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란 무엇인가?” <사일런트 힐: 다운푸어>를 개발 중인 바트라의 브라이언 고메즈 디자인 디렉터는 질문과 함께 강연을 시작했다. <사일런트 힐>을 통해 호러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 보고 미래를 내다보고 싶다는 그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쾰른(독일)=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시간이 흐르면서 ‘똑똑해진’ 호러
호러는 매우 대중적인 카테고리다. 판타지 소설, 애니메이션, 영화 등 장르와 미디어의 종류를 막론하고 호러는 많은 인기를 누렸다. 놀람과 두려움이라는 ‘유니크한 장점’ 때문이다.
단순한 공포와 놀람에서 시작한 호러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똑똑해졌다. <식스센스> <디아더스> 등의 영화가 개봉했고, <블레어위치> 같은 페이크 다큐멘터리도 나왔다. 단순한 놀람보다는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리얼리티를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호러의 변화와 함께 호러게임도 발전했다. 단순한 몇 줄의 텍스트와 이미지를 보여주며 ‘상상’을 요구하던 호러게임은 그래픽은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급속도로 변화했다. 그래픽적으로는 3D가 도입됐고, 시스템에서는 도망치고 숨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심지어 <사일런트 힐>과 <클락타워> 등은 분위기만으로도 공포를 주는 데 성공했다. ‘아무것도 없어도 무서운’ 호러게임이다. 놀람에서 시작된 호러가 음습한 분위기를 내는 호러로 변화해간 것이다.
■ 서바이벌 호러와 액션 호러의 분리
호러게임은 발전을 거듭하면서 크게 두 부류로 나뉘었다. 브라이언은 호러를 서바이벌 호러와 액션 호러로 구분했다. 액션 호러는 적과의 싸움이 빠르게 이어지고 전투가 게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주인공은 강력한 힘을 갖고 있으며, 액션 히어로의 공식에 맞춰 행동한다. <데드라이징>이나 <레프트4데드> 등이 대표적인 액션호러다.
반면 서바이벌 호러는 게임 전개가 느리다. 전투는 액션 호러에 비해 답답하기 그지 없으며 주인공은 나약하다. 심할 경우 카메라와 조작, 인터페이스가 게임을 방해할 만큼 불편한 경우도 있다. 쾌적한 전투보다는 쫓기고 도망치는 긴장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불편한 조작이나 알아보기 어려운 인터페이스도 서바이벌 호러에서는 긴장감을 높여주는 존재가 된다. <사일런트 힐> 역시 대표적인 서바이벌 호러다.
■ <사일런트 힐>이 꿈꾸는 새로운 호러
그렇다면 서바이벌 호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브라이언은 <드레드> <헬레이저> 등의 여러 공포영화를 제작한 클라이브 바커 감독의 3단계 침식 이론을 예로 들었다.
1단계는 고통이다. 자신보다 더욱 강력한 존재에 의해 몸에 상처를 입거나 생명을 위협받는다. 여기서 죽음은 해방구다.
2단계는 침입이다. 군체를 이룬 세포나 특정 생물이 육체에 침입한다. 몸 내부의 침입에 의해 서서히 죽어가는 상황이다. 끝은 정해져 있으며 스스로 ‘죽음’으로 해방을 택할 수 있다.
3단계는 ‘차지’다. 몸만이 아닌 정신까지 빼앗기는 ‘정신적인 공포’다. 피해자는 자신의 상태에 대한 자각이 있지만 자신의 몸이 이용당하는 걸 막을 수는 없다. 여기서는 죽음조차 해방구가 되지 못한다.
<사일런트 힐: 다운푸어>는 마지막 단계인 정신적인 공포에 충실했다. 게임의 스토리나 상황은 주인공을 극한으로 몰아넣는다. 누군가 죽어 가고 무엇인가 사라져간다. “무엇을 잃었을 때 당신은 가장 큰 두려움에 처하는가?” <사일런트 힐: 다운푸어>가 던지는 가장 큰 질문이다.
여기에 맞춰 주인공의 ‘보디랭귀지’도 한층 발전했다. 물론 보디랭귀지의 대상은 ‘공포’다. 주인공은 무서운 것을 보지 않으려 하고, 주변의 상황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자연스럽게 내뱉는 혼자말을 통해서는 그가 얼마나 제정신을 잃어 가고 있는지를 판단할 수도 있다. 보다 자연스러운 반응을 위해 실제 배우의 연기도 캡처했다.
감정과 유저몰입에 더욱 충실한 새로운 호러. 브라이언 고메즈가 만들고 싶은 <사일런트 힐: 다운푸어>의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