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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게임위 “확률형 아이템 문제 해결 고민 중”

새로운 가이드라인 필요, 업체는 비협조적 태도

정우철(음마교주) 2011-09-20 23:13:03

소위 ‘확률형 아이템’으로 불리는 캐시 아이템의 사행성 문제 제기에 게임물등급위원위(이하 게임위)가 고민에 빠졌다.

 

확률형 아이템은 카차퐁, 선물상자 등 다양한 형식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임의의 아이템이 나온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문제는 게임업체들이 이를 이용해 수익을 추구하면서 해당 아이템에서만 얻을 수 있는 특별한 아이템을 선보이고 이를 통해 구매를 유도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수많은 민원제기를 통해 해당 아이템이 게임의 사행성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게임위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지 못했고 또 제시하지 않았다.

 

 

■ 게임위 “게임업체들의 비협조가 아쉽다”

 

확률형 아이템을 사행성으로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개발자가 확률 데이터를 쉽게 변경할 수 있고, 이에 따라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얻는 물품의 가치를 등급 분류할 때 판단하기 어렵다. 또, 이벤트 형식으로 단기간 확률형 아이템을 팔고 빠지는 상황에서 게임위는 손 쓸 방법이 없다.

 

현재 게임위는 등급분류 기준의 경우 확률 아이템의 결과물이 유료인지 무료인지와 손실()이 있는지를 검토하고 등급을 결정한다. 그러나 이 조차도 과거에 만들어진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게다가 최근 캐시 아이템에 대한 심의규정은 게임업체들의 다양한 최신 아이템까지 고려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게임위는 업체에 관련 자료를 요청해 이를 취합하고 새로운 규정을 고민하고 있다. 문제는 게임위와 업체의 판단의 기준이다.

 

 

게임위는 현재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주요 게임업체 10개에서 서비스 중인 게임을 대상으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섰고, 해당 업체에 아이템명, 유무료 판매여부, 금액, 당첨 아이템의 기능과 가치금액 등 데이터를 요청했다.

 

그러나 자료를 취합한 결과 업체들은 아이템의 종류와 금액, 이미지, 기능만 제공했고 사용한도, 확률, 1인당 이용건수 등은 로그기록과 연계돼 있는 비밀사항이라며 보내지 않았다. 게임위는 개발사들과 간담회를 개최하고자 했으나 해당 업체들이 모두 불참했다.

 

업체들이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확률형 아이템은 등급과 별도인 영업사항으로 사행성 판단의 기준이 아니기 때문에 내용심의 대상이 아니다”는 것이 업체들의 주장이다.

 

즉 규제 대상도 아니며 이중규제가 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자료 제출을 거부한 것이다업체들은 자료제공을 거부한 대신 지난 2008년 게임산업협회를 통해 마련한 자율준수 기준을 제대로 지켜 시장질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게임위에서 확률형 아이템 자료를 취합하기 위해 선별한 10여개 업체 목록.

 

  

■ 현재 사행성의 판단 근거는?

 

현재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등급분류 기준은 비교적 간단하다.

 

전체이용가의 경우 유료로 판매되지만 게임 진행을 통해 획득이 가능한 경우다. 반면 캐시로만 구입할 수 있는 경우는 12세 이용가로 구분하고 있다. 이외에도 확률에 따라 꽝이나 구매한 금액보다 가치가 낮은 아이템이 나오는 경우도 변수가 된다.

 

하지만 이는 외부에서 볼 때도 상당히 미흡한 수준이다. 확률형 아이템은 결과를 무작위로 배출해 상위 가치 아이템에 대한 기대심리를 발생시켜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게임머니나 캐시 투입이 과도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미성년자 이용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적용되는 기준에 따르면 무작위 아이템을 획득하는 경우 손실이 없는, 100% 아이템을 얻으면 사행성 모사가 아닌 일반 아이템을 구매하는 행위로 판단하고 있다. 때문에 게임위 내부에서도 등급 기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기준을 도출하는 것이 급선무다. 게임위는 이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가이드라인이 게임업계에서 봤을 때는 또 다른 규제로 받아들일 수 있다. 강제 셧다운제 등 이중규제 몸살을 앓고 있는 게임업계의 주장을 게임위가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게임위 전창준 정책지원 팀장은가차폰의 예를 들어 꽝이 나오면 사행성, 아무런 물건이라도 나오면 아니면 사행성이 아니다현재 게임위는 정확한 지침이나 기준이 없다. 내부에서도 아이템 가치 손실 기준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위가 확률형 아이템의 문제을 면밀하게 검토를 하고 있다.

 

 

■ 게임위-유저-업체의 관점이 다르다

 

아이템의 가치 손실 문제도 유저의 관점에서는 전혀 다른 판단을 하고 있다.

 

게임업체에서는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는 일반 아이템을 주더라도 유저 입장에서는 쓸모 없는 아이템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또 확률 상승 아이템의 경우 이익을 주는 기능이지만, 이를 통해 아이템 구매를 유도할 경우 사행성이 될 수도 있다.

 

확률형 아이템의 문제를 규정할 수 있는 손실에 대한 기준이 게임위-업체-유저가 모두 다르다. 결국 지금 시점에서는 지난 2008년 게임업체들이 한국게임산업협회를 통해 만든 ‘캡슐헝 유료 아이템 서비스 자율준수 규약’을 지키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해당 자율준수 규약의 내용을 모두 지킬 경우 현재 발생하는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업체가 이를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불이익을 받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과연 현실적으로 지켜지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게임위 이수근 위원장은 “해당 자료를 요청하면 업체들은 게임위가 왜 비즈니스 모델에 관여하려고 하는지 물어보면서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확률형 아이템은 그 모델이 게임 속 내용물이다. 게임 외적으로 마케팅을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게임의 일부이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업체들이 만든 자율준수 규약을 충실히 이행한다면 지금 같은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업체들이 스스로 지키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우리가 보기에는 자율준수 규약은 사문화된 권장사항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게임물 등급위원회 이수근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