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퍼블리싱을 맡은 캐주얼게임 2종의 서비스를 종료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3일 엔씨소프트는 자사 게임포털 플레이엔씨 공지사항을 통해 제페토의 FPS 게임 <포인트 블랭크>와 그라비티게임즈(구 바른손인터랙티브)의 캐주얼 RPG <드래고니카> 2개 게임의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엔씨소프트는 공지와 함께 두 게임의 서비스를 종료했다.
엔씨소프트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서비스를 종료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게임 2개를 공지와 함께 바로 종료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이에 따라 게임업계에서는 엔씨소프트가 앞으로 캐주얼게임 사업을 어떻게 진행할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13일 <포인트 블랭크>와 <드래고니카>의 서비스 종료를 공지했다.
■ 새로운 추진력을 얻기 위한 캐주얼 라인업 정리
두 게임의 서비스 종료 이유에 대해 엔씨소프트는 퍼블리싱 계약 만료를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상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히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야심차게 준비했던 <드래고니카>의 경우 최근 평균 동시접속자가 1,000 명 미만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캐주얼게임 라인업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플레이엔씨에서 그나마 매출이 좋은 게임은 <러브비트>가 유일하다. 그 외의 라인업의 매출은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게다가 기존에 게임사업 2실로 불리던 캐주얼게임 사업팀 인력의 상당수가 <아이온>과 <블레이드 & 소울> 등의 MMORPG 사업팀으로 이동해 캐주얼게임 사업 축소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캐주얼게임 라인업 정리와 관련해 엔씨소프트가 캐주얼 사업을 포기하기보다 새로운 추진력을 얻기 위해 잠시 움츠리는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캐주얼게임 사업은 계속 추진하지만 선택과 집중의 의미로 성적이 부진한 게임을 정리했다는 관측이다.
현재 <포인트 블랭크>는 인도네시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 자체개발부터 퍼블리싱까지, 다양한 캐주얼 사업 시도
엔씨소프트의 캐주얼게임 정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초기 전략은 내부 개발력을 이용한 자체 개발이었다. 지난 2005년 게임포털 플레이엔씨의 론칭에 맞춰 <스매쉬 스타> <토이 스트라이커> <엑스틸> 등 다양한 캐주얼게임을 선보였으나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
이후 엔씨소프트의 캐주얼 전략은 외부 개발사가 만든 게임을 활용한 퍼블리싱과 채널링으로 전환된다. 캐주얼게임 개발에 노하우가 있는 전문 개발사의 지분을 인수하고 라인업을 꾸리는 방식이었다.
이를 위해 엔씨소프트는 <포인트 블랭크>의 제페토, <펀치몬스터>의 넥스트플레이, <러브비트>의 크레이지 다이아몬드 등의 지분을 인수했다. 이 역시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 했다. <러브비트>만이 꾸준한 성적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엔씨소프트는 “<포인트 블랭크>는 제페토의 지분 30%를 보유한 만큼 일단 외국 사업에 힘을 집중하겠다. <드래고니카>는 성적 부진과 더불어 계약 만료를 앞두고 양사의 합의 아래 서비스 종료 수순을 밟았다”고 설명했다.
플레이엔씨 라인업 중 캐주얼게임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 캐주얼에 강한 엔트리브 인수에 뛰어든 엔씨
엔씨소프트가 엔트리브소프트 인수를 진행하고 있는 것도 캐주얼 사업 전략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2기 플레이엔씨의 전략이 가능성 있는 신작에 투자한 것이라면, 3기 전략은 이미 성공한 게임을 갖고 오자는 것으로 풀이된다. 엔씨소프트가 팝캡과 <팝캡 월드>를 준비하고, 유비소프트의 웹게임 <마이트앤매직 히어로즈 킹덤즈>를 국내에 서비스한 것도 이런 전략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엔트리브소프트는 <팡야> <트릭스터> <앨리샤>의 캐주얼게임을 직접 개발·서비스하고 있다. <팡야>와 <트릭스터>는 외국에서 더 많은 매출을 올리며 자리를 잡았다. 여기에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 <프로야구 매니저>가 월 매출 30억 원을 넘기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
엔트리브소프트 인수가 성사될 경우, 엔씨소프트는 캐주얼게임 역량을 크게 강화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현재 엔씨소프트 내부에서 개발 중인 <스틸독>과 <메탈블랙> 등의 개발과 서비스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말 그대로 선택과 집중의 영역으로 이해하면 된다. 잘 되는 분야에 집중하고 안 되는 것은 과감히 정리하는 것은 게임 외에 그 어떤 사업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이어서 관계자는 “투자와 관련해서 다양한 측면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며, 엔트리브소프트 인수 진행은 시기가 맞물렸을 뿐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