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3년째 열린 지스타는 온라인게임 분야에서 세계적인 게임쇼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습니다. 매년 양적 팽창을 거듭했는데, 지난해 지스타 2011은 B2C 관람객과 B2B 성적 모두 전년 기록을 깼습니다.
특히 B2B관은 ‘짧은 기간에 이렇게 많은 온라인게임 업체를 만날 수 있는 게임쇼는 지스타뿐’이라는 해외 업계 관계자들의 말처럼 28개국 384개 업체가 참여해, 온라인게임 비즈니스 교류의 장으로 자리 잡았죠.
하지만, 구슬도 꿰어야 보배랬는데, 아직까지 잘 꿰어지지 않고, 뒹굴고 있는 구슬도 여전히 있었습니다. 지스타 2011에 대한 해외업체의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설문을 모으는 과정 등에 시간이 걸려 기사가 다소 늦게 나온 점, 먼저 양해를 구합니다. /디스이즈게임 홍민 기자
디스이즈게임의 설문조사에 참여한 업체는 국내외 64곳으로 온라인게임 퍼블리셔와 개발사가 다수였다. 그 밖에 소수의 컨설팅, 솔루션 업체들이 설문에 참가했다.
설문 결과는 각 업체 담당자의 경험이 반영된 것으로, 전체를 대변하기에 부족함이 있다. 그럼에도 이런 콘텐츠를 기획한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외 참가사들의 평가를 통해 국제적인 게임쇼를 지향하는 지스타를 보고 싶은 바람 때문이다. 이제 양만큼 질도 따질 때가 됐다.
지난해 지스타에 대한 평가를 요약하면 이렇다. 온라인게임에 관한 최고의 행사다. 덕분에 많은 업체들과 미팅을 가졌다. 하지만, B2B 부스의 시설과 위치는 전년에 비해 훨씬 나빠졌고, 비즈니스 매칭은 여전히 미흡하다. 네트워킹 행사도 기대에 못 미쳤다. 더불어 매년 발표되는 수출상담액은 의미가 없다.
한편, B2C에서 가장 인상적인 게임과 부스는 <리니지이터널>과 엔씨소프트, B2B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스는 이노바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 지스타 2011 만족도
온라인게임 행사로서 다른 게임쇼와 비교한 지스타 2011의 만족도는 1등이었다. 독일 게임스컴, 미국 E3, 중국 차이나조이, 일본 도쿄게임쇼를 누르고 2010년 디스이즈게임 설문조사에 이어 2년 연속 최고의 온라인게임 행사로 뽑혔다. 지스타와 게임스컴이 경쟁자들과의 격차를 더 벌리고 있는 상황이다.
계속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지스타, 하지만 참가업체들은 칭찬과 함께 세심한 지적도 잊지 않았다. 세부사항별로 어떤 부분이 만족스러웠고, 더 나은 행사를 위해 개선할 점은 무엇인지 짚어봤다.
지스타 2011 개최에 앞서 해외에 충분한 홍보활동이 이뤄졌는지를 묻는 문항에 67%의 업체가 “만족”, “매우 만족”, 27%는 “보통”으로 답변해 대부분의 업체가 지스타의 사전 해외홍보는 잘 됐다고 평가했다.
69%의 업체가 “만족” 또는 “매우 만족”으로 응답했다. 중국어권 업체의 경우 과반수가 “보통”이라고 답변한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현장에서 만난 업체들 중 부스 참가를 하지 못한 해외업체들은 부스 신청이 너무 빨리 마감됐다며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B2B 부스의 시설과 위치 만족도는 조직위 입장에서는 좀 억울한 면도 있을 듯하다. 벡스코의 공간 자체에 구조적인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계속 참가사들이 많아지다 보니, 궁여지책으로 B2B관을 1층, 2층, 3층으로 나누었지만, 1층은 벡스코의 오른쪽 끝에, 2층과 3층은 왼쪽 끝에 위치하게 됐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2010년에 “매우 만족” 31%, “만족” 50%였으나 지난해는 “매우 만족” 18%, “만족” 37%로, 전년에 81% 이상이었던 매우만족과 만족이 55%까지 떨어졌다. “약간 실망”, “매우 실망”도 2010년에는 2%에 불과했으나 지난해는 22%로 늘었다.
특히, B2B관의 분리 설치가 업체 관계자들에게 제대로 홍보되지 않아 3층에 위치한 B2B관 입주 업체의 경우 사람이 없어 소외감을 느끼기도 했다는 불만까지 나왔다. 일부 업체들에게는 긴 이동시간 때문에 미팅시간을 줄이거나 약속 펑크까지 경험하면서 최악의 행사로 기억되게 만들었다.
비즈니스 매치메이킹은 지스타 기간 중 업체들 사이의 미팅 스케줄을 관리해주는 시스템인데, 3년 전 처음 등장한 이후 꾸준히 불만이 제기됐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매치메이킹 시스템에 대해 “매우 만족”했다는 업체는 한 곳도 없었으며, “만족”이 43%, “보통” 43%, “약간 실망”과 “매우 실망”이 14%로 나타났다. 실제로 업체들은 매치메이킹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 개별 이메일을 사용했다는 답변도 있었다. 이와는 별도로 조직위원회에서 매치메이킹 시스템을 너무 늦게 열어줘 이미 이메일로 약속을 다 잡았다는 업체도 있었다.
업체들은 매치메이킹 시스템의 콘셉트가 좋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실용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인터페이스의 불편함 등 개선할 부분이 많다고 의견을 모았다.
2010년까지 대부분의 해외업체들은 지스타 첫째 날(목요일)과 둘째 날(금요일)에 대부분의 미팅을 소화하고 토요일에 자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셋째 날인 토요일 일정까지 완전히 소화하는 업체가 대부분일 정도로 미팅 횟수가 많았다.
업체별 미팅 수는 31건 이상이 34%, 21~30건이 26%, 11~20건이 32%를 기록했다. 8%만이 10건 이하의 미팅을 진행했다.
B2B 부스 참가업체 중 희망하는 곳에 제공됐던 대학생 통역 파트타임 서비스는 “매우 만족” 29%, “만족” 31%, “보통” 27% 등으로 반응이 나왔다. 그런데, 서구권 업체의 경우 과반수의 업체가 “만족” 이상으로 응답한 반면, 국내 업체의 경우 업체의 절반이 “보통” 이하를 답해 대체적으로 국내업체들의 통역 만족도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스타 오프닝 행사와 노보텔에서 열렸던 네트워킹 파티에 대한 만족도는 10%가 “매우 만족”, 34%가 “만족”, 43%가 “보통”, 13%가 “약간 실망” “매우 실망”으로 조사됐다.
18%가 “매우 만족”, 44%가 “만족”, 35%가 “보통”, 3%가 “약간 실망” “매우 실망”이었던 2010년과 비교 그냥 그랬다는 의견이 많아졌다. 반면, 매우 만족 또는 만족했다는 의견은 2010년 72%에서 지난해 44%로 크게 하락했고, 실망 또는 매우 실망도 3%에서 13%로 늘었다.
오프닝 행사의 경우 정부 관계자가 도착할 때까지 식사도 제공하지 않고 1시간 가까이 대기했던 점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 네트워킹 파티의 경우, 음식이 턱없이 부족했던 2010년과 달리 다양하고 충분한 음식이 제공되는 등 한층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단, 노보텔 내에서의 위치안내 부족은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파티에 참석하려던 필자 역시 잠깐 헤매고 있었는데, 마침 장소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외국업체 관계자를 발견하고 안내해서 같이 참석한 경험도 겪었다.
지스타 폐막 후 한국콘텐츠진흥원 보도자료에서 매번 발표되는 수출상담액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국내업체들에게 물었다. 설문에 참가한 36개 국내업체 중 35곳이 수출상담액은 의미 없는 숫자라고 응답했다.
지스타 B2B관의 성격은 인사, 소개 같은 업체 네트워킹과 쇼케이스 등의 성격이 강한데, 그런 자리에서 수출상담액을 가늠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어차피 수출상담액은 참가업체 수가 증가하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수치라는 이야기다. 한 국내 게임업체 관계자는 “바쁜 와중에 대충 적어서 내는 수치라 공신력이 없다”고 언급했다.
업체 관계자들이 꼽은 지스타 2011의 가장 인상 깊은 게임은 무엇일까? 1위를 차지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이터널>(16표)이 2위 <디아블로3>(6표), 3위 <삼국지를 품다>(4표)를 꽤 큰 차이로 앞섰다.
이런 결과가 B2C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스 선택에도 영향을 주었는지 엔씨소프트 부스가 26%로 1위, 네오위즈게임즈 부스가 17%로 2위, 블리자드 부스가 13%로 3위를 차지했다.
매년 최고의 B2B 부스 자리를 놓치지 않는 러시아 퍼블리셔 이노바(Innova).
지스타 2011에서도 인상적인 부스 디자인을 뽐냈다.
B2B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스는 매년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러시아의 이노바가 21%의 지지로 1위, 부스 내부에서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고 편안한 카페 분위기를 연출했던 스마일게이트 부스가 중국 텐센트와 함께 10%의 지지를 얻어 공동 2위를 차지했다.
호응이 좋았던 카페 콘셉트의 스마일게이트 B2B 부스.
■ 매년 반복해서 지적되는 문제들
지스타의 B2B관은 짧은 기간 동안, 비교적 적절한 비용으로, 다수의 업체와 만날 수 있어 국내외 업체들이 앞다퉈 참가하는 온라인게임 최고의 비즈니스 행사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 가장 불만이 많았던 협소한 장소는 2012년 5월 제2 벡스코가 완공되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참가업체들로부터 매년 꾸준히 불만이 제기되고 있지만 고쳐지지 않는 다른 이슈들도 있다.
온라인게임 강국의 게임쇼에 어울리지 않는 부족한 유·무선 인터넷 지원은 반드시 해결되야 하는 이슈다. 원활한 유선 인터넷 지원은 기본이고, 다양한 모바일 기기의 대중화와 모바일게임의 성장에 맞춰 무선 인터넷(Wi-Fi) 지원도 필수다. 업체들도 원활한 미팅과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B2B관에 안정적인 Wi-Fi 환경을 구축해 줄 것을 희망했다.
부족한 해외매체의 참여 역시 아쉬운 점으로 지적됐다. E3, 게임스컴, 도쿄게임쇼가 열리는 기간에 참가업체의 현장 뉴스와 인터뷰 기사 등이 쏟아지는 것과 달리 지스타는 해외매체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업체들은 한국 외에 영문, 중문, 일문 등 다양한 언어로 지스타 관련 기사가 배포된다면, 지스타에 참가하지 않는 해외업체들에게도 좋은 마케팅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밖에도 불편한 웹사이트, 효과적인 이벤트 위치안내와 안내책자의 부재, 지스타 기간 중 숙박 예약의 어려움 등이 매년 반복되는 문제로 나타났다.
설문에 응한 업체들은 대부분 이미 지스타에 3차례 이상 참가해 경험이 많다. 이들은 전문적인 담당자가 있는 E3와 차이나조이는 계속 발전하는 데 반해, 지스타는 필수적인 서비스가 개선되지 않는다고 실망의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 벡스코 공간이 확장되는 지스타 2012에서는 이러한 문제점들이 최대한 개선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