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블리자드가 <디아블로 3>의 화폐 경매장 발표하자 전 세계 게임계가 술렁이고 있다.
<디아블로 3> 화폐 경매장은 배틀넷 계정에 충전된 화폐를 사용해 아이템을 사고팔 수 있는 것은 물론, 판매한 아이템의 대금을 현금화해서 받을 수도 있다. 즉, 아이템의 현금화가 가능하다.
여기에 게임 중 언제 어디서나 경매장 인터페이스를 열고 물품을 구매하거나 판매를 위해 등록할 수 있는 편리함까지 갖췄다. 화폐 경매장의 개요를 알고리즘으로 알아 보자.
<디아블로 3>의 화폐 경매장 이용은 이렇게 이뤄진다.
화폐는 현금으로 충전하는 ‘블리자드 캐시’라고 이해하면 된다.
블리자드는 “게임에서 얻은 아이템을 안전하고, 재미있고, 손쉽게 사고팔 수 있는 강력한 경매장”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국내에서도 찬반 논쟁은 뜨겁다. 법적으로 문제는 없는지, 심의가 통과될 수 있는지도 관심사다.
그렇다면 <디아블로 3> 화폐 경매장은 과연 한국에서 서비스될 수 있을까? 법적으로 문제는 없는 걸까? 이슈별로 하나씩 살펴보자. /디스이즈게임 박상범 기자
경매장에서 화폐는 현금과 동일한 가치를 가진다. 미국에선 아예 달러로 표시된다.
① 개인간 아이템 현금거래, 법적인 문제는?
게임법 제32조(불법게임물 등의 유통금지 등) 1항 7호에 따르면 “누구든지 게임물의 이용을 통해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점수, 경품, 게임 내에서 사용되는 가상의 화폐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게임머니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이와 유사한 것을 말한다)을 환전 또는 환전 알선하거나 재매입을 업으로 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위 법 조항에서 언급한 ‘대통령령이 정하는 이와 유사한 것’은 게임법 시행령 제18조의 3항(게임머니 등)에서 정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① 게임물을 이용할 때 베팅 또는 배당의 수단이 되거나 우연적인 방법으로 획득된 게임머니.
② 제1호에서 정하는 게임머니의 대체 교환 대상이 된 게임머니 또는 게임아이템(게임의 진행을 위하여 게임 내에서 사용되는 도구를 말한다. 이하 같다) 등의 데이터.
③ 게임제작업자의 컴퓨터프로그램을 복제, 개작, 해킹 등을 하거나 게임물의 비정상적인 이용을 통하여 생산ㆍ획득한 게임머니 또는 게임아이템 등의 데이터. |
이를 종합하면, 법률에서 정의하고 있는 ‘게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유·무형의 결과물’이란 온라인게임에서 획득할 수 있는 게임머니와 아이템을 말하는 것이다.
사실 법률 자체로만 보면 게임 아이템의 현금화는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내용은 사행성 온라인게임, 이른바 고스톱·포커류 게임과 관련된 환전 행위와 해킹 등을 통해 불법적으로 획득한 것에 대한 환전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다. 온라인 RPG 분야는 사실상 제외돼 있다.
지난 2007년 5월 문화체육관광부는 아이템 현금거래에 대해 작업장은 단속 대상이지만, 개인간 거래는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개인이 게임을 플레이하며 아이템 현금거래를 하는 것은 하나의 현상으로 볼 수 있어 일방적으로 금지할 수는 없는 부분이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010년 1월 대법원은 “환전이 금지된 고스톱·포커류 게임이 아닌 MMORPG의 게임머니는 이용자들의 노력과 실력, 투자한 시간, 증가된 경험으로 좌우되는 정도가 강하므로 우연적인 방법으로 획득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따라서 <디아블로 3> 유저와 유저 사이의 아이템 화폐 거래가 현행 국내법에 바로 저촉된다고 보기는 힘들다.
경매장에서는 아이템은 물론 게임머니도 거래 대상이다. 캐릭터 거래 허용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② 게임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 심의 통과는?
화폐 경매장을 도입한 <디아블로 3>가 넘어야 할 큰 산은 따로 있다. 바로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의 등급분류 심의다.
현재 게임위는 아이템 현금거래를 철저하게 사행성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사기, 해킹, 과몰입 유도 등 그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게 이유다.
참고로 지난 2009년 3월 보건복지가족부는 아이템 현금거래 중개 사이트를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 고시했다. 대법원도 지난 2010년 12월 아이템 현금거래 중개 사이트를 청소년 유해매체물이라고 확정 판결한 바 있다.
한때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 과몰입 해결을 위해 지난 2010년 3월 아예 아이템 현금거래를 금지하자는 방안까지 추진했었다.
게임위는 법에 대한 판단이 아닌, 사회적 이슈와 그로 인해 발생할 사안을 감안해 게임의 등급을 분류하고 있다.
그 기조에 따라 게임위는 지난 2010년 8월 IMI의 <황제온라인>이 아이템 현금거래를 인정한다는 점 등을 들어 등급분류 거부 결정을 내렸다. 사행화 및 과몰입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였다. 결국 IMI는 현금거래 기능을 철회하고 재심의를 신청을 한 바 있다.
게임위 관계자는 “<황제온라인>이후 현금거래 개념을 넣은 게임이 심의를 신청한 적은 없었다. 아직 블리자드도 이와 관련해 문의해 오지 않았고, <디아블로 3>의 현금거래 개념이 기존과는 다른, 처음 시도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를 아직 접하지 않은 상황에서 심의 통과 여부를 예상한다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이어서 관계자는 “<디아블로 3>의 심의 결정이 다른 게임사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다”는 입장을 보였다.
국내 법상 이처럼 현찰 단위로 표시할 수는 없다. 대신 다른 단위가 쓰일 수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