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0일부터 시행된 셧다운제(16세 미만 0시~6시 인터넷게임 접속 차단). 하지만 청소년들은 그로 인한 효과가 미미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게임 접속자 수치에도 거의 변화가 없었다. 만 한 달이 지난 셧다운제의 성적표다.
22일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하자센터에서는 문화연대, 청소년인권행동아수나로, 진보신당 청소년위원회 공동주최로 ‘셧다운제 시행 한 달, 무엇이 달라졌나’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 “수면권을 침해하는 것은 결국 공부”
청소년 대표로 참석한 청소년인권행동아수나로의 닉네임 매미는 “내 친구들이나 주변의 다른 청소년들은 대부분 셧다운제에 대해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 모두 셧다운제 시행 후 크게 변한 게 없다고 말한다. 시행됐어도 성인 가족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즐길 수 있고, 셧다운제에 포함되지 않는 콘솔게임이나 모바일게임 등을 충분히 할 수 있어서 이 제도는 의미가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고 밝혔다.
또 “셧다운제의 취지가 청소년의 수면권 보장이라는데, 게임을 못 해도 셧다운제 때문이 아니라 공부 때문에 수면권이 제대로 보장되지도 않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 왜 존재하는지 아직까지도 모르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번 셧다운제에 청소년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됐는지 묻고 싶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지 않나? 최소한 게임업체에서 학교를 직접 방문하거나 학습지 사이트를 통해 여론조사를 했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 “셧다운제로 인한 접속자 수의 영향은 없었다”
게임 개발자 김종득 씨는 “셧다운제 시행 이후 과연 게임 접속자 수에 어떤 영향이 있었는지 조사해 봤다. 접속 통계를 내봤더니 실제 동시접속자 수가 줄어드는 큰 영향은 없었다. 그리고 청소년들이 성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게임을 할 것이기 때문에 30~40대 유저층이 늘어날 거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확인한 결과 늘어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전반적으로 보자면 게임 플레이 통계에서는 셧다운제 시행이 효과가 없었다. 하지만 셧다운제로 인해 일과시간 중에 게임을 집중해서 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성가족부가 자정 이후 플레이하는 청소년 유저는 1.1%라는 발표를 직접 한 바 있다. 그렇게 비중이 낮은데도 차단하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밝혔다.
그는 “결국 게임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유저들에게 교육시켜 나가는 방향이 옳지 않나 싶다. 아이의 나쁜 버릇을 고치는 프로그램에서 그 이유를 파고들어가면 결국은 부모의 문제다. 게임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활용하냐의 문제지 게임이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 “선과 악으로 나누는 이분법부터 고쳐야 한다”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연구소 박태순 교수는 “전 정권에서는 게임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지금 정권에서는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조성하고 있다. 이번 게임법 개정안에서는 다수 유저의 권익 배려는 무시된 채 근시안적 정책을 추구하고 있는데 이는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와 직결되는 듯하다. 지협적이 아닌, 거시적 측면에서 파악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얼마 전 ‘게임을 하면 짐승처럼 된다’는 발언이 있었는데 이것은 이분법적인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프랑스 철학자 미셀 푸코는 ‘광인은 미친 게 아니고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이라고 했다. 사회가 광인과 비광인을 나눠서 규정하고 손가락질하는 등 사회적으로 차별적 존재를 만든다. 짐승 발언은 이와 비슷한 인간소외 방식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그들이 선과 악으로 나눈다고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는 건 좋지 않다. 찾아서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업계도 반성해야 한다. 확률형 아이템 같은 수익모델은 게임의 예술로서의 효용가치 실현에 걸림돌이 되어 게임이 욕을 먹게 하는 측면도 있으며 게임에 대한 연구가 유해성을 입증하는 방향으로만 흐르도록 만들고 있다. 이를 최소화하고 업계 스스로 사회적 책임감과 장인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청소년을 이해하는 다양한 방법이 필요하다”
문화사회연구소 양기민 연구원은 “지금 우리는 찬성과 반대 측에서 서로를 무시하고 있다. 그들은 게임을 하지 말라고 하지만 결국 할 테고, 게임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청소년의 미래를 위해 게임이 억압돼야 한다는 게 현실이고, 지금 우리는 모든 것들을 잠재우는 ‘청소년을 보호하자’는 말에 질 수밖에 없다. 그들을 어떻게 납득시킬지가 문제다”고 말했다.
또 “규제와 돌봄은 다르다. 우리가 청소년 보호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다르게 보호한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한 예로 교육은 고정된 게 아니며 게임도 마찬가지다. 게임은 미디어 교육의 변형이다. 지금도 게임을 통해 예술이 확장되고 있다. 따라서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요즘 청소년의 감수성은 과거와 많이 다르다. 그들의 상상력은 기존 미디어의 근대적 것들과 다른 판타지적인 것들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양기민 연구원은 한 가지 예를 들었다. 얼마 전 진행된 청소년 게임 워크샵 ‘게임으로 영화찍자’였다. ☞ 관련기사 {more}
그는 “얼마 전 열렸던 ‘게임으로 영화찍자’ 행사를 통해 부모와 청소년들은 시나리오, 연기, 편집 과정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물론 이런 과정들로 인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한 청소년은 ‘게임이 나쁜 게 아니라 습관이 나쁘다는 것을 알았다’고도 했다. 이런 과정은 초기 단계다. 상상력을 키워주고 놀 수 있는 것들 많이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토론회에서 상영됐던 ‘게임으로 영화찍자’에 대한 부모와 청소년의 반응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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