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 생명체의 침공으로 모든 것이 뒤틀린 가상의 미래. 지구는 외계 식물이 자라고, 외계인이 약탈을 일삼는 절망적인 모습으로 변했다. SF(공상과학) 드라마에서 자주 볼 법한 시놉시스다.
그런데 만일, 드라마 속 인물이 기차를 타고 샌 프란시스코로 왔을 때 온라인게임 속 기차역에서 그를 만나게 된다면 어떨까. 유저들은 드라마를 보다가 그가 샌 프란시스코로 온 것을 알고 게임에 접속해 그와 함께 모험을 떠날 수 있다.
<리프트>로 이름을 알린 트라이온월드의 신작 <디파이언스>가 그리는 미래다. <디파이언스>는 심리스(seamless) 오픈월드에서 진행되는 온라인 액션슈팅 게임이다. 그것도 PC와 콘솔(Xbox360, PS3)에서 모두 게임에 접속할 수 있다.
트라이온월드는 독일 쾰른에서 열린 게임스컴 2011 B2B관에서 <디파이언스>의 초기 버전을 미디어에게 먼저 공개했다. 그들은 데모룸에 Xbox360 1대와 PS3 1대를 준비해 놓고 직접 트라이온월드 샌디에고 스튜디오에 연결해 라이브 데모 플레이를 선보였다. 벌써부터 PC-Xbox360-PS3로 동시에 접속해 온라인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온라인 접속 상태의 시연이 끝난 직후의 모습. 아쉽게도 시연 촬영은 금지됐다.
개발자들은 왼쪽의 PS3, 오른쪽의 Xbox360으로 동시 접속해 함께 플레이했다.
<디파이언스>는 약 3년 전에 시작된 프로젝트다. 그때부터 <배틀스타 갤럭티카>로 유명한 미국의 SyFy 채널과 함께 기획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온라인게임과 TV 드라마를 연동하겠다’고 작정하고 나선 것이다. <디파이언스> 드라마의 각본은 <웨어하우스 13> <파스케이프> <에일리언 네이션> 등으로 유명한 SF 작가 로큰 S. 오배논(Rockne S. O’Bannon)이 맡았다.
PC와 콘솔로 게임에 접속한 유저들은 <디파이언스>의 오픈월드에서 3인칭 슈팅(TPS) 액션을 즐기게 된다. 다양한 무기와 갑옷을 입고, 은폐(클로킹)·가속(슈퍼패스트런)·순간이동(텔레포트)·끌어당기기(그랩)·더블점프 등 각종 특수능력을 사용해 외계 생명체와 싸운다. 능력(스킬)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3인칭 슈팅 방식의 전투, 아웃포커스가 적용된 비주얼이다.
<디파이언스>는 기본적으로 오픈월드 PvE 온라인게임이다. 갑옷에 붙은 송신기로 미션을 전달받고 수행한다. 게임스컴 시연에서는 필드에서 다수의 유저가 전투를 벌이며 진행하다가 창고에 다가가자 ‘외계인의 공격을 받는 주인을 도와주라’는 미션이 송신됐다.
오픈월드에서 모험을 하다가 미션을 전달받고 함께 플레이한다.
이때 근처에 다른 유저가 있다면 합심해서 미션을 클리어할 수 있다. 이처럼 스토리 기반의 미션, 돌발 이벤트, 끝없는 탐험이 <디파이언스>를 구성한다.
트라이온월드의 전작 <리프트>의 노하우를 살린 대규모 ‘다이내믹 이벤트’도 있다. 게임스컴 시연의 마지막에는 필드에 외계인의 ‘아크폴(ARKFALL)’이 떨어졌다. 다이내믹 이벤트가 일어나면 반경 내에 접속해 있는 모든 유저들에게 ‘모여서 문제를 해결하라’는 긴급지령이 전달된다.
이것이 바로 외계로부터 떨어진 아크폴. 마지막에는 보스 몬스터도 등장한다.
그렇다면 <디파이언스> 게임과 TV 드라마는 어떤 식으로 연동될까? 드라마의 해외 수출에 늦어지면 게임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트라이온월드 B2B 부스에서 수석 프로듀서 로버트 힐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쾰른(독일)=디스이즈게임 이재진 기자
오늘 PvE 미션을 보여줬는데, PvP도 있나. 기본적으로 오픈월드 PvE 플레이가 중심이다. 물론 작은 규모로 즐길 수 있는 PvP도 제공할 계획이다.
심리스 오픈월드라고 했는데, 존 방식인가. 맞다. 존 방식이지만 존과 존 사이를 이동할 때 로딩 화면이 나오지 않는다. 플레이어들은 로딩을 느끼지 못 할 것이다.
콘솔 버전의 경우 도전과제나 트로피를 지원하나. 물론이다. Xbox360 버전에서는 도전과제를 지원하고, PS3 버전에서는 트로피 시스템을 지원한다.
TV 드라마와 연동된다고 했는데, 배경도 같나. 세계관은 당연히 같은데 지역은 좀 다르다. TV 드라마는 세인트 루이스를 배경으로 한다. 게임은 샌 프란시스코가 배경이다. 드라마와 게임 사이의 인물들이 이동하면서 서로 얽히는 지점이 형성된다. (설정상) 외계인과 50년이 넘도록 싸워 왔기 때문에 살아남은 인류는 매우 지쳐 있다.
게임 플레이어들은 어떤 식으로 드라마에 등장하게 되나. 다양한 방식으로 연동될 것이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게임 속 PvP 랭킹에 오른 플레이어를 드라마 주인공들이 불러 주는 것이다. “어제 그 TV쇼 봤어? 닉네임(랭커)이 너무 잘하더라”는 대사가 나오는 방식이다.
현재 어느 정도 진행됐나. 초기 단계다. 물론 드라마도 초기 단계다. 우리와 SyFy는 제대로 함께 진행하고 싶고, 재능도 갖고 있다. 트라이온월드에는 MMORPG와 FPS를 다양하게 경험한 개발자들이 모여 있다. 또, SyFy는 <디파이언스>가 <배틀스타 갤럭티카>보다도 더 큰 프로덕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은 괜찮겠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미국 드라마가 늦게 들어오는 편이다. 게임과의 연계에 문제가 있을 것 같다. 그런 점은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디파이언스>의 글로벌 론칭을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SyFy도 사상 최초로 TV 드라마의 글로벌 론칭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 세계에 드라마와 게임을 동시에 선보이는 게 목표다.
만일 드라마가 끝날 경우, 게임은 어떻게 되나. 그래도 게임은 계속될 것이다. 물론 드라마도 계속 시즌을 거듭하게 되도록 SyFy와 함께 노력하겠다. 지켜봐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