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앵그리버드>의 개발사인 로비오가 페이스북 소셜게임 거인 징가의 22억5천만 달러(약 2조5,762억 원)의 인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타임즈는 징가가 로비오에 인수를 제안했고 로비오가 이를 거절했다고 지난 28일 보도했다. 양사는 모두 이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밝히지 않는 상태다.
징가의 제안을 거절한 것은 로비오 뿐이 아니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지난 7월 징가는 <플랜츠 대 좀비>의 제작사 팝캡의 인수조건으로 9억 5천만 달러(약 1조 1천억 원)를 제시했으나 실패했다.
징가 사내 팀간의 치열한 경쟁에 대한 소문을 전해들은 팝캡의 설립자가 7억 5천만 달러(약 8,600억 원)의 현금과 주식, 추후 성과에 따른 5억 5천만 달러(약 6,300억 원) 추가 제공 옵션을 제안한 EA의 조건을 받아들였다.
징가의 로비오 인수 제안 금액은 팝캡보다 무려 2배 이상 높을 정도로 금액이 많다. 로비오의 거절에 대해 뉴욕타임즈는 징가의 엄격한 사내 문화와 기업공개를 앞둔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로비오가 거절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징가의 적은 내부에 존재
징가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과 월 스트리트 출신의 CEO 마크 핀쿠스(Mark Pincus)의 지휘 하에 <시티빌>, <팜빌> 등 각각의 팀이 자치주와 같이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체제는 직원들에게 긴 근무 시간과 끊임없이 데드라인을 압박하고 있다. 카페 직원부터 임원에 이르기까지 능력수행평가에 따라 모든 것을 수치화하여 관리하는 체제는 강경한 사내 분위기를 조성했다.
스스로를 데이터 광이라고 칭한 CEO 핀쿠스는 인텔이 개발한 “목표와 주요 결과(Objectives and Key Results)”란 시스템을 매 분기마다 적용하여 업무수행 목표를 설정, 대략 3,000명의 직원과 모든 게임의 진행상황을 관리해왔다.
그 결과, 설립 4년만에 징가는 세계에서 가장 큰 페이스북 소셜게임 회사로 성장했으며, 2011년 첫 9개월동안 매출이 8억 2천 9백만 달러(약 9,500억 원)을 기록하며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났다.
끊임없이 평가에 시달리는 직원들과 매번 빡빡한 데드라인에 시달려온 개발자들 중 일부는 살아 남았지만,쓴 맛을 본 이들도 있다. 몇몇 전직 징가 직원들은 CEO 핀쿠스로부터 감정이 실린 큰 꾸지람을 듣거나, 상관의 위협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말할 정도다.
최고의 실적을 내는 직원들은 달콤한 휴가와 10만 달러(약 1억 원) 상당의 주식을 선물 받았으나, 실적이 부진한 직원은 해고했다. 2009년 3월, 징가는 고용시스템을 체계화하고 실적이 안 좋은 직원들을 골라내기 위해 전문가 콜린 맥크리어리(Colleen McCreary)를 고용하고 그 해 여름까지 약 30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 경쟁사들, 징가의 인재를 노려라
승승장구하던 CEO 핀쿠스의 경영방침은 2009년 <팜빌>을 비롯한 다수의 징가게임에 영향을 줬던 마이미니라이프(MyMiniLife)를 인수한 이후 첫 번째 심각한 반발에 부딪혔다.
마이미니라이프가 징가에 인수된 이후 늘어난 근무시간과 엄격한 데드라인 압박에 시달리던 프로젝트 매니저가 팜빌이 한창 잘 나갈 때 돌연 퇴사했고, 다수의 개발자가 동반 퇴사했다. 징가는 급하게 다른 직원으로 대체했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징가의 기업공개가 성큼 다가오자, 징가에 불만이 있는 직원들이 기업공개 후 보유 주식을 팔고 퇴사하려는 직원들을 잡기 위해 경쟁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부 리쿠르팅 업체는 150여명의 징가 직원에게 벌써 달콤한 제안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EA의 인재개발 담당 가브리엘 톨레다노(Gabrielle Toledano)는 “많은 경쟁사들이 징가의 주식을 처리하여 단물을 빼먹은 직원들을 붙잡기 위해 준비할 것으로 본다. 경쟁사들은 창조적인 인력에게 보다 흥미진진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 징가와 CEO 핀쿠스는 변신중
다급해진 징가는 변화를 모색 중이다.
CEO 핀쿠스는 그의 목소리 톤을 고치고 보다 건설적인 비판을 하는 방법을 코치 받고 있으며, 그의 경영 스타일을 부드럽게 하고자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엔 외부 컨설팅업체를 고용하여 직원 및 임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을 입체적으로 분석한 보고서를 받았다..
지난 달 핀쿠스는 직원들의 비판의 목소리를 담은 1,600 여 건의 탄원서를 받았다. 그는 기업공개가 되자마자 주식을 팔고 떠날 것이라는 등의 몇몇 가혹한 구절을 언급하며, 징가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직원들의 도움이 필요함을 인정했다.
벤쳐캐피탈 엘리베이션 파트너(Elevation Patners)의 설립자 로저 맥나미(Roger Mcnamee)는 “징가는 경영자가 도를 넘어선 예로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연구 대상이 되기 보다 기업가 정신이 최고조에 다다른 예로 남기를 바란다. 징가의 이야기는 경영자들에게 충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