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을 입은 앳된 소녀들이 폐허가 된 도시에서 거대한 무기를 휘두르며 적과 싸웁니다. 아직 프로토타입이지만 캐릭터의 움직임과 배경은 잘 만든 일본 애니메이션을 떠오르게 합니다. 라이언게임즈에서 개발 중인 <소울워커>의 첫인상입니다.
실제로 <소울워커>는 개발 단계부터 원소스멀티유즈도 고려 중입니다. <소울워커>의 특징인 현대 판타지 세계관이 라이트노벨로 이어지기 좋고, 일본 애니메이션 분위기의 그래픽은 소년만화와 잘 어울립니다. 메인 타겟인 10대 후반의 유저들을 겨냥하려면 다양한 매체를 위한 접근은 필수입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기반이 되는 온라인게임이 잘돼야 한다는 전제가 붙죠. 애니메이션 같은 게임 <소울워커>의 첫인상과 궁금증을 디스이즈게임에서 정리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기사 하단에 <소울워커>의 배경음악이 자동으로 재생됩니다.
인터뷰에 앞서 라이언게임즈의 <소울워커> 시연이 시작됐습니다.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분노의 ‘해머스톨’과 복수의 ‘체인블레이드’ 두 가지. 캐릭터를 고르고 나면 폐허가 된 도시 클라우드림에서 게임을 시작하게 됩니다.
어느 날 ‘공백’이 찾아온 도시 ‘클라우드림’은 대부분의 인간이 사라지고 폐허로 변했습니다. 공백의 단서를 갖고 있는 메이즈(미로)를 클리어하고 도시를 복원하는 게 플레이어의 역할입니다.
길가에는 고장난 전차와 무너진 선로, 쓰러진 간판 등이 아무렇게나 방치돼 있습니다. 세기말 혹은 자연재해를 다룬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보던 장면들입니다. 작은 소품이 많고, 색감도 수수한 탓에 게임그래픽보다는 배경에 일러스트를 깔아둔 듯한 느낌이 들죠.
폐허 골목에 위치한 수상한 문을 클릭하자 메이즈로 돌입합니다. 시연에서 공개된 메이즈는 ‘올드먼 인터뷰’. 회사에 묶이기라도 한 듯한 직장인이 적으로 나오고, 메이즈 속에서도 회사 임원을 위해 봉사하는 우울한(?) 곳입니다.
애니메이션 그래픽을 강조한 만큼 전투는 과장돼 있습니다. 소녀들은 자신의 몸만한 거대한 무기를 자유자재로 휘두르고, 스킬이나 공격이 적중했을 때의 이펙트도 굉장히 크죠. 그만큼 몰이사냥에 가까운 시원시원한 전투가 펼쳐집니다.
시점자동전환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에 전투를 시작하면 적과의 위치, 장소 등에 따라 시점이 바뀝니다. 이펙트가 한 화면에 가득 찰 정도로 시원시원한 시점이죠. 이 밖에도 좁은 방에서 적에게 포위된 플레이어의 등 뒤에서 화면을 비춰주거나, 보스전에서 시점을 멀리 미는 등 상황과 연출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도 엿보입니다.
양복을 입은 남직원들(?)과 여직원들(?)을 물리치자 바닥이 무너지는 간단한 컷신이 나오고 보스전이 시작됩니다. 보스는 책상 가득 결재 서류를 올려둔 게으른 임원. 양쪽 다리 대신 직원을 탈것으로 이용하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보스전에서는 두 캐릭터가 힘을 합하는 ‘합연’이 사용됐습니다. 해머스톨을 든 소녀가 적의 복부에 무기를 대고 하늘로 쏘아 올리면, 다른 소녀가 공중에서 체인블레이드로 적을 난도질합니다. 별도의 화면 속에서 합연 스킬이 진행되는 만큼 연출에 많은 공을 들인 티가 나더군요.
반대로 체인블레이드를 든 소녀가 합연을 발동하면 체인블레이드로 난도질 당한 적이 쓰러지기 직전에 해머스톨의 강력한 빔공격에 얻어맞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발동자에 따라 연출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양쪽 다리였던 사원(?)을 잃은 후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는 보스를 쓰러트리자 시연이 끝났습니다.
아직 스토리가 입혀지지는 않았지만 그래픽만으로는 짧은 애니메이션을 본 듯한 느낌이죠. 시연 후 궁금한 점을 라이언게임즈 윤장열 대표에게 물었습니다. 일문일답으로 보시죠.
그래픽이 일본 애니메이션 같다.
처음부터 애니메이션 같은 그래픽을 만들자고 의도했다. 사실 아직 각종 효과가 들어가지 않은 그래픽이다. <소울워커>에서 사용 중인 비전엔진에 대한 분석이 끝나지 않은 탓인데, 비전엔진에서 제공하지 않는 효과도 있어서 고민이다.
다행히 그래픽팀이 잘 받쳐줬다. 테스트 때에는 지금보다 훨씬 나은 그래픽을 보여주는 게 목표다.
시점전환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전투집중을 위해서다. 사실 MORPG에서 중요한 건 내 조작을 통해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전투를 만들어 간다는 점이다. 근데 이 과정에서 가장 불편한 게 시점 조작이었다. 초보자들이 제일 어려워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만약 시점과 카메라 조작이 없다면 전투조작에 더 쉽게 더 많은 신경을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결국 상황에 맞춰 시점이 자동으로 바뀌도록 개발했다. 전투 자체가 워낙 다양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보니 손은 많이 가지만 연출이나 편의성에서 그만큼 효과도 좋다.
라이언게임즈 윤장열 대표이사.
전투 방식이 궁금하다.
마우스 왼쪽 버튼으로 기본공격, 오른쪽 버튼으로 강공격을 하는 3D MORPG 방식이다. 각종 스킬을 조합할 수 있고 공중콤보 등도 들어갈 예정이다.
스토리 기반 게임은 콘텐츠 소비를 못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콘텐츠 수급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게 맵이다. 캐릭터나 다른 리소스는 제작기간이나 비용이 저렴한 편인데 맵은 비용자체가 비싸고 제작도 오래 걸린다. 그래서 <소울워커>는 다양한 모드를 통해 맵의 재활용성을 높일 방법을 강구했다.
스토리에 따라 저레벨 던전(메이즈)에 다시 들어가 새로운 보스와 싸우거나 같은 메이즈라도 모드를 바꿔서 진행하는 방식이다. 질리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순환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만들 계획이다. 메이즈 자체를 블록별로 나눠놓고 조립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모드에 쉽게 대응할 수 있다.
그럼 들어갈 때마다 메이즈가 랜덤으로 구성되나?
완전 랜덤은 아니다. 동일한 콘셉트의 블록으로 쪼개져 있고, 모드에 따라 조립방식과 내용물이 달라진다. 완전 랜덤의 경우 운이 나쁘면 플레이가 오히려 재미없어지는 경우도 있다. 투기장부터 국지전, AOS, 무한던전 등 메이즈에 따라 다양한 모드(게임방식)로 놀 수 있을 것이다.
도시 복구 상황이 다른 유저끼리도 만날 수 있나?
가능하다. 만남 자체의 제약은 없다. 대신 보이는 건 캐릭터의 스토리 진행 정도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누구는 앞 건물이 폐허인데, 누구는 이미 복원돼 있는 식이다.
이전 인터뷰에서 텍스트 위주의 스토리 진행은 지양한다고 말했었다.
특별히 어떤 장치를 통해 스토리를 알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구성만 잘하면 상황 또는 메이즈의 내용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스토리를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굳이 이걸 장황한 텍스트로 풀어내거나 건너뛰기(스킵) 일쑤인 컷신으로 보여줄 생각도 없다. 컷신도 정말 조금만 들어갈 것이다.
각 메이즈에 공백으로 도시가 파괴될 때의 사건들이 담겨 있다. 메이즈를 깨면 그만큼의 내용이 도시로 돌아온다. 그 과정에서 퀘스트를 주는 사람이나 각종 장치들이 복구되고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알아 가는 구조다.
공백이 생긴 이유는 알 수 있는 건가?
소설, 만화 등 다양한 매체로 접근하고 싶다. 애플리케이션도 내고 싶고. 세계관에 걸친 이야기들을 여기저기 분산하고 싶다. 공백이 생긴 이유도 언젠가는 밝혀지겠지만 이 게임을 통해서 나올 거라고는 확신 못한다. 다만 단서들은 주어질 것이다. 사실 공백이 생긴 이유가 밝혀지는 순간 게임은 엔딩이다(웃음).
본격적인 개발은 언제부터 시작되나?
내년 1월부터 시작된다. 목표는 2013년 오픈 베타테스트다. 현재 전투와 카메라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개발 중이다. 전투 자체가 재미있어야 다른 부분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외국 진출도 준비하고 있나?
지난 11월 지스타 2011이 열린 부산에서 많은 퍼블리셔를 만났는데 반응이 좋았다. 일단 희귀성은 있는 듯하다. 인도네시아는 이미 퍼블리셔가 내정된 상황이다. 처음 서비스를 시작할 국가는 아직 정하지 않았는데, 굳이 콘텐츠 소비속도가 빠른 한국에서부터 시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일본, 대만 등에서 성공을 거두고 충분한 콘텐츠를 확보한 후 (한국에) 들어와도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한국 서비스는 “정말 이 정도면 됐다”는 확신을 갖고 나서 시작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열심히 잘 만들겠다. 기대해 달라. 최근 개발사들이 많이 없어지거나 대형업체의 자회사로 인수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한 번 가 볼 생각이다.
<소울워커> 사운드트랙: 필드 테마, 올드먼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