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후원하고 한국청소년상담원이 운영하는 인터넷 레스큐 스쿨(게임중독 치료센터)이 게임중독 사례를 과장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국내 매체 뉴스 토마토는 이러한 내용을 보도했다.
이러한 지적은 놀이미디어교육센터 권장희 소장이 쓴 책 <우리 아이 게임 절제력>에 나온 인터넷 레스큐 스쿨의 사례 때문이다. 청소년상담원에서도 이 책의 내용을 인용해 현금지급기 고장의 원인이 게임중독 때문이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권 소장은 작년에 나온 자신의 책에서 “인터넷 레스큐 센터에서 게임을 하지 못하게 한 학생들이 현금지급기 버튼을 마구 눌러 사흘 만에 두 대가 모두 고장 났다. 이는 반복적으로 게임을 하면 뇌신경 회로가 굳어져 무의식, 습관적으로 게임을 하게 되는 생생한 사례”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해당 현금지급기를 운영하는 은행의 반응은 달랐다. 은행 측은 장난이 심한 청소년이 수련원을 방문하는 시기에는 현금지급기 고장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실제 통계를 봐도 인터넷 레스큐 스쿨이 운영되는 국립청소년수련원은 청소년 이용기간이 많은 방학기간(6월~8월, 12월~2월)에 현금지급기의 고장률이 높다.
특히 인터넷 레스큐 스쿨이 열리지 않는 12월에 가장 높은 고장률을 보이고 있다. 통계적으로 게임중독과 현금지급기의 고장은 관계가 없지만, 권 소장과 여성가족부에서는 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인터넷 레스큐 스쿨은 인터넷 중독 고위험군 청소년들을 모아 10박 11일 동안 합숙시키며 치료하는 프로그램으로 여성가족부의 예산으로 운영된다. 지난해 2억4,000만 원이었던 예산은 올해 9억 원으로 늘어났다.
현재 여성가족부는 게임중독 치료 기금마련을 목적으로 한 게임업계 매출 1% 기금 징수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 인정받지 못하는 게임 뇌 이론, 도대체 왜?
권 소장은 지난해 3월 열렸던 ‘인터넷 중독예방 기금 마련을 위한 기업의 역할’ 토론회에서 한 발언으로 논란을 만든 적이 있다.
당시 그는 “게임중독에 빠진 아이들은 전두엽 발달이 늦어져 모든 일에 반사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짐승과 같은 성향을 보인다. 게임 때문에 얼굴은 사람인데 뇌가 짐승 같은 아이들이 있다”며 이른바 ‘게임을 하면 짐승의 뇌가 된다’는 말을 했다.
권 소장의 책 <우리 아이 게임 절제력>의 도입부에도 ‘유년기 게임 아이의 뇌를 파괴한다’로 이른바 짐승의 뇌 이론을 다루고 있다.
이는 일본 모리 아키오 교수의 ‘게임 뇌의 공포’ 이론에 근거를 두고 있다. 아키오 교수는 “게임을 하는 동안 전두엽을 사용하지 않으며 이는 인간성을 담당하는 뇌의 부분을 저하시켜 결과적으로 짐승의 뇌와 다를 바 없게 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도 아키오 교수의 이론은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한 가설로 치부되고 있다. 장기나 바둑, 심지어 운동을 하는 경우에도 전두엽의 활동이 없으며, 아키오 박사가 뇌파 측정에 사용한 기기도 스스로 만든 것이어서 결과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학계에서는 이에 반박하는 실험을 통해 아키오 교수의 이론은 모순덩어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증을 거치지 않은 학설 하나를 통해 게임중독을 과장하는 것이 오히려 게임을 유해물로 기정사실화하려는 문제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