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외화벌이에 이용된 중국 온라인게임 작업장이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북한 개발자들과 함께 국내 유명 온라인게임의 자동사냥(오토) 프로그램을 만들어 배포한 정모 씨와 이모 씨 등 5명을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09월 6월부터 최근까지 중국에 아이템 작업장을 차려 놓고 북한 프로그래머 30여 명을 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단순한 외화벌이가 아닌 대남 사이버 테러를 위한 북한의 사전작업으로 인지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 북한의 외화벌이에 작업장이 포함
북한 프로그래머들은 ‘리니지 팀’, ‘메이플 팀’, ‘던파 팀’ 등 작업장이 원하는 게임별 팀을 구성해 자동사냥 프로그램을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주목하는 부분은 이들 작업장에 북한 프로그래머가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만든 자동사냥 프로그램은 중국과 한국의 온라인게임 작업장에 배포됐으며, 경찰 수사 결과 12,000 카피 이상이 작업장에서 구동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북한에서 만든 자동사냥 프로그램이 자동 업데이트를 통해 악성코드 배포 등 사이버 테러에 악용될 개연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작업장 책임자 정모 씨는 부정경쟁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협의로 체포됐지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적용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사 결과 북한 프로그래머는 모두 김일성 종합대학 출신이며, 김정일의 통치자금을 조달하는 조선능라도무역총회사 소속으로 추정된다. 악성코드를 심을 수 있도록 한 자동사냥 프로그램은 향후 대남 사이버테러를 위한 다목적 장치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 자동사냥 프로그램 제작이 해킹?
경찰의 발표에 따르면, 북한 프로그래머들은 주요 온라인게임의 서버를 해킹해 이용자의 아이템과 게임머니를 모은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게임업계에서는 경찰의 무지에 따른 오해라는 입장이다. 자동사냥 프로그램은 서버나 유저의 PC를 해킹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패턴에 따라 자동으로 캐릭터를 조작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해킹과 무관하며 서버 접근도 불가능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경찰은 작업장이 북한 해커와 짜고 서버를 해킹해 게임 아이템을 수집한다고 발표했지만 사실과 다르다. 자동사냥은 단순한 패턴 반복 프로그램으로 서버 해킹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한 보안 전문가도 “자동사냥 프로그램이 향후 좀비 PC를 만들기 위한 악성코드 배포처로 사용될 가능성은 높다. 하지만 서버를 해킹해 패킷을 훔치는 등의 기능은 없다. 자동사냥과 해킹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