에 대한 수요를 늘어나게 했다.
■ 고 사양 스마트 폰 게임 엔진 시장 활성화
이런 환경 변화와 더불어 지난 2년간 특수를 누렸던 주인공은 유니티 엔진이다.
‘C#’과 ‘자바스크립트’ 중심의 가벼운 엔진을 지향하는 유니티 엔진은 PC 웹과 iOS 및 안드로이드 계열을 지원해 여러 기종 간 변환(컨버전)이 쉽다는 장점을 내세워 왔다. 원래 모바일 게임 엔진용으로 개발돼 확장된 덕분이다. <거상> <군주> 등으로 유명한 김태곤 PD가 개발하는 웹게임 <삼국지를 품다>도 유니티 엔진을 사용했는데, 아이패드 용으로도 발매될 예정이다. 다만, 모바일 엔진으로 출발한 탓에, 게임 규모가 커지거나 고퀄리티를 요구할 때 개발의 제약이 따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규모와 퀄리티에 대한 아쉬움을 파고 든 것은 에픽게임즈다. 지난해 말 에픽게임즈가 ‘언리얼 엔진3’의 모바일 버전을 내놓으며 고사양 모바일 엔진 시장의 문을 열었다. iOS 버전으로 발매돼 모바일 엔진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린 <인피티니 블레이드>는 출시 6개월 누적 매출액 1,000만 달러(약 110억 원)을 기록했다.
언리얼 iOS 버전은 넥슨 모바일의 신작에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언리얼을 다뤄본 개발자에게는 매력이 있다. 컨버팅 자체도 언리얼 에디터를 통해 간단히 지원한다.
다만, PC 및 Xbox360 버전으로 개발된 게임을 iOS버전으로 컨버전 하기 위해서는 터치 방식입력, 하드웨어(아이폰, 아이패드)의 메모리 처리 등 많은 수정을 고려해야 한다. 즉, 고퀄리티를 지향하는 만큼 하드웨어 성능이 떨어지는 모바일 플랫폼에서는 그 수준에 맞도록 퀄리티를 조절해야 한다.
언리얼엔진 3는 지난 1월 개최한 언리얼 서밋을 기점으로 상용버전(프로젝트별 라이선스)에서는 iOS와 안드로이드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PS VITA 역시 플랫폼 개발과 동시에 지원을 발표한바 있다.
다만 UDK에서는 애플의 iOS 기반의 하드웨어만 지원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안드로이드 지원은 테스트 버전은 등장했지만, 안드로이드 기반의 하드웨어 플랫폼의 규격 통일 문제로 출시되지 않았다. <인피니티 블레이드>가 안드로이드로 출시되지 않은 이유이다.
다 기종 간 컨버전에 대한 아쉬움을 공략한 것은 트리니지다.
‘비전 엔진’으로 유명한 트리니지는 ‘C++’ 기반의 플랫폼 간 호환성을 부각한 모바일 게임 엔진을 7월 발표할 예정이다. 중간 사양의 모바일 엔진을 표방하는데, 온라인게임 개발자들의 기본 언어인 C++로 프로그램을 짤 수 있다는 점에서 개발자들에게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같은 회사의 다른 모든 플랫폼 엔진들과 100% 호환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즉, 다양한 모바일 기기와 웹브라우저 게임은 물론 콘솔, PC(클라이언트와 웹), NGP용 게임들에서 모두 변환이 가능하다는 것. 이는 유비쿼터스 환경과 함께 향후 더욱 커질 다 기종 활용 유저층을 공략하는데 매우 효율적인 개발 플랫폼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한국과 중국 등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트리니지는 다음 달(7월) 5일 비전 엔진의 메인 개발자이자 회사의 공동창업자인 댁 폼홀드(Dag Formmhold)가 서울에 와 모바일 게임 엔진 론칭 행사를 겸한 일반 개발자 대상의 오픈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 모바일 게임 시장의 혁명은?
2011년, 스마트 폰 보급률이 20%, 1,0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스마트폰 용 모바일 게임 시장 역시 그만큼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해외 시장까지 생각하면 그 규모는 훨씬 커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유명 모바일 개발사들은 발 빠르게 모바일 게임 엔진을 활용한 게임 개발에 힘쓰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 온라인게임 개발사들 역시 스마트 기기를 플랫폼으로 한 게임을 개발 중이다. 또, 엔진의 구입 비용이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는 점으로 인해 중소 개발사와 개인 및 팀 등 소규모 개발자들까지 스마트폰 용 모바일 게임 개발에 합세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트리니지의 해외마케팅 부사장 리처드 라드마흐는 “이런 변화는 한국과 아시아에 있는 개발사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개발사들은 자신의 게임 프로젝트 수준과 규모에 맞는 엔진을 선택해 이 기회를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이 시장에서 가장 큰 ‘대박’을 이루는 게임은 과연 어떤 엔진으로 만들어질 게임일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