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까지 (게임업계와의) 전쟁에서 계속 패해 왔다. 하지만 셧다운제를 계기로 이길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고 본다.”
여성가족부가 주최하고 한국청소년상담원 청소년 희망센터 주관으로 30일 서울 YMCA 대강당에서 열린 ‘청소년의 보호받을 권리와 인터넷 게임중독 대토론회’에서 토론의 좌장을 맡은 박철웅 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오른쪽 사진)는 이와 같이 말했다.
이번 토론회는 여성가족부가 ‘인터넷 게임중독을 보호권, 발달권 등 청소년의 권리보호 측면에서 재조명하고, 한편으로는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실효적 지원방안을 모색하기 위해’라는 취지로 개최한 행사다.
청소년 인터넷 게임중독 관련 연구자, 청소년상담지원센터 관계자, 청소년과 학부모, 이 사안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 등이 참여해 토론회는 성황을 이뤘다.
박철웅 교수는 “토론회에 참석한 여러분들은 모두 거룩한 성전에 참여한 전투사들이다. 지금까지는 계속 게임업계에 밀려 왔지만, 이제 이길 수 있는 단초(셧다운제)를 마련한 만큼, 앞으로는 청소년계 역시도 좀 더 호전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수면권 보장을 위해서도 셧다운제는 의미가 있다”
이번 토론회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장근영 연구위원과 한국청소년상담원 인터넷중독대응TFT 배주미 팀장의 발제가 먼저 진행된 후, 두 사람을 포함해 총 6명의 참석자가 토론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장근영 연구위원(오른쪽 사진)은 ‘인터넷 중독과 청소년의 권리’라는 발제문을 통해,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명시된 아동의 ‘네 가지 기본권’(생존권, 보호권, 발달권, 참여권)의 시점에서 인터넷 게임중독의 문제를 살펴봤다.
장근영 연구위원은 “인터넷이나 게임 자체가 유해하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인터넷 중독 자체는 분명 유해하다. 우리는 아동의 보호권 관점에서 이에 대한 보호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다행히 우리나라는 인터넷 중독에 대한 ‘치료’ 시스템 자체는 잘 갖춰져 있고, 노하우가 생겼고, 전문인력도 양성되었다. 그 결과 2007년 이후부터는 인터넷 중독 증가세가 점점 꺾이고 있는 추세다”고 말했다.
장근영 연구위원은 “하지만 인터넷 중독 문제에 시달리는 사람 자체는 줄어들지 몰라도, 저연령층, 그리고 ‘고위험군’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이는 전반적으로 보면 인터넷 중독 문제가 완화되고 있지만, 반대로 특정 계층에 대해서는 집중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이를 감안해서 정책을 수립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장근영 연구위원은 “한편 ‘발달권’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인터넷 중독 문제가 아니라고 해도 별로 좋지 못한 게 현실이다. 특히 ‘수면시간’이 문제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현재 40세에서 44세 사이의 어른들보다도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청소년들이 인터넷 중독과 함께 강한 학업부담에 시달리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그런 면에서 보면 셧다운제는 청소년들의 수면권을 일부 보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가 있다고 본다. 다만 꼭 인터넷 중독만 제재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학원 심야 운영 제한, 청소년 여가시간과 여가활동 확대 등 청소년들의 학업부담을 줄이고, 인터넷과 게임 외에도 다양한 여가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 “셧다운제는 학부모를 도와주는 법이다”
이어서 발제에 나선 배주미 팀장은 “현재 한국청소년상담원은 인터넷 게임중독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치료캠프인 ‘레스큐 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레스큐 스쿨에서는 인터넷 게임중독에 시달리는 학생들을 일정기간 동안 인터넷과 격리시키고, 다양한 문화활동 및 치료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주미 팀장은 “레스큐 스쿨을 통해 치료를 받는 청소년들 중 상당수는 비교적 ‘고위험군’에 속하기 때문에, 게임을 못 하게 하면 폭발적으로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는 등 인터넷 중독의 폐해를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그들 중 상당수는 경제적인 여건으로 인해 부모가 저녁에도 일을 하기 때문에 부모가 제어하고 싶어도 자식들의 심야 게임 이용을 막을 수가 없다. 그런 여건이 안 되는 부모들은 이번 셧다운제를 통해 국가가 나서서 막아주는 것을 정말로 좋아한다”고 말했다.
배주미 팀장은 “물론 그렇다고 해서 셧다운제가 완벽하다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부모가 해야 할 일을 왜 국가가 나서서 하는가? 지나친 과보호가 아니냐? 라고 반발하는데, 현실적으로 자식들의 인터넷 중독은 부모가 막기 정말 힘들다. 부모가 아무리 막아도 청소년들은 힘을 모아서 부모의 힘을 무력화한다. 나처럼 인터넷 게임중독 치료의 일선에 서있는 실무자들은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셧다운제 같은 법이야 말로 부모를 도와주고, 나아가 아이들을 도와주는 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장근영 연구위원과 배주미 팀장의 발제에 이어 토론에 참여한 4명의 참석자들이 발표한 내용은 다음 기사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