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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미 대법원 ”폭력 비디오게임 판매 규제는 위헌”

대법원 판결로 비디오게임이 하나의 매체로 인정받아

홍민(아둥) 2011-06-28 18:17:50

폭력적인 비디오게임을 미성년자에게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이 결국 기각됐다.

 

6월27일(미국시각) 미국 대법원은 캘리포니아 주 정부가 제출한 미성년자에게 폭력적인 비디오게임의 판매를 금지하는 법이 미국헌법 제1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결했다.

 

캘리포니아 주법이 미성년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새크라멘토 제 9 항소법원의 판결이 정당하다고 승인한 것이다. 대법관 9명 중 7명이 항소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판단했고 나머지 2명은 반대했다.

 

논쟁은 아놀드 슈워제니거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법안 AB1179에 서명하여 법제화한 2005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법은 캘리포니아 주 내에서 18세 이상 표시 없이 폭력적인 게임을 미성년자에게 판매 또는 대여할 경우 약 110만 원($1,000)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 비디오게임, 하나의 매체로 당당히 독립

 

재판에 참가한 대법관 대부분은 비디오게임은 단순한 소프트웨어가 아닌 책, 연극, 영화와 같이 친근하고 독특한 매체로서 헌법 제1조 ‘표현의 자유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데 동의했다. 즉, 미국정부가 비디오게임을 하나의 매체로서 공식 확인하고 동등한 위치에서 헌법 적용을 받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따라서 일부 유권자들이 폭력적인 게임은 위험하며 필요없다고 판단할 지라도 아예 판매할 수 없도록 법률로 막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폭력적인 게임물의 규제는 기존 ESRA(Entertainment Software Rating Association)의 게임물 등급제를 참고하면 부모가 미성년자인 아이들에게 어떤 게임을 권해줄 것인지 판단하는데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미국 대법원은 미성년자의 폭력적인 게임물 접근과 그에 따른 영향에 부모의 책임을 더 강조했다. 즉, 국가는 부모가 올바른 게임을 선택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게 적절한 것으로 본 것이다.

 

폭력적인 게임으로 지목된 <포스탈2> <모탈컴뱃> <GTA>

 

■ 인과관계 증명에 실패한 것이 결정적

 

이번 위헌 결정은 폭력적 비디오게임과 미성년자의 과격한 행동 사이의 관계를 증명한 연구결과 대부분이 지방법원에서 대법원을 거치며 매번 증거로서 자격을 얻는 데 실패한 영향도 작용했다.

 

제시한 모든 연구 결과가 폭력적 게임과 미성년자의 과격한 행동의 상관관계를 설명할 뿐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데 실패하였으며, 방법론에 심각한 오류가 지적됐기 때문. 즉, 폭력적인 게임의 노출시간이 증가할수록 과격한 행동이 더 심해진다는 것은 증명했으나, 폭력적인 게임 때문에 행동이 과격해졌다는 것은 증명할 수 없었다.

 

또한, 상호작용하는 비디오게임은 일방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책, 텔레비전, 영화와 같은 기존매체보다 위험하다는 주장 역시 1969년 발간된 당신의 모험: 슈거케인 아일랜드’(The Adventure of You: Sugarcane Island)에서 독자들이 모험의 종류를 선택할 수 있고 다양한 결정을 내리는 전례가 있었기 때문에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국내 역시 폭력게임의 폭력성 증명을 위해 무리수를 둔 전례가 있다.

 

■ "비디오게임에 역사적인 날" vs."기업의 이윤을 우선시"

 

이번 결정을 찬성하는 ESA(Entertainment Association), EMA(Entertainment Merchants Association)와 EA, 액티비전, THQ등 비디오게임 업체들은 ‘비디오게임에 역사적인 날이라며 승리를 자축하는 분위기다.

 

이들은 앞으로도 미국 정부는 새롭고 빠르게 진화하는 기술에도 헌법의 기본 원칙을 변함없이 적용해야 하며, 깊이 고려하지 않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EA의 CEO인 존 리치텔로는 “법원은 게임 개발자의 기본권을 확인시켰으며, 성인은 각자의 가정환경에 맞는 게임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지킬 수 있었고, 판매상은 죄의식을 갖지 않고 게임을 팔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또 EMA CEO 보 앤더슨은 “판매상들은 자녀를 위해 올바른 게임을 선택하도록 부모를 돕는 일에 책임감을 가져야 하며, 부모의 동의 없이 성인용 등급의 게임을 구매하는 일이 없도록 신경 써야 할 것이라며 판매상들의 책임 의식을 강조했다. 아울러 부모를 대상으로 게임등급제도의 홍보와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폭력 비디오게임 판매규제법안을 추진했던 르랜드 이 상원의원과 PTC는 대법원을 ‘아이들을 생각하지 않는 미국기업’이라며 업계의 손을 들어준 이번 판결을 맹렬히 비난했다.

 

르랜드 이 상원의원은 이번 결정으로 월마트와 비디오게임 업체들은 우리 아이들의 정신적 건강과 사회의 안전을 담보로 수십억 달러의 이윤을 거둘 수 있게 됐다. 아이들을 잘 자라게 하는 부모의 권리보다 이윤을 내는 기업의 권리가 우선시 됐다는 것은 너무도 잘못됐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오늘 우리는 졌다. 하지만 8년에 걸친 입법활동과 재판은 많은 부모의 의식을 일깨워 비디오게임 업계로 하여금 게임등급분류를 좀 더 제대로 시행하게 하는 결과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비디오게임도 하나의 매체로서 당당히 인정받았다.

 

■ 논쟁은 이제부터 시작

 

일부에선 이번 논쟁을 텔레비전 음란물 논쟁과 비교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오랜 세월 동안 텔레비전 음란물과 관련된 논쟁이 있었고, 다양한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상태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는 것. 

 

이번 판결로 비디오게임은 새로운 매체로서 표현의 자유를 인정받고 법 테두리 안에서 추가적인 규제 없이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는 기반은 마련됐지만, 비디오게임 유해성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