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을 좋아하던 나는 ‘빵셔틀’이라는 말이 나왔다고 했을 때 빵이 규제 당하는 건 아닐까 걱정했다.”
연세대학교 박상우 겸임교수는 21일 게임문화재단에서 개최한 ‘나는 게임이다’ 심포지엄에서 이렇게 밝혔다. 박상우 교수가 난데없이 빵의 규제를 언급한 것은 단순히 형식논리에만 의존한 현재 학교폭력 해결방법의 위험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박 교수는 “어떤 문제를 귀책할 때는 그 이유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하지만 추리영화에서도 급하다고 서둘러서 범인을 잡으면 매번 진범을 놓친다”며 성급하게 문제의 원인을 찾는 태도를 우려했다.
‘빵셔틀’이라는 말이 있다고 빵이 학교폭력의 원인이 아니고 성경에 적힌대로 아이를 기르다 아이를 다치게 했다고 기독교를 제한하지 않듯이 게임의 규제에 대해서도 확실한 연구와 근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기능성게임에 대한 구분 없어져야”
이날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게임을 목적에 따라 양분하거나 무리하게 의미를 심기 위해 노력하는 현상을 우려했다. 박상우 교수는 “최근 기능성 게임이나 교육용 게임에 대한 논의가 반론으로 나오는데 이는 게임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회피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게임을 좋아하는 것은 재미있어서지 교육적이거나 기능적이어서가 아니다. 그런데 이를 놔두고 억지로 기능성 게임과 교육용 게임의 긍정적인 영향만을 내세우면 결국 게임이 좋은 게임과 나쁜 게임으로 구분될 뿐이라는 것이다.
기술미학연구회 김상우 연구원 역시 게임에 무리하게 가치와 목적을 심으려는 태도를 경계하며 “문화예술은 그냥 즐기라고 있는 것뿐이다. 여기에 목적과 가치를 따지는 건 앞뒤가 바뀐 우스운 일이고 문화를 도구로 바라보는 시대는 안 좋은 사회다”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나는 게임이다’는 타이틀로 진행됐다.
“게임업계든 정부든 장기간 연구가 필요”
지난 15일 게임문화재단의 토론회에서 언급됐던 ‘심도 깊은 연구의 필요성’도 다시 제기됐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는 “게임업계는 물론 청소년과 학부모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연결된 부분인데 연구나 제대로 한 후 이야기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이동연 교수는 8개 가정에서 1년 넘게 비디오 녹화를 했던 스웨덴 연구자 팔 앙드레 아르센의 사례나 2개 고등학교에서 195명의 학생을 장기간 연구한 미국의 사례를 들었다.
이동연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사회와 경제적 지위에 따라 게임 성향이 다르고 부모와 자식 사이에 디지털 격차가 있지만 이를 커뮤니케이션으로 풀려는 노력도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됐다”며 학교와 가정의 협조를 통한 장기간 연구의 필요성을 밝혔다.
국내 게임산업계 역시 연구를 통해 스스로의 문제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이 교수는 “자기자신에 대한 성찰이 없으면 발전이 불가능하다”며 업계스스로가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를 도출한 후 이를 해결할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