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공상과학) MMORPG <이브 온라인>에서 지난 6월 21일 나온 확장팩 <인카르나(Incarna)>와 함께 적용된 게임 내 아이템 판매 정책이 사전에 유출되며 벼랑 끝까지 내몰렸던 회사와 유저의 관계가 극적인 타협으로 해결됐다.
이번 갈등은 6월 중순 <이브 온라인>의 CCP 사내 정기 소식지 ‘피어리스(Fearless)’ 5월호 PDF 버전이 전 CCP 직원에 의해 일반에게 유출되며 시작됐다. 평소와 다른 디자인의 소식지 표지에는 ‘탐욕은 좋은 것?(Greed is good?)’이란 다소 공격적인 타이틀과 함께 ‘게임 내 아이템 판매’에 관한 계획을 특집으로 다루고 있었다.
유출된 문제의 CCP 사내 정기 소식지 피어리스(Fearless) 5월호.
이 문서는 현재 서비스 중인 <이브 온라인> 외에 앞으로 공개될 신작 MMOFPS 게임 <더스트 514>와 MMORPG <월드 오브 다크니스>에서 어떻게 게임 내 아이템을 적용할지 설명하고 있었는데, <이브 온라인> 유저들을 흥분하게 만들었던 것은 게임 내 아이템 판매 자체가 아닌 몇몇 문제의 구절에 있었다.
<이브 온라인>의 게임 내 아이템이 모두 캐릭터 꾸미기 용도는 아니다. 일부는 새로운 아이템과 탄약, 우주선 등으로 즉각 구입할 수 있다. 또한, 팩션의 순위를 구입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 문제가 된 아이템 판매정책 중 일부 |
이는 게임 내 플레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아이템은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는 CCP의 이전 약속과 상반됐고, 외눈안경과 같은 일부 단순한 아이템의 가격이 60 달러(약 6만4,000 원)에 달하는 등 지나치게 비쌌던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 6월 21일 적용된 <이브 온라인> 최신 확장팩 <인카르나>.
공식 포럼에는 <이브 온라인> 유저들의 애정이 담긴 분노의 글이 넘쳤으며 ‘CCP가 <이브 온라인>을 포기하고 영혼을 팔았다’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예상치 않은 순간에 정보가 노출돼 유저들의 반응에 대응할 준비가 부족했던 CCP는 적절한 대응과 시기를 놓치면서 더 큰 혼란을 야기시켰다.
유저들의 불만은 단순히 분노로 끝나지 않았다. CCP의 게임 내 아이템 판매 정책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계정 결제를 취소하기 시작하면서 그 수가 약 5,257개에 이르렀다. 이는 곧 연간 100만 달러(약 10억 원)의 손실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2003년 <이브 온라인>의 서비스가 시작된 이례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CCP는 유저들 대표로 구성된 스텔라 경영 위원회(Council of Stellar Management, CSM)의 의장 미타니(Mittani)를 아이슬랜드의 본사로 초청해 시니어 프로듀서 아나르 질파슨(Arnar Gylfason)과 3일에 걸쳐 대화와 협상을 벌였다.
스텔라 경영 위원회(CSM)란? 2008년 CCP는 유저들로부터 게임과 관련된 요청 및 건의를 받을 목적으로 CSM을 구성하고 <이브 온라인> 유저 66명 후보 중 9명을 선출했다. 이후 위원회 위원들이 <이브 온라인> 유저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
협상 결과는 개발자(왼쪽)와 CSM 의장(오른쪽)의 대담 영상으로 자세히 공개됐다.
유저 대표인 CSM 의장을 초청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유저 대표는 CCP가 ‘게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가상 아이템을 판매할 계획이 없으며, 판매되는 게임 내 아이템은 옷과 우주선 스킨 등 순수한 꾸미기 용도로 한정된다’는 공동합의문을 발표한 후에야 대화에 응했다.
3일 동안의 협상에서 <이브 온라인>의 프로듀서 아나르는 게임에서 판매될 아이템을 소개하고 상점인 넥스 스토어(NeX Store)를 어떻게 향상시킬지 전달했다. CSM 의장 미타니는 유저들이 가장 걱정하는 아이템 판매로 인한 게임의 파괴 위험성을 경고하는 한편 엉성했던 게임 내 아이템 판매 기획과 유저와의 대화 방법에 대해 CCP를 비판했다.
게임 프로듀서 아나르와 유저 대표 미타니의 대화가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협상 둘째 날까지도 서로 얼굴을 붉혀야 했을 정도로 상황이 안 좋았으나, 셋째 날 극적인 타협을 보면서 CCP는 앞으로 CSM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지난 몇 주 동안 폭풍이 몰아쳤던 <이브 온라인>. 적극적인 회사의 대화 노력과 유저들의 목소리를 한데 모으는 CSM 제도 덕분에 계속 순항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