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EA는 <플랜츠 vs 좀비>로 유명한 팝캡을 8,000억 원에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6월 24일 EA가 팝캡 인수를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지 약 20일 만의 일이다.
■ EA, 단숨에 소셜·모바일 분야 2위 등극
EA는 팝캡 인수로 단번에 소셜·모바일게임 분야에서 2위로 올라서게 됐다. 1위는 <팜빌> <시티빌> <엠파이어 & 앨라이스> 등 다양한 페이스북 게임을 서비스 중인 징가(Zynga)다.
앱데이터(AppData.com)의 통계에 따르면 일일 활동 유저(DAU, Daily Active Users) 수를 기준으로 징가는 DAU가 5,330만 명으로 EA와 팝캡을 합친 1,000만 명보다 무려 5배나 앞선다.
EA+팝캡=페이스북 소셜게임 업체 2위.
EA의 팝캡 인수는 세간의 관심을 자연스레 징가와의 경쟁 이슈로 몰고 갔다.
EA 부대표 베리 코틀은 이를 부정했다. 코틀은 “우리는 징가보다 더 큰물에서 놀고 있다. 현재 우리는 400억 달러(약 42조 원)에 달하는 디지털 시장을 쫓고 있으며, 페이스북은 일부일 뿐이다. 팝캡의 인수는 사업을 다각화해 디지털 시장에서 더 좋은 위치를 차지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EA의 디지털 매출은 MMO, 부분유료, 소셜, 모바일, DLC 등 다양하게 분포돼 있으며 팝캡은 여기에 더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고 밝혔다.
아울러 코틀 부대표는 사람들이 언제까지나 페이스북이나 모바일 게임을 즐기지 않을 것이며 결국 다양한 플랫폼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프랜차이즈를 즐기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즉, 인기 있는 게임을 크로스플랫폼에서 서비스할 수 있는 회사가 결국 승리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코틀은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다양한 인터넷 연결 기기에서 연속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을 때 그 프랜차이즈에 대한 충성도도 같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팝캡의 설립자 존 베체이 역시 이번 인수가 징가와 별로 연관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우린 전 세계 모든 사람이 팝캡의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을 중시했다. EA는 우리를 그것을 실현시켜 줄 수 있는 강력한 디지털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이번 인수는 징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며, 훌륭한 게임을 만들고 그 게임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에 관한 문제였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 “팝캡은 모바일·소셜 장르의 픽사와 같다”
그렇다면 팝캡은 앞으로도 계속 오리지널 IP(지적재산권)를 기반으로 한 게임만 만들 것인가? 아니면 EA의 IP를 이용한 게임을 만들어 보다 많은 캐주얼 게이머들에게 어필할 것인가? 자연스레 의문이 생긴다.
<플랜츠 vs 좀비>의 페이스북 버전 등장도 기정사실이 되었다.
팝캡의 설립자 존 베체이는 “EA는 우리가 훌륭한 게임을 만들고 멋진 오리지널 IP를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를 원했다. EA는 우리만의 게임을 계속 창작해 주길 바라고 있으며, 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플랫폼에서 게임을 즐기도록 도와주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EA 부대표 코틀 역시 “EA가 갖지 못한 것은 강력한 캐주얼 IP다. 이 분야는 최근 모바일과 소셜게이밍을 중심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디지털 시장이다. 그리고 팝캡은 그 분야에서 <토이 스토리>를 만든 픽사(Pixar)와 같다. 따라서 디지털 시장에서의 사업 다각화와 새로운 IP 확보에 관심을 두게 됐고, 팝캡은 이를 모두 만족시켰다”고 언급했다.
■ 높은 인수 금액은 장기적으로 EA에게 이득
전문가들은 EA의 팝캡 인수에 대해 금액이 높은 감이 있으나, 장기적으로 EA와 소비자들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웨드부쉬 시큐러티의 애널리스트 마이클 패처는 인수 금액이 EA 보유 금액의 40%에 이를 정도로 높았다는 것은 우려되지만, 결국 이번 딜로 EA가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팝캡 인수는 전략적으로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EA는 인수 금액을 정당화하려면 예상 성장치를 반드시 이뤄야 할 것이다”고 평가했다.
팝캡 인수로 모바일·소셜게임에서 EA의 위상이 급상승했다.
패쳐는 EA가 인수 금액을 꽤 높게 지불했기 때문에 팝캡은 2012년 EA의 세전이익 중 3억4,300만 달러(약 3,630억 원) 정도의 가치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린 자금이 올바른 곳에 쓰였다고 보고 있으나, 팝캡은 향후 2년간 매년 9,100만 달러(약 960억 원)이하의 세전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EA가 인수 금액을 너무 과하게 쓴 감이 없지 않다. 이 경우 투자가들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EA의 운영에 압박을 줄 수 있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디지털 캐주얼 게이밍 분야가 워낙 방대하고 EA의 다른 어떤 전통 패키지 분야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므로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긍정적이라고 결론지었다.
스턴 에지의 애널리스트 알빈 바티아는 “다가올 징가의 상장 기대 가치와 비교했을 때 EA의 이번 팝캡 인수 금액은 적절했다. EA는 이번 인수로 크게 세 가지 이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첫째, EA는 단번에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소셜게이밍 분야에서 2위로 발돋움했다. 둘째, 올해 주당 0.10 달러(약 100 원) 정도의 수익 증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셋째, EA의 다른 소셜게이밍 사업 분야와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추가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 팝캡 인수로 본 EA vs 액티비전의 전략 차이
이번 EA의 팝캡 인수를 통해 EA와 라이벌 액티비전은 성장 전략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액티비전이 <콜 오브 듀티>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의 덩치를 키우는 데 집중하고 모바일과 소셜 분야는 거의 무시하고 있는 것과 달리, EA는 소셜과 모바일 분야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
2010년 아이폰 게임 10위 중 6개가 EA+팝캡의 게임이다.
팬옵틱 컨설턴트의 애널리스트 아시프 칸은 “팝캡 인수로 모바일게임에서 EA의 영향력은 더욱 강해졌다. EA가 자금을 그들의 성장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이는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통해 현금을 돌려주고 다시 주식을 사들이는 액티비전의 정책과 큰 차이를 보인다. 액티비전은 근래에 모바일과 소셜이란 새 트렌드의 장기적 관점에서의 수익성에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함을 밝혔고, 해당 분야를 매우 근시안적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모바일과 소셜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EA, 대형 게임 프랜차이즈에 전념하는 액티비전. 누구의 선택이 맞을지는 시간이 알려 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