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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게임을 청소년의 놀이문화로 인정하자”

게임문화재단 주최 심포지엄 게임문화 정책을 위한 제언

현남일(깨쓰통) 2012-02-21 17:56:14

사단법인 문화사회연구소가 주관하고 게임문화재단에서 주최한 심포지엄 ‘나는 게임이다’가 21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 라벤더 홀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심포지엄은 최근 게임업계를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각종 규제와 게임의 문화적 기능 등에 대해 발표와 토론이 활발하게 진행됐으며, 발표자들이 자유롭게 토론하는 전체토론도 진행되었다. 주제가 주제인 만큼 게임업계 및 학계, 국내 주요 미디어 관계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문화연대 대안문화센터 정소연 팀장은 “새로운 게임문화정책을 위한 제언”이라는 주제의 발표로 눈길을 끌었다.

 

이어서 토론자로 나선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디지털문화정책전공 이광석 교수 역시 게임업계에 대한 규제는 결국 ‘게임이 학교폭력의 주원인이다’는 증명되지 않은 논리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비이성적인 발상이라며, 정부의 규제를 비판했다.

 

디스이즈게임은 정소연 팀장과 이광석 교수의 발표 내용을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 게임을 청소년의 놀이문화로 인정하고 정책을 세워야 한다.

 

정소연 팀장(오른쪽 사진):지난해 11월, 수많은 논란 속에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강제적으로 차단하는 이른바 ‘강제적 셧다운제’가 시행되었다.

 

하지만 셧다운제는 시행 이후 3개월가량 지난 지금까지도 이렇다 할 구체적인 효과가 증명되지 않고 있다. 일부 미디어에서 자정 이후 게임 이용량이 이전 대비 약 4.5% 정도 떨어졌다는 기사가 나오기는 했다.

 

하지만 청소년들의 비율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어서 사실상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게임업계에 대한 규제 움직임은 계속 심해지고 있다.

 

강제적 셧다운제 외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는 이른바 ‘선택적 셧다운’, 최근에는 교육과학기술부마저 일정 시간 게임을 즐기면 강제적으로 게임을 쉬게 하는 ‘쿨링오프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규제안은 잘 보면, 게임을 규제하기보다는 청소년. 나아가 게임을 이용하는 사용자들의 행동을 강제적으로 규제한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우려된다.

 

최근 정부 일부 부처에서는 자극적인 사건들에 대해 무리하게 게임을 연관시키면서 이런 규제안을 관철하려는데, 이는 청소년들이 당연하게 누려야 할 권리인 ‘자신이 누려야 할 문화 콘텐츠를 자신이 직접 선택할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다.

 

 

일각에서는 “게임이라는 ‘유해산업’으로부터 청소년과 아동을 보호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주장을 한다. 하지만 게임이 청소년들이나 아동들에게 유해한지 어떤지는 밝혀진 것이 전혀 없다. 기성세대의 무리한 기준으로 게임을 섣부르게 유해매체로 지정해 규제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UN 아동권리협약 31조를 보면 “어린이는 충분히 쉬고 충분히 놀아야 한다. 국가는 모든 어린이가 문화와 예술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이 내용 그대로 이제 국가는 게임을 청소년들이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놀이’, ‘문화’로 인정을 하고, 청소년 문화에 대한 보편적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게임에 대한 정책을 세워야만 한다.

 

정소연 팀장은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게임규제는 사실, 게임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을 직접 규제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고 주장하며,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게임에 대한 규제 움직임을 비판했다.

 

 

 

 

■ 중복된 규제가 아닌, 전문부처의 일원화된 접근이 필요

 

그렇다면 게임산업에 대한 정책은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까? 지금은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교육과학기술부 등에서 게임산업에 대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중복된 규제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먼저 이 부분부터 일원화된 전문부처를 통해 정리해야 한다.

 

여러 부서에서 서로 게임산업을 규제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부서 이기주의라고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일관된 흐름조차 갖지 못하고 게임문화정책은 표류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산업은 퇴행하고 청소년 인권은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그리고 게임이라는 ‘뉴 미디어’에 대한 보다 전문적인 교육을 청소년과 아동들에게 시행해야만 한다. 우리 사회에서 게임이 가진 영향력은 나날이 커지고 있는데, 아직 이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게임은 이용하기에 따라서는 가족과 세대 간의 소통을 강화하는 매체로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이런 점을 인정하고 게임에 대한 체계적이고 다각적인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또 무엇보다 게임은 청소년들이 즐기는 놀이문화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현재 시행 중인 셧다운제들은 청소년들로부터 많은 반발이 있었지만 그들의 의견은 모두 무시된 채 시행되고 말았다. 이는 청소년들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앞으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게임 정책을 시행할 때는 반드시 청소년들의 참여와 의견수렴이 필요하다고 본다.  

 

 

 

■ 토론: 게임과 학교 폭력을 연관시키는 것은 일반화의 오류

 

이광석 교수(오른쪽 사진):최근 추진되는 게임에 대한 규제는, 결국 어른들이 청소년의 문화적 자기주체성과 판단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철저히 계도와 훈육의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교육과학기술부의 쿨링오프제를 비롯한 일련의 규제 움직임은 ‘학교폭력’에 대한 정부와 언론의 이상 과잉대응 현상과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정책입안자들은 지난 97년 ‘일진회’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만들어진 ‘청소년보호법’이 결국 청소년 보호는 제대로 못 하고, 엉뚱한 한국 만화산업을 몰락시킨 역사를 잊고 사는 것 같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를 보더라도 IT 영역에서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시행한 규제안들은 대부분 사회적 논란을 낳고 폐기되어 집권 정당의 신뢰성을 낮춘 경우가 많다.

 

이런 사례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시민사회단체, 학계가 문제를 제기하지만 정책 입안자들은 계속 게임에 대한 규제안을 내놓고 있다.

 

이는 게임이 청소년들의 폭력성. 학교폭력에 영향을 끼친다고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이 실제로 청소년들의 폭력성이나 학교폭력에 영향을 끼친다고 검증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너무나도 근시안적인 관점에서 이를 정책에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는 굉장히 심각하다.

 

마이클 무어는 자신의 다큐멘터리인 <볼링 포 콜럼바인>에서 미국 내 학교 총기사건의 주범은 폭력게임이나 마릴린 멘슨의 영향력이 아닌, 미국 내 총기 소지 합법화 로비와 사회에 만연한 ‘두려움’ 문화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학교 폭력 역시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것으로만 판단하지 말고, 청소년들을 입시의 전쟁터로 내모는 경쟁환경, 다양성보다는 성공과 물리적 성과를 강조하는 우리 사회 등에 대한 고려와 논의를 종합적으로 해야만 한다. 그리고 이에 맞춰 정책 방향을 결정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