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의 해. 신묘년 2011년도 마지막을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 한 해를 돌이켜보면 그야말로 ‘다사다난’ 이라는 사자성어가 어울릴 정도로 게임업계에는 다양한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중에는 게이머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준 소식이 있었는가 하면, 반대로 게이머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실망’ (失望, Disappointed)을 안겨준 소식과 돌발사건도 끊이질 않고 펼쳐졌는데요.
그렇다면 과연 2011년, 게이머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소식들은 무엇이 있었을까요? 디스이즈게임이 대표적인 ‘실망을 안겨준’ 소식들을 모아봤습니다. 미리 말하는 데 본 기사는 특정 업체를 무작정 비난하거나 비하하려는 의도로 작성된 것이 아닙니다. 만약 그렇게 생각하셨다면 정말 실망입니다. :)
/(세상을 언제나 밝고 긍정적으로 보려고 하는)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 넷마블 Vs 게임하이(넥슨)의 ‘리얼 서든어택’
2011년 상반기를 가장 뜨겁게 달군 소식이자, 게임업계에 크나큰 실망을 안겨준 소식이라고 하면 역시나 <서든어택>의 퍼블리셔인 CJ E&M 넷마블, 그리고 개발사인 게임하이가 벌인 재계약 분쟁입니다.
이 분쟁은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넷마블과 재계약하지 않고 <서든어택>을 직접 서비스하고 싶었던 넥슨(게임하이)과, 어떻게든 포털 내 최고의 인기 게임인 <서든어택>을 계속 붙잡고 싶었던 넷마블’이 계약 만료 1달여를 앞두고 펼친 한편의 막장 블록 버스터라고 보시면 됩니다.
아니 ‘막장’ 이라는 표현이 전혀 과장이 아닌 것이. 당시 양사가 펼친 분쟁을 보면 언론을 이용해 대놓고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진실공방을 펼치는 것은 기본이요.
개발사는 서비스사 몰래 유저DB를 이전하는 패치를 제작하다 걸리고(이른바 ‘인식표 시스템’), 이에 서비스사는 개발사의 게임에 대한 접근을 막아버리고, 다시 그 개발사는 서비스사의 방어를 뚫고 유저DB를 이전하는 기능을 활성시키는 외부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누가 최첨단을 달리는 게임회사 아니랄까 봐 그야말로 최첨단 기술들을 보여줬습니다.
물론 넷마블과 게임하이(넥슨) 측은 당시 분쟁에 대해 겉으로는 ‘모든 것은 유저를 위해!’를 외치긴 했습니다만…. 글쎄요. 정말 그럴까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당시의 분쟁은 <서든어택>을 즐기던 유저들에게 정말 크나큰 혼란과 실망을 안겨줬다는 사실입니다.
이 사건 이후, 게임업계에서는 개발사/퍼블리셔 간의 '유저DB' 소유에 대한 교통정리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 2011년엔 …어? 안 나오잖아? ‘대작 실종’
게임업계는 사실 1년 전만 해도 상당히 큰 기대 속에 2011년을 맞이했습니다. 바로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 앤 소울>, NHN의 <테라>, XL게임즈의 <아키에이지>, 블리자드의 <디아블로 3> 등. 2011년에는 당장이라도 서비스를 시작할 것만 같았던 대작들이 우후죽순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오랜만에 ‘BIG 3’니, ‘BIG 4’니 같은 단어도 기사 속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대했던 대작 타이틀 중 정작 서비스를 개시한 것은 <테라> 하나뿐이었습니다. <블레이드 앤 소울>은 지난 9월 2차 CBT 이후 2012년 초에나 3차 CBT, 혹은 OBT를 실시할 예정이고 <아키에이지>는 현재 4차 CBT 중입니다. <디아블로 3>는 아예 국내에서 CBT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현금 거래 경매장 때문에 CBT를 하고 싶어도 계속 보류가 되고 있는 <디아블로 3>
꼭 저들 게임이 아니라고 해도, 올해는 유독 각 게임회사들의 기대작으로 손꼽히던 작품들의 수난이 많아 게이머들이 많이 실망했습니다.
개발 기간 5년에 개발비용 200억이‘였다’는 초이락게임즈의 <베르카닉스>는 아예 프로젝트 자체가 ‘전면 재검토’ 라는 이름 하에 개발진 100여 명이 해산되었고, 역시나 만만찮은 대형 프로젝트인 <KUF 2>는 올해 CBT는 했지만 여전히 기약이 없습니다.
2006년 첫 영상 공개 이래 도대체 몇 번이나 게임을 뒤엎는지 모르겠는 위메이드의 초장수 개발 게임 <NED>는 최근에 또 크라이 엔진 3로 엔진을 바꿨다고 하며, 엠게임의 자존심 <열혈강호 2>는 최근 진행한 CBT에서 그 자존심에 생채기만 냈습니다.
과연 2012년에는 ‘대작’에 목마른 국내 유저들의 갈증을 풀어줄 게임들이 나올 수 있을까요? 많은 기대를 해봅니다.
언리얼 엔진 3로 개발되고 있었지만, 개발자 100여 명이 전원 해산된 <베르카닉스>
■ 이쯤 되면 대작 트라우마 걸릴 지경… ‘테라’
그래서 결과적으로 2011년에 서비스를 시작한 게임 중 가장 게이머들의 많은 기대를 받은 ‘대작’, ‘블록버스터’ 게임은 블루홀스튜디오의 <테라>였습니다.
실제로 서비스 직전, <테라>에 대한 유저들의 기대치는 저 하늘을 뚫어버려 다크스타에 닿을 정도로 드높았습니다. 서비스사인 NHN은 2011년 한 해에만 800억원에서 최대 1000억 원의 매출을 기대한다며 한껏 고무되었죠.
하지만 실제 뚜껑을 열고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테라>의 성적은 당초 기대했던 ‘그 정도’ 성적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OBT 첫날에는 동시 접속자수 15만명 이상을 찍고, 한 때나마 <아이온>을 제치고 PC방 순위 등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초반 돌풍을 일으키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부실한 콘텐츠와 느린 속도의 업데이트, 계속 논란을 야기한 사냥터 밸런스 등의 문제점이 속출하면서 유저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는데요.
그래픽은 정말 최고다! 그래픽은!
결국 NHN은 당초 1,000억 원이라고 했던 연 매출 기대치를 반토막인 500억 원으로 하향시켰습니다. (8월 2분기 실적발표) 또 서비스 5개월만인 지난 5월 26일에는 서버통합을 실시하고 말았습니다. 이후 블루홀스튜디오와 NHN은 일본진출에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일본에서도 오는 1월 25일, 서비스 5개월만에 서버 통합이 예정돼 있어 순탄치 않은 길을 걷고 있습니다.
당초 개발비 400억 원이라는 흔치않은 대작이기 때문에 많은 기대를 받았던 <테라>. 유저들의 기대가 높았던 만큼 아쉬움이 컸는데요. 그나마 2011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탔고, 여전히 업데이트가 진행되는 만큼 2012년에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해봅니다.
지난 도쿄 게임쇼 때 관람객들에게 뿌려진 <테라>의 홍보물. '제작비용 30억 엔(약 445억 원) 이상의 차세대 MMORPG 초대작'이라고 써있다.
■ 더 이상 개인정보는 없다. ‘메이플스토리 계정정보 유출’
2011년 유독 구설수가 많았던 게임업체를 꼽자면, 역시 넥슨을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서든어택> 재계약 사건부터 시작해 올해 그야말로 별의 별 일을 다 겪었던 넥슨은 2011년 종료를 약 1달여 앞둔 지난 11월 말, <메이플스토리> 1,300만 명의 회원정보가 해커에 의해 유출되는 초대형 악재를 맞았습니다.
특히 넥슨은 11월 18일에 해킹이 있었음에도 24일에서야 그 사실을 확인했고, 이후 하루가 지난 25일에 관계당국에 신고하고 유저들에게 알려 ‘늑장대응’ 이라고 비난받았는데요. 어쨌든 넥슨은 서민대표를 포함한 임직원들이 공개된 자리에서 고개를 숙이고, 이후 신작 및 대규모 업데이트 홍보를 자제하는 자숙하는 시간을 가져야만 했습니다.
유저들 역시 '더 이상 개인정보는 없고, 공용정보만 있구나' 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는데요.
1,300만 명의 유저 정보가 해킹당한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지만, 그래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향후 게임업계가 소중한 고객들의 개인정보 보관 및 보안에 대한 대책을 다시 점검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기왕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거, 좀 확실하게 고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난 11월 28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넥슨 임원진이 사과하고 있다.
[실망 of the 실망] 게임 폭력성과 중독성 논란, 그리고 ‘셧다운’
게임을 ‘천것들의 천박한 놀이’ 내지는 ‘우리 자식의 서울대행을 가로막는 사악한 사탄의 무리’ 정도로 여기는 무리들이 심심하면 게임업계를 두들겨 패는 거야,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만. 특히 2011년에는 ‘쿨타임만 됐다’ 하면 각종 언론매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이 게임의 ‘폭력성’, 그리고 ‘중독성’(과몰입)을 걸고 넘어지며 게임업계를 구타했습니다.
이 때문에 저 같은 '깨어있는' 언론인과 게임을 사랑하는 수 많은 평범한 국민들은 크나큰 실망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는데요.
MBC의 한 기자는 PC방에서 전원을 내린 후, 흥분하는 게이머들을 보고 “순간적인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라는 2011년을 빛낸 최고의 유행어 중 하나를 만들었다.
게임업계를 향한 집단구타는 ‘순간적인 상황 변화를 받아 들이지 못하고 폭력 게임의 주인공처럼 난폭하게 변해버렸다’, ‘게임 때문에 뇌가 짐승인 아이들이 늙고 또 죽어가고 있다’, ‘게임을 하면 정자가 줄고 죽음에 이른다’ 같은 소크라테스가 무덤을 박차고 뛰어나와 울고 갈만한 주옥 같은 명언들로 쏟아졌고. 기어이 기어이 지난 11월에는 ‘셧다운’ 제도가 시행됨으로써 화룡정점을 찍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정말 실망스러운 사실은 이게 끝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가정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오늘도 불철주야 노력하시는 위대한 여성가족부 및 학부모 단체 여러분들은 어떻게든 셧다운 제도를 모바일과 콘솔 게임기로 확대시키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으며, 한 발 더 나아가 게임중독(과몰입) 방지기금을 마련코자 게임업체의 매출 일정비율을 강제로 징수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셧다운제는 시행 한 달이 지난 현재,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뭐 그분들의 순수한 의도에 의심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저 하나만 부탁하는데, 2012년에는 부디 선량한 게이머들에게 더 큰 실망감을 안겨주지 말았으면 합니다. 정말 소박한 꿈을 꿔봅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