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해외게임, 아무리 잘 만들어졌다고 해도 영어로 되어 있다면 그 재미를 100% 느낄 수는 없습니다. 이는 게임 외에도 영화, 드라마, 음악 등 대부분의 문화 콘텐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영화는 자막으로 상영하고, 드라마는 더빙 혹은 자막처리로 우리 앞에서 선보입니다. 게임의 경우 현지화 작업을 통해 더빙과 자막은 물론 그래픽 변화 등 많은 변화를 볼 수 있습니다. <길드워 2>의 한글화 버전의 경우 개인적으로 남다른 느낌을 받습니다.
적어도 국내에서는 초기 버전부터 전시회 버전, 개발버전, 한글화 버전을 모두 경험해본 한 명의 유저로서 한글화는 미로 같은 던전을 헤치고 나와 최종보스 앞에 다다른 용자의 느낌입니다. 뭔가 시원하면서도 앞으로 넘어야 할 벽을 마주한 것 같다고 할까요?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 눈 뜬 심봉사의 기분을 만끽하다
<길드워 2>는 캐릭터 생성부터 한글판과 영문판의 느낌이 다릅니다. 개인 스토리를 중시하는 게임의 콘셉트 때문에 자신의 성향은 물론 캐릭터의 배경까지 일일이 선택해야 합니다. 해외 게임쇼에서 체험했을 당시에는 솔직히 말해서 ‘어쩌라고?’라는 생각이 있었죠.
농민으로 태어났던, 귀족으로 자랐던, 가난뱅이로 생활하던 실제 게임에서는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게임에 들어가서는 영어로 뭔가 말해주기는 하는데 큰 감흥을 얻지 못했습니다.
나름 10년 이상 영어를 배웠고 독해하는 것은 자신이 있지만 크게 다가오는 무엇인가는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길드워 2> 한글버전은 처음부터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동안 나름 질릴 정도로 <길드워 2>를 접해왔던 저에게 새로운 게임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죠. 캐릭터를 처음 생성하면서부터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게 합니다.
앨리맨탈리스트를 선택하고 처음 캐릭터를 만들 때 진실의 여신 코미르를 섬기며 어떠한 때라도 매력을 잃지 않는 귀족출신, 하지만 누이의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불에 대한 애정을 가진 앨리멘탈리스트로서 앞으로의 여정을 머릿속에 그리게 되더군요.
마치 손의 감각으로 심청이의 얼굴을 만지고 이를 머리 속에 그려야만 했던 심봉사가 눈을 뜬 이후 직접 딸의 얼굴을 보고 기뻐하던 그 기분이랄까요? 짧은 순간이지만 눈으로 직접 보고 뇌로 느끼는 것과 뇌 내의 언어번역기관(?)을 거치고 난 뒤의 느낌은 게임의 재미를 180도 바꾸어 버립니다.
자기가 누구인지 확실히 이해한다면 게임 속에서 더 많은 스토리를 만들어 갈 수 있다
■ 깔끔한 한글화, 게임의 이해도가 높아진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한글화가 되면서 게임의 이해도는 대폭 높아집니다. 특히 스킬에 대한 이해도는 한글화 덕분에 빠르게 이해하고 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더군요.
<길드워 2>의 스킬 아이콘은 보기도 좋고 게임에도 잘 어울리도록 아레나넷의 장인들이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려 직접 그려냈습니다. 문제는 아이콘만 보고는 이게 어떤 스킬인지 잘 알 수 없다는 것이죠. 직접 사용해보고 효과를 확인하고 나서야 어떤 스킬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직관적이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용의 발톱이라는 스킬이 있습니다. 아이콘으로는 단순히 빨간색 화살표가 3개 그어져 있죠. 솔직히 영문버전으로 플레이 했을 당시에는 불화살이 나가는 줄 알았다가 크게 당황한 경험을 했습니다. 단순하게 화염공격을 하는 스킬인데 발톱형태로 발동되는 것뿐이었으니까요.
한글화 버전에서는 마우스 오버랩 되면 나타나는 스킬 설명덕분에 자연스럽게 스킬에 대한 이해를 돕습니다. 영어로도 되어 있었지만 해석해서 이해할 바에는 한번 쓰는 것이 더 빨랐으니까요.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문어체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영어버전의 대사들이 한국어로 바뀌면서 완전한 구어체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는 점입니다. NPC와의 대화가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이 아닌, 사람과 직접 대화하는 느낌이 되면서 스토리 이해와 몰입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됩니다.
지나가던 주민이 퀘스트를 던져주는 다이내믹 이벤트
■ 더빙을 통해 상황판단과 현실감의 증가
중요한 것은 <길드워 2>의 전체 시스템이 보고 듣고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다이내믹 이벤트를 통해 주변의 상황을 전달받고 이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게임의 기본 콘셉트 입니다. 즉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면 게임을 즐기는데 큰 걸림돌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을 주변에서는 괴물과 적들이 공격해와서 도움을 청하고 있지만, 유저가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대충 영어를 해석할 수 있다고 해도 구어체를 문어체로 받아들이는 한국 유저의 입장에서는 아무런 감흥도 없습니다.
‘Help Me!~’와 ‘사람 살려~’의 느낌은 확연히 다릅니다. 그리고 글로 읽는 것과 사람이 실제 말하는 것은 또 다르게 느껴집니다. <길드워 2> 한글판은 체험판임에도 불구하고 NPC의 모든 대사와 음성이 한국어로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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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빙은 유명 성우를 기용해 현실감 있는 목소리로 들려줍니다. ‘장비가 멈추지 않아~ 안돼! 안 되잖아~’의 악몽을 가지고 있는 유저들이라면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습니다. 40분간 플레이 가능한 체험판 속에서 기용된 성우는 40여 명에 달합니다. 각각의 인물은 모두 자기만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셈이죠.
완벽히 한글화된 퍼스널 스토리 미션과 다이내믹 이벤트를 통해 게임 속의 주인공이 자기 자신이라는 현실감이 한층 증가합니다. 한마디로 게임에 더 몰입해서 플레이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언어를 눈으로 보는 것과 귀로 듣고 이해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빠르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귀로 듣는 것이겠죠.
■ 그래픽도 일부 현지화 작업 마쳤다
마지막으로 눈여겨 볼 점은 그래픽도 일부 한국적인 감각에 맞춰있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게임스컴과 아레나넷에서 직접 즐겨본 <길드워 2>의 캐릭터는 서양게임의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스타 버전은 차이를 보입니다. 너무 서양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꽃미남과 꽃미녀만 등장하지도 않습니다. 게임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아슬아슬한 수준에서 동양의 미적 감각을 최대한 선보이고 있더군요. 백 마디 말보다 한 번 보는 것이 좋다고 했습니다.
게임스컴 버전과 지스타 버전의 캐릭터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면 그 차이를 명확하게 알 수 있게 됩니다. 직접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