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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하루 지난 셧다운제, “2개월 뒤가 문제다”

20일에 시행된 온라인게임 셧다운제 첫 날 점검

정우철(음마교주) 2011-11-21 20:27:21

셧다운제도가 시행된 20일, 혼란은 없었다.

 

게임업계는 셧다운제도가 시행되는 20일보다 2~3일 앞서 셧다운제도를 적용했다. 갑작스러운 혼란을 막고자 서버 점검 기간에 셧다운 시스템을 미리 도입했다. 이는 게임 유저들을 대상으로 계도기간을 갖기 위한 사전 조치다.

 

이 과정에서 성인 유저까지 이용이 제한되는 해프닝은 있었지만 이내 정상화됐다. 하지만 셧다운제가 시작된 20일은 별 탈 없이 넘어갔다.

 

 

■ 셧다운 첫날 “혼란은 없지만 실효성은 글쎄?”

 

셧다운을 적용한 20일 자정, 접속이 안 된다는 문의들이 일부 접수됐으나 전체 이용자의 접속 차단과 같은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셧다운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남아 있는 상태다.

 

먼저 셧다운제가 실행됐지만 정착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을 전면 차단했다고 단정짓기 힘들다. 통계에 따르면 심야시간에 게임을 이용하는 청소년은 5% 미만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은 이미 셧다운제를 회피할 수단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16세 미만 유저들은 부모님의 주민등록번호 등을 도용한 계정을 통해 게임에 접속하고 있다. 이 점에서 계정 거래 등을 통해 자신의 계정이 아닌 타인의 계정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 게임은 셧다운제도가 큰 효력이 없다.

 

기준 없는 규제 적용에 대한 불만도 불거졌다. 동일한 게임에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것도 하나의 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경우, 접속이 원만했던 북미 서버 접속와 달리, 최근 베타테스트를 시작한 국내 서버는 셧다운제를 적용하고 있다.

 

또한 가입자 정보를 수집하지 않는 블리자드의 클래식 배틀넷은 셧다운 예외 항목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가입자 정보가 없는 MS의 Xbox Live서비스는 이용요금을 부과한다는 이유로 셧다운제에 포함됐다.

 

결과적으로 PSN은 유저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어 Xbox Live는 추가 비용을 요구한다는 이유로 셧다운제 적용을 받게 됐다. 유저들의 혼란은 없었던 반면, 게임업계의 혼란은 점점 커지고 있다.

 

셧다운제도가 20일 시행되면서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16세 미만은 접속이 차단됐다.

 

 

■ 해외업체들의 국내 서비스 불안

 

콘솔게임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이하 PSN)는 16세 미만의 가입 및 서비스 차단에 들어간 반면,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 LIVE 서비스는 현재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언제 차단될 지 모르는 상황이다.

 

Xbox360의 경우, 콘솔게임 내부에 부모의 자녀 게임이용 제한 시스템이 적용돼 있다. 그러나 여성가족부의 셧다운제를 적용할 경우, 부모가 자녀를 지도한다는 것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셈이 된다. 때문에 애꿎은 성인 이용자도 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겪을 수 있게 됐다.

 

반면 Xbox Live는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고 있다. 셧다운제를 도입하려면 한국 서비스만을 위해 개인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결국 최악의 경우, MS는 유예기간이 지난 이후에는 Xbox Live의 한국 서비스를 차단하거나 성인을 포함한 이용자 전체를 셧다운에 포함할 것도 고려할 수도 있다.

 

이외에도 해외 업체들이 국내 개발사를 통해 개발 및 서비스를 추진하던 프로젝트도 중단 위기에 몰렸다. 셧다운제도와 같은 규제가 큰 장벽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해외 업체들은 아직 어떤 판단을 해야 할지 혼란에 빠졌다.

 

실제 몇몇 해외업체들은 한국 진출을 생각했다가 셧다운제 도입으로 진출 자체를 백지화하거나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체 관계자는 “글로벌 스탠다드와 표현의 자유를 중요시하는 해외에서는 국내의 셧다운제 도입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진출을 위해 셧다운제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보다 한국 시장을 포기하는 게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Xbox360은 부모가 자녀의 게임이용을 통제하는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다.

 

 

■ “규제의 쓰나미는 2개월 뒤에”

 

업계에서는 셧다운제 유예기간이 끝나는 내년 1월 이후가 더 큰 문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규제 강화는 물론 서비스를 중단하는 해외업체도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계정 도용의 부작용에 대해 여성가족부는 향후 계정 본인 인증제 도입을 통해 주민등록번호 도용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일단 2개월 동안의 유예기간 동안 셧다운제의 실효성을 검토한 후 문제점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셧다운제도의 유예기간은 내년 1월까지다.

 

그러나 이 같은 방침은 정부의 정책과 어긋나고 있다. 계정 본인 인증제의 경우, 또 한 번의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의 주요 포털과 옥션, G마켓, 인터파크 등 인터넷쇼핑물에 개인정보 약관 수정을 명령했다. 이에 대해 해당 사이트들은 주민등록번호를 수집·보관하지 않기로 하면서 개인정보 보호법 시행에 들어갔다.

 

만약 셧다운제의 추가 조항으로 계정 본인 인증제가 적용될 경우 주민등록번호 수집에 이어 전화번호, 신용카드 번호 등과 같은 개인정보를 추가로 수집해야 한다. 이는 개인정보 보호법에 대치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유예 기간이 끝나는 2개월 이후, 그리고 이번에 예외 대상이 된 모바일, 스마트폰 등의 재검토가 들어가는 2년 뒤가 더 큰 문제다. 이미 실효성이 없어 해외에서는 사라진 법안을 밀어붙인 만큼 여가부는 추가 규제안을 만들어 시행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계정 본인 인증제는 이미 내년 1월 시행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