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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아케이드협회 “민간자율심의 대비하고 있다”

“협회 차원에서 민간재단 설립해 자율심의하겠다”

정우철(음마교주) 2011-12-22 08:25:39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이하 어뮤즈먼트협회)가 아케이드게임기 민간자율심의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주도하고 있는 인물은 세종대학교 디지털콘텐츠학과 김동현 교수다. 그는 지난달까지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 기술심의자문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지난 1991년부터 아케이드산업을 연구하고 관련 산업의 진흥을 위해 힘쓰는 등 대표적인 아케이드게임 전문가로 꼽힌다.

 

현재 어뮤즈먼트협회는 김 교수를 주축으로 민간재단법인 설립을 준비 중이다. 게임산업연구소(가칭)라는 민간재단을 설립하고 자율심의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이 기구를 위해 업계, 학계, 법조계 등의 인물을 뽑고, 별도의 전문가를 선별해 전문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게임법 개정안 시행령 관련 공청회에서 아케이드업계 패널로 참석했던 김동현 교수.

 

 

■ “자동심의 시스템으로 부정행위 논란 잠재우겠다”

 

어뮤즈먼트협회는 민간심의기구를 전문가와 심의위원 등 대부분의 인원이 상주하는 상설기구로 만들 계획이다. 더불어 PC·온라인게임과 분리해 아케이드게임만 전문적으로 심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지금의 게임위처럼 심의위원들이 전문위원의 보고서만 보고 등급을 결정하는 것과 달리, 상주인력이 전문적이고 투명한 심의업무를 진행하겠다는 이야기다.

 

심의하는 방식도 사행성 심의(기술심의)의 경우 현행 방식이 아닌, 자동심의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일본의 ‘빠칭코’ 기기 심의처럼 다양한 I/O보드와 센서를 이용해 PC가 아케이드게임을 자동으로 플레이하고, 규정에 맞지 않는(확률, 점수 등) 데이터가 발견되면 바로 아웃시키는 방식이다.

 

사람의 개입이 없기 때문에 로비나 청탁 같은 부정행위 시비가 없어진다는 논리다. 이 과정에서 기술심의료 100만 원이 절약돼 업체가 부담하는 심의 수수료도 저렴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심의인력이 상주하기 때문에 정성적인 데이터를 만들 수 있고, 이를 통해 합법적으로 성인용 아케이드게임을 제작하는 업체와 불법 개·변조를 노리고 심의를 넣는 업체를 골라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동현 교수는 “현재 게임위는 불법과 합법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합법적으로 영업하는 업체를 불법업체와 동일시하고 있다. 새로운 심의기구를 통해 불법게임기와 불법영업을 사전에 차단함과 동시에 아케이드업계의 발전을 동시에 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합법적인 아케이드게임 시장마저 예비 범죄자처럼 취급하는 현행 등급심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어뮤즈먼트협회의 주장이다.

 

 

■ 법으로는 여전히 게임위가 아케이드 심의주체

 

어뮤즈먼트협회가 생각하는 방식에는 게임위 폐지라는 큰 전제조건이 따른다.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게임법 개정안에는 PC·온라인게임에 대한 등급심의는 민간에 이양하지만, 청소년이용불가 등급과 아케이드게임기에 대한 등급심의는 게임위에서 유지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동현 교수는 “게임위의 가장 큰 문제는 스스로 규정을 만들어 놓고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등급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또한 공정하지 못한 심의과정과 투명하지 못한 등급분류를 하고 있다. 따라서 게임위를 폐지하고 이를 민간기구에 넘기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심의기준을 아케이드 업계가 정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 등에서 명확한 심의 규정을 만들면 민간 차원에서 투명하게 심의업무를 진행하겠다. 우리는 심의 과정을 만드는 것이지 규정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지난 11월 28일 문화부 앞에서 열린 게임법 시행령 개정안 반대 집회.

 

 

사행성 문제와 사후관리도 순리대로 풀겠다”

 

김동현 교수는 문화부와 게임위가 주장하는 사행성 문제도 새로운 심의 시스템과 영업기준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국의 오락실을 네트워크로 연결해서 실시간으로 영업장을 원격감시하고, 발생하는 수익도 국세청에 실시간으로 신고할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이 시스템의 경우 현재 성인용 아케이드게임에서 경품 제공이 가능하도록 합법적인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예를 들어, 과거처럼 대박을 노리는 게 아니라 게임을 끝냈을 경우 5만 원 이내의 경품 제공이라는 현실적인 기준을 말한다.

 

김동현 교수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실제로 지난 2006년 문화부가 삼성데이터시스템에 용역을 맡겨 설계까지 끝냈지만 <바다이야기> 사태로 인해 상품권 제공이 금지되면서 무산됐다. 이 시스템을 현재 상황에 맞춰서 적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결과적으로 어뮤즈먼트협회가 생각하는 자율심의를 통해 합법적으로 영업하는 업소와 성인용 아케이드게임기 제작사를 걸러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럴 경우 경찰 등 사법기관은 불법행위를 하는 무허가 영업소를 적발하고, 국세청은 네트워크 감시 시스템을 차단한 오락실을 단속할 수 있다.

 

김동현 교수는 “현재 성인 아케이드게임의 사행성과 불법행위는 대부분 불법영업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사행성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만들고, 이를 새로운 심의와 영업 시스템을 적용하면 지금의 사행성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중국의 경우 7~8년 동안 전면금지했던 아케이드게임을 오락실 관리 규정에 따라 자유화했다. 게임기가 불법이 아니라, 대부분의 불법행위가 영업장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업장의 불법행위에 대한 벌칙을 강화해 강력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선량한 업주들이 합법적으로 영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