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Cyber Games(이하 WCG) 최초의 스타2 중계가 2일차에 삐걱거렸다.
온게임넷은 25일 용산 e스포츠 상설 경기장에서 WCG 2011 스타크래프트2 한국대표선발전 32강 B조 경기를 진행했다. 비교적 무난한 중계였다는 첫 날과 달리 2일차에서는 매끄럽지 못한 진행으로 인해 관계자와 팬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 게임 끊김 현상, 선수들 경기력 저하
PC의 사양으로 인한 끊김 현상과 그래픽 옵션 문제는 임재덕(IM)과 고병재(FXO)의 1경기 때부터 불거졌다. 경기 시간 1시간 전에 경기장에 도착한 임재덕은 오랜 시간 동안 세팅을 했지만 끊김 현상을 해결하지 못한 상태로 경기에 임했다.
문제의 원인은 PC 사양과 GSL과 다른 세팅 환경 때문이었다. 스타2 플레이가 원활하지 못한 PC 환경임을 인지한 임재덕은 ‘최하 옵션’으로 게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 내내 ‘끊김 현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운영 체제가 윈도우7이 아니라 XP라는 점도 선수들이 세팅에 어려움을 겪게 만들었다.
결국 임재덕은 1경기 샤쿠라스고원에서 올인성 공격을 시도했다가 막힌 뒤 제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며 패배하고 말았다. 비록 승리하기는 했지만 임재덕은 패자전에서도 최상의 환경에서 경기를 하지 못했다.
슬레이어스는 현장 PC 상태를 본 뒤 원활한 경기 진행을 위해 여의도에 위치한 숙소에서 PC까지 공수해올 정도였다. 하지만 윤영서는 현장과 주최측의 사정으로 인해 준비한 개인 PC도 사용하지 못했다.
▶ 맵 버전 문제, 보이콧 불사까지
승자전에서도 큰 문제가 불거졌다. 선수들에게 통보한 맵 버전과 실제 버전이 달랐던 것. WCG 측은 선수들에게 안티가조선소 GSL 버전을 사용한다고 알렸지만, 막상 경기가 진행된 맵은 래더 버전의 안티가조선소였다.
이 같은 문제는 1일차 32강 A조에서도 발생했었다. ‘해병왕’ 이정훈(프라임)이 경기 진행 중 경기 중단 상황이 발생하자 채팅으로 옵저버에게 맵 버전을 물어봤고, GSL 버전이 아닌 래더 버전임을 확인한 뒤 경기에 임했다.
고병재(FXO)와 윤영서(슬레이어스)의 문제는 더욱 심각했다. FXO의 이형섭 감독은 맵 버전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주최 측에 경기 중단을 요청했으나, 경기가 중단되기 전에 GG가 나와버린 것. 이후 주최측과 FXO, 슬레이어스는 재경기에 대한 논의를 하며 긴 시간을 보냈다.
게다가 재경기 여부가 결정되지도 않은 과정에서 중계진의 입을 통해 ‘승자전 재경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며 양 게임단은 더욱 강렬하게 항의했다. 슬레이어스 측은 GG가 나온 상황에서 재경기는 불가하며 선수가 직접 경기 중단을 요청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고, FXO는 경기 중단을 요청했으나 그 전에 경기가 끝났고 주최 측이 경기 맵을 정확히 하지 못했기 때문에 재경기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 문제는 FXO 측이 승패를 받아 들이고 고병재가 최종전에 출전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슬레이어스와 FXO는 각각 ‘대회 보이콧’까지 거론할 정도로 마음이 상했고, 주최측은 대의적 차원에서의 이해와 양보만을 부탁하는 답답한 모습을 보였다.
확인 결과 대회 전까지 선수들은 모두 GSL과 같은 버전의 맵을 사용하는 것으로 공지를 받았다고 한다. 곰TV 측도 GSL 버전의 맵을 사용하는 것을 허락했다. 하지만 WCG 측은 래더 버전으로 경기를 진행하는 운영 미숙 문제를 드러냈다. 이로 인해 고병재, 윤영서 외에 최종전을 오랜 시간 기다리던 임재덕도 피해를 봤고, 시청자들은 영문도 모르는 채로 다음 경기가 언제 시작할지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WCG 측은 “향후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하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경기 중단에 대한 가이드를 만들어 오늘 중 모든 게임단에 공지하겠다”고 말했다.
▶ 스타2 재미 반감시킨 옵저빙 시스템
32강 A조 중계 직후에도 지적된 옵저빙 문제는 32강 B조에서도 나아지지 않았다. 게임 해상도가 낮아 답답한 중계가 이어졌고, 그래픽 설정을 최대치로 끌어 올리지 못해 유닛이 파괴되는 효과가 밋밋해 GSL, MLG, IEM 등 기존의 스타2 대회에 익숙한 팬들의 눈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그래픽 효과 외에도 스타2의 다양한 옵저버 시스템을 활용하지 못하는 게임 연출도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또한 SD 송출 버전과 HD 송출 버전의 게임 연출 화면이 달랐던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대해 상당수의 팬들은 관련 커뮤니티를 통해 “전용준, 엄재경, 김정민의 중계만 좋았다”, “스타2의 재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중계가 아쉽다”는 의견을 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