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많은 신작이 나오는 게임업계에서는 경쟁 구도를 형성하는 게임들이 생겨납니다. 지금은 한솥밥을 먹는 처지가 됐지만 <드래곤퀘스트>와 <파이널판타지>의 RPG 경쟁이나 <철권>과 <버추어 파이터>의 3D 대전격투 경쟁은 말이 필요 없을 만큼 유명했고, 또 화제가 됐죠.
올해 게임스컴에도 유난히 경쟁이 많습니다. FPS 게임에서는 <배틀필드 3>와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3>가 맞붙고, AOS 게임에서는 밸브의 <DOTA 2>와 <리그 오브 레전드: 도미니언>(이하 도미니언)이 경쟁입니다. 연례행사(?)인 <피파>와 <위닝 일레븐>의 대결도 빼놓을 수 없죠.
디스이즈게임에서 게임스컴 2011의 맞수 게임과 부스 반응을 한곳에 모았습니다. 먼저 <도미니언>의 라이엇게임즈와 <DOTA 2>의 밸브입니다. /쾰른(독일)=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지금까지의 이야기
<도미니언>과 <DOTA 2>의 인연은 작년 8월로 거슬러올라갑니다. 라이엇게임즈의 창립멤버인 구인수와 펜드래곤, 그리고 밸브에서 <DOTA 2>를 개발 중인 아이스프로그는 모두 <워크래프트 3>의 유즈맵 <DOTA> 개발자 출신입니다.
구인수와 펜드래곤은 라이엇게임즈를 세우고 <리그 오브 레전드>의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큰 성공을 거뒀고, 아이스프로그는 밸브에 영입돼 <DOTA 2>의 개발을 시작합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밸브가 <DOTA 2>의 개발을 시작하고 <DOTA>의 상표권까지 등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라이엇게임즈의 두 개발자는 밸브를 강력하게 비난합니다. 많은 개발자와 유저가 함께 만든 유즈맵(MOD)을 밸브가 멋대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 한다고 말이죠.
밸브는 아랑곳하지 않고 기존의 <DOTA> 플레이어들을 초청해 이번 게임스컴에서 대규모 대회를 엽니다. 총상금도 10억 원 규모로 어마어마하죠. AOS 장르의 자존심을 건 한 판 대결입니다.
■ 체험 이벤트 vs 경기 중계에 올인
올해 게임스컴 2011에서 <도미니언>은 체험과 이벤트를, <DOTA 2>는 대회 중계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먼저 <도미니언>은 온라인게임들이 모인 쾰른 메세 9홀에 소박하게 부스를 차렸습니다. 중앙에 중계용 스크린과 작은 이벤트 공간을 마련하고 20대의 체험대를 배치했죠. 특별한 홍보나 전시효과보다는 이미 <리그 오브 레전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게임을 즐기러 오는 유럽 유저들을 배려한 군더더기 없는 부스 구성입니다.
PC 20대로 <도미니언> 5:5 매치를 2개씩 돌릴 수 있는 라이엇게임즈 부스.
반면 <DOTA 2>는 게임의 맵을 그대로 부스로 구현했습니다. 정사각형 모양의 부스는 대각선을 기준으로 둘로 나뉘어 있고 부스 중앙에서는 선수들이 밀폐된 공간에 들어가 경기를 펼칩니다.
부스 외곽에서는 자기팀의 선수와 경기장면을 모니터를 통해 관람할 수 있죠. 철저히 중계를 고려한 부스 구조입니다. <DOTA 2>는 게임스컴에서 체험대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부스 이벤트도 달랐습니다. <도미니언>은 부스 중앙에서 코스툼플레이 행사를 비롯한 각종 이벤트를 꾸준히 열었습니다. 게임을 체험하는 유저에게는 스킨 교환권과 티셔츠도 제공했죠.
<DOTA 2>는 특별한 이벤트 대신 경기시간에 맞춰 티셔츠와 손목보호대를 제한 없이 배포했습니다. 경기 중계 자체가 이벤트라고나 할까요.
■ 인산인해, 발 디딜 틈 없는 두 부스
부스 구조나 운영 방식은 달랐지만 관람객들의 발길은 양쪽 모두 흘러 넘쳤습니다. <DOTA 2> 부스는 약 1시간 단위로 열리는 경기 시간마다 관람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준비된 좌석이 모자라자 부스 밖에 줄을 서는 것은 기본이고, 인접한 다른 부스에 주저앉거나 바닥에 드러누워 경기를 보는 관람객도 있었습니다.
경기를 중심으로 운영한다고 해도 거의 매 시간 경기가 있기 때문에 끝났다고 사람이 바로 빠져나가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오히려 진득하게 앉아서 새로운 <DOTA 2>의 모습을 메모하는 유저들이 많이 보이네요.
초대형 스크린 밑에서 누워서 <DOTA 2> 경기를 보는 관람객들(위),
아예 옆에 있는 반다이남코 부스 공간에 앉아서 경기를 보는 관람객들(아래).
<DOTA 2>에 비해 규모가 훨씬 작은 <도미니언> 부스는 한층 더 붐볐습니다. 부스 내부는커녕 외곽까지 사람이 가득 차서 밖에서는 부스 안쪽이 보이지 않는 수준입니다. 체험대가 20대고 경기 시간도 10~30분으로 비교적 짧기 때문에 대기자도 팍팍 줄어듭니다. 대신 체험을 마친 후 다시 뒤로 돌아가 줄을 서는 유저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