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가 밸브의 <DotA> 상표권 등록신청을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블리자드는 작년 11월 미국특허청(USPTO)에 <DotA>의 상표권 등록을 반대하는 문서를 제출했다. 블리자드는 “상표권등록 반대신청을 통해 경쟁자인 밸브가 블리자드와 팬 커뮤니티에 의해 7년 이상 독점적으로 사용돼온 <DotA>의 상표권 등록을 막고자 한다”며 그 근거를 조목조목 명시했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 주말부터 영어권 외신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블리자드의 주장은 이렇다. <DotA>라는 상표는 지난 7년 동안 블리자드의 <워크래프트 3>와 함께 독점적으로 사용됐다. <DotA> 자체가 <워크래프트 3>의 MOD(변형게임)에서 시작됐으며 MOD를 배포한 것도 블리자드와 그의 팬들이다.
<DotA>를 즐기려면 <워크래프트 3>가 필요하고 <DotA>에 등장하는 많은 캐릭터와 스킬도 <워크래프트 3>에서 비롯됐다. <DotA>의 플레이도 블리자드의 배틀넷을 통해서만 이뤄진다. <DotA>라는 브랜드 자체가 소비자(플레이어)의 마음 속에서 블리자드 및 <워크래프트 3>와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반면 밸브는 <DotA>라는 상표를 이용해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도 만들어 공개한 적이 없다. <DotA>의 상표가 형성되는 데 어떤 기여도 하지 않은 만큼 밸브의 <DotA> 상표권 등록은 블리자드가 7년 동안 쌓아 올린 호의를 도용하려고 한다는 게 블리자드의 주장이다.
블리자드는 반대 문서에서 <워크래프트 3>의 MOD 제작도구인 월드 에디터를 자세히 소개하며 이를 이용한 결과물 중 하나가 <DotA>였고, 월드 에디터로 이뤄진 MOD는 <워크래프트 3>가 있어야만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월드 에디터는 유저와 블리자드 사이에 라이선스 합의(EULA)가 있어야만 이용할 수 있으며 블리자드의 동의 없이 <워크래프트 3>와 월드 에디터를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다는 점도 명시했다.
밸브는 블리자드의 주장에 반박하고 나섰다. 블리자드가 <DotA>의 상표권 분쟁을 일으킬 명분이 부족한 만큼 블리자드의 반대신청을 기각해 달라고 미국특허청에 요구했다. 미국특허청의 공판일정에 따르면 늦어도 2013년 2월 초까지는 <DotA>의 상표권에 대한 판결이 나와야 한다.
한편, 밸브가 <DotA> 상표권으로 구설수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밸브는 지난 2010년 8월 미국특허청에 <DotA>의 상표권을 등록했다. 밸브의 상표권 등록직후 <DotA>의 전 개발자들이 독립해 만든 개발사인 라이엇게임즈에서는 “수 백 명이 함께 만든 <DotA>를 밸브가 가로채려고 한다”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라이엇게임즈는 <DotA>의 상표권을 공유하겠다는 취지에서 같은 이름의 <DotA> 상표권을 DotA-ALLSTARS라는 소유자 이름으로 등록하기도 했다.
2003년 <워크래프트 3>의 MOD로 처음 개발된 <DotA>는 이후 많은 버전이 개발되며 큰 인기를 누리고있다. 밸브는 <DotA>의 개발자인 IceFrog를 영입해 <DotA 2>를 개발 중이며 블리자드에서는 블리자드표 영웅을 내세운 <블리자드 DotA>를 개발 중이다.
현재 미국특허청에 등록된(LIVE) 두 개의 <DOTA> 상표권. 아래가 밸브, 위가 라이엇게임즈에서 DOTA-ALLSTARS 이름으로 등록한 상표권이다.
블리자드에서 미국특허청에 보낸 반대 신청서의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