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의 해, 2012년 임진년(壬辰年)을 맞아 디스이즈게임에서는 세계 최고의 스타크래프트2 리그 GSL(Global Starcraft2 League)에 대해 이야기하는 특별기획, ‘신년좌담 GSL을 말하다’를 준비했습니다.
‘신년좌담 GSL을 말하다’에서는 GSL에 관련된 e스포츠 관계자 대표를 초대해 지난 2011년 GSL 투어를 분석하고 평가하고 2012년 GSL 투어의 발전과 성장을 함께 도모하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e스포츠팀 심현 팀장이 사회를 맡은 ‘신년좌담 GSL을 말하다’에는 곰TV의 채정원 팀장, 스타크래프트2 게임단 대표로 스타테일 원종욱 감독, 스타크래프트2 선수 대표로 임재덕 선수(IM) 참가해 각 주체별로 GSL에 대한 생각과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밝혔습니다.
GSL를 진행하고 참가하는 각 주체들은 GSL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GSL과 스타2 e스포츠 업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지금부터 만나보시죠. /진행=디스이즈게임 심현 기자, 정리=김경현 기자, 사진=이정한 기자
‘GSL의 주인공은 선수, 하지만 선수도 먹고 살아야 한다’
대부분의 스타2 선수들은 소속된 팀으로부터 연봉을 받지 못하며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대기업 소유의 프로게임단에 소속되어 상금과 연봉을 버는 스타1 선수들과 가장 많이 비교되는 부분이다. 실제로 선수들의 경제 상황은 어떨까? 연봉이 없는 상황에서 GSL 출전 상금으로만 생활을 하는 것이 가능할까? 아무래도 이 주제에 대해서는 선수 대표 임재덕의 생각이 가장 궁금했다.
TIG> 지난해 결산을 하면서 선수들의 상금 역시 데이터를 내봤다. 전체 선수들의 평균 연봉을 내봤더니 천만 원 정도로 나오더라. 물론 상위 선수들은 상금으로만 생활할 수 있는 수준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밑에 선수들은 현실적으로 힘들지 않나?
임재덕> 물론 그렇다. 하지만 스타1이건 스타2건 이 부분은 마찬가지다. 밑에 있는 선수들은 다 힘들다. 그런데 애매한 선수들이 있다. 4강에도 갔고 잘하는 선수인데 상금으로만 살기는 힘든 상황이다. 우리 팀에는 안호진 선수가 있는데 팀의 운영도 힘들고 상금도 크게 확보를 못하면 어떠한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 나는 사실 선수들의 선택이나 입장은 모두 이해한다. 해외 팀 중에서 나에게도 제안을 한 팀들이 있다. 사실 나는 안 갔다. 가고 싶어도 내가 나가면 팀이 흔들리고 나는 현재 상금이 있기 때문에 굳이 갈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돈을 많이 벌지 못하고 어중간한 상황이었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TIG>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단 활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임재덕> 숙소 생활을 하면 연습을 하기에는 정말 좋다. 그런 부분 덕분에 성적이 잘 나온 것도 맞다.
원종욱> 가장 큰 것이 안정적인 연습이다. 우리 팀의 경우는 김성제 선수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이 모두 숙소 생활을 하는데 팀 안에서 짜여진 연습 스케쥴을 소화하며 전략이나 경기력 향상에 대한 논의를 많이 한다. 그런 활동들이 중요하다. 숙소 생활을 하지 않고 그렇게 잘하는 선수들은 스스로의 노력과 마인드가 좋아야만 한다. 하지만 어린 선수들은 그렇지 못하다. 그런 선수들은 게임단에서 잡아줘야 한다고 본다. 게임단의 가장 큰 가치는 숙소 생활이다. 게임 뿐만 아니라 사회 생활을 배운다. 유대감, 예의도 배우게 된다. 학교이자 회사인 곳이 바로 게임단 연습실이다.
임재덕>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이 바로 이거다. 말주변이 너무 없어서 답답하다(웃음).
‘프로의식 부족은 누구의 문제인가? 협의체는 있어야 할까?’
2011년 GSL의 출범과 함께 결성된 공동체는 ‘스타2협의회’다. 하지만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 2011년 9월 24일 시스템의 한계를 느끼고 더 나은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해체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스타2협의회 해체 이후 일부 선수들이 고의로 경기에서 져준다거나 패배를 강요하는 등 프로답지 못한 행동을 저질러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많은 선수 및 관계자들은 선수들의 소양을 교육하고 게임단간, 게임단-선수, 게임단-리그 주최사의 의견을 조율할 새로운 협의체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TIG> 스타2 협의회 해체 후 프로의식 부족과 관련된 문제가 몇 차례 발생했다. 변현우와 최종환의 고의 패배에 대한 논란이 대표적이다. 선수들에게는 그런 부분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누군가가 이끌어가야 하지 않나 하는 지적이 있다.
채정원> 우리한테 하라는 이야기 같다(웃음). 물론 그렇게 생각은 한다. 우리가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TIG> 아, 그런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그런 역할을 할 단체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말이다. 지금은 스타2 협의회도 없고 뭔가 행사를 진행하거나 의견을 취합할 단체가 전혀 없는 상태다.
원종욱> 협의체는 무조건적으로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예전 스타2협의회는 강제성을 전혀 가질 수 있는 단체가 아니었다. 선수 징계 같은 것은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스타2 게임단들이 리그를 참가하고 게임단을 잘 운영하려면 리그 주최사, 게임단들이 모두 관여할 수 있는 협의체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소양교육 문제도 있지만 선수, 팀간 이적 문제나 계약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중간에서 중재할 만한 기구가 전혀 없다. 물론 지금까지는 큰 사건이 없지만 언젠가는 정말 큰 문제가 나올 수도 있다. 고의 패배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은 정말 유감이다. 나름대로 게임단에서 교육을 했음에도 문제가 생기는 것은 정기적으로 공식력을 가진 소양 교육이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협의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문제가 또 하나 있다. 스타1 쪽에서는 올해 4월부터 스타2를 한다는 이야기가 계속 돌고 있다. 알게 모르게 다 돌고 있다. 그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협의체는 꼭 필요하다. 그들과 싸우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의 상황에 맞게 대처하고 협의를 해나가야 하며 목소리도 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그런 단체는 꼭 필요하다.
또한 물 밑에서 진행되고 있는 케스파, 블리자드, 곰TV의 스타2에 관한 이야기 중에서 공개 가능한 부분은 게임단들과 함께 공론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팬들도 마찬가지다. e스포츠 팬이다. 스타1, 스타2 나눌 필요도 없는 것이다. 좁은 판에서 싸우는 것도 문제이고 말이다. 상생하면서 살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고 찾는 것이 옳은데 그런 공론화 문제나 토론, 팬들의 의견 수렴을 위해서는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생각은 한다.
TIG> 스타2 협의회를 다시 결성할 생각은 없나? 확실히 필요성이 느껴진다.
원종욱> 나는 하고 싶다. 생각은 있다. 하지만 감독들만 모인다고 해서 되는 문제는 아니다. 아시다시피 감독들이 게임단 일만 하는 것도 힘든 상황에서 협의체 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감독이 별로 없다. 그리고 단체가 공신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뒷받침도 필요하고 개별 사무국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해야 할 일 아닌가? 하루 아침에 바로 진행될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 해야 한다고 본다. 곰TV, 게임단 감독들이 모두 모여서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보는 것이 어떨까 싶기도 하다.
TIG> 사실 작년에 협의회, 연맹, 협회를 구성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새해를 맞아 공개적으로 감독들과 곰TV, 제3의 중재자를 둬서 미팅을 다시 했으면 좋겠다. 선수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이고 계약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대한 빨리 이러한 논의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곰TV도 빠질 수 없다고 본다. 선수들이 이 리그에 출전하고 있지 않은가? 서로의 생각을 들어봐야 하고 제3의 중재자가 꼭 필요하다.
‘스타1 게임단이 스타2를 시작한다면?’
새로운 협의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기존의 스타1 게임단들이 스타2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현재 스타2 게임단들이 어떤 상황에 빠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튀어 나왔다. 다소 민감한 주제이기는 하지만 집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한치 앞의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우리나라 e스포츠 업계 상황에서 상대적 약자인 스타2 게임단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TIG> 스타1 게임단이 스타2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많이 알려졌다. 실제로 여러 가지 제안들이 있었다. 스타1 게임단들의 스타2 진출 움직임은 사실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이것이 문제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일단 스타2 게임단들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원종욱> 자세하게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그와 관련된 제안을 받았다. 사실이다.
임재덕> 나도 마찬가지다. 그런 제안을 받았고, 다른 선수들을 소개해달라고도 하더라. 일부 선수들은 예전 스타1 소속 동료들에게 노하우를 주기도 한다. 나 역시 그런 경우가 있는데 사실 대충 해주는 편이다. 내 전략을 다른 스타2 선수도 아니고 갑자기 나타난 스타1 선수들에게 줄 수는 없지 않은가?
TIG> 그런 이야기다. 스타2 게임단 입장에서는 고민이다. 큰 문제이기도 하다. 확실히 경제력이나 영향력에서 스타2 게임단들이 약자의 입장이라고 본다.
원종욱> 고민이다. 다 같이 고민을 해봐야 할 문제다. 솔직히 말하면 스타1 게임단이 스타2 게임단을 팀으로 인정을 해줄까도 의문이다. 지금 스타2는 다 배제하고 전향한다는 이야기도 돌았고 말이다. 솔직히 그들과는 경제력으로 경쟁이 안 된다. 돈 주면서 선수 데려가면 어떻게 막나? 그런 것들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대처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TIG> 선수 입장에서 스타1 게임단의 영입 제안을 받으면 어떨 것 같은가?
임재덕> 선수들은 당연히 흔들린다. 예전에 들어봤는데 아예 못하는 선수들, 코드A에 올라올까 말까 하는 선수들을 많이들 원한다고 하더라. 싸게 데려다가 키우겠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어떤 선수에 대해서는 나에게 얼마 주면 올 것 같은지, 소개를 해달라고 하는 게임단도 있었다. 그러면서 한 명이 그렇게 가기도 했다.
TIG> 곰TV는 대책을 세울게 없나? 이에 대한 대처가 가능한가? 독점 사업자인 동시에 많은 스타2 선수들이 GSL과 GSTL에 출전하고 있다.
채정원> 스타1 게임단이 넘어와도 현재 스타2 선수들이 더 잘하면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은 하기도 한다.
원종욱> 여기서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만약에 스타1 게임단 기업들이 스타2를 하기 시작한다. 그 팀들이 GSTL에 나오고 싶다고 한다면 제재하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다. 맞나?
채정원> 우리는 제재하지 않는다. 그럴 수가 없다. 예전에 클래식 때 당해보지 않았나?
원종욱>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 궁금하다. 만약 스타1 쪽에서 스타2를 한다면 우리가 진출이 가능하냐 싶은 것이다.
TIG> 그렇다. 이 논의가 중요하다. 조금 첨삭을 하자면 곰TV가 가지고 있는 최고의 기조는 현재의 스타2 선수들과 게임단을 지키자는 것이다. 나 역시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타1 게임단이 스타2 게임단으로 전향하고 GSL이나 GSTL에 나오는 것에 제한을 두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존의 스타2 선수들도 그쪽의 대회에 나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줘야 하지 않겠는가? 그것이 곰TV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다. 그 외의 다른 문제들은 게임단이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 또한, 결정이 된 내용은 없지만 너무 공론화되지 않고 물밑으로 이뤄지는 것이 사실이다. GSL과 스타2 게임단을 운영하고 있는 주체들은 기존의 리그 풀이 축소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더 커지면 커져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스타1, 스타2 게임단이 교류하고 협력하는 것이 참 좋은 그림 아닌가? 그런 배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곰TV, 경쟁력을 고양하는 것은 게임단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이 정도로 정리하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자.
* 5부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