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능력 어드벤처 게임 <사이코너츠>의 개발사 더블 파인(Double Fine) 프로덕션은 지난 8일 40만 달러(약 4억5,000만 원) 규모의 킥스타터 캠페인으로 투자를 받아 정통 어드벤처 게임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킥스타터(kick starter)란 창업자와 일반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크라우드펀드(crowd-fund) 사이트로, 누구든지 마음에 드는 투자처에 적게는 1 달러부터 많게는 수 백만 달러까지 투자할 수 있다. 크라우드펀드란 여러 사람을 뜻하는 영어 ‘crowd’와 기금을 뜻하는 ‘fund’가 합쳐져 만들어진 합성어로, 말 그대로 여러 사람이 돈을 모아 투자하는 방식이다.
■ “돈은 안 되지만 정통 어드벤처를 만들고 싶다”
아마추어 개발자도 아닌 정식 개발사가 은행이나 펀드회사로부터 투자받지 않고 킥스타터를 이용한 까닭에 대해 더블 파인 측은 “고전 어드벤처 게임은 충분한 돈을 벌지 못하기 때문이다”며 간단명료한 대답을 내놓았다.
온라인게임 전성시대로 들어서고 난 후 패키지게임은 하락세를 타면서 모든 장르가 온라인게임화를 꾀하고 있지만, 어드벤처 게임은 책을 읽듯 이야기를 진행하는 특성상 온라인게임으로 발전하기가 어려운 장르다.
이런 시기에 정통 어드벤처 게임을 고집하는 더블 파인은 루카스아츠의 <풀 스로틀> <텐타클 최후의 날> <그림 판당고> 등 인기 어드벤처 게임을 개발했던 팀 샤퍼가 대표로 있으며, 명작 어드벤처 게임 <원숭이 섬> 시리즈의 제작자 론 길버트(Ron Gilbert) 역시 함께 일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어드벤처 게임 장르에서 잔뼈가 굵은 대가들이다.
■ 폭발적인 투자 열기, 6만 명 넘게 몰려
일반인의 투자를 받아 게임 상품을 개발하는 이 시험적이고 모험적인 프로젝트는 35일 동안 40만 달러를 유치하는 게 목표였는데, 시작한 지 8시간 만에 목표를 달성했다. 그리고 약 2주가 지난 21일에는 총 60,860명이 투자해 200만 달러(약 22억5,000만 원)라는 엄청난 초과 달성을 이뤘다. 투자 유치 마감까지는 20일이 넘게 남았다.
500% 초과 달성 중인 더블 파인의 어드벤처 프로젝트.
더블 파인은 목표를 훌쩍 넘어선 투자금으로 5개 언어(영어·프랑스어·이탈리아어·독일어·스페인어)와 멀티플랫폼(PC·MAC·리눅스·iOS·안드로이드) 지원, 음악 및 음성 등 게임 완성도 향상, 다큐멘터리 영상 촬영 등의 추가 계획을 세웠다.
더블 파인의 신작 어드벤처 게임은 올해 10월 출시를 목표로 개발에 들어가며, 모든 투자자들은 베타테스트에 참여할 수 있는 스팀 코드와 투자 금액과 상응하는 특별 보상을 받게 된다.
■ 너도나도 크라우드펀드에 주목
더블 파인의 공개 어드벤처 프로젝트가 성공하자 게임업계는 크라우드펀드에 주목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최근 사기성 투자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제한하고 있던 크라우드펀드를 비디오게임 개발사가 투자금 모집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지침서를 발표했다.
영국 정부는 지침서에서 더블 파인 어드벤처 프로젝트를 두고 “게임 및 인터렉티브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유용한 크라우드펀드의 엄청난 잠재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또한 “오늘날의 비디오게임 업계가 출시과정(패키지에서 디지털 다운로드)와 수익모델(패키지 판매에서 유료 콘텐츠 판매) 등 여러 면에서 큰 변화를 겪고 있다며 크라우드펀드가 영국 개발사에게 새로운 자금 창구가 될 것이다”고 언급했다.
영국 정부 관계자 조 트위스트(Jo Twist)는 “크라우드펀드를 최대한 활용해 비디오게임 사업과 지역사회 프로젝트 등 투자가 필요한 곳이라면 기금을 모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크라우드펀드 지원 배경을 설명했다.
■ <폴아웃>의 원류 <웨이스트랜드> 리메이크 추진
한편 RPG <폴아웃> 시리즈 1, 2편을 개발한 인터플레이(Interplay)의 창업자이자 인자일 엔터테인먼트의 CEO인 브라이언 파고(Brian Fargo) 역시 킥스타터를 이용해 1998년에 개발한 고전 RPG <웨이스트랜드>를 리메이크하고 싶은 속마음을 내비쳤다.
파고는 해외게임매체 IGN과의 인터뷰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더블 파인의 킥스타터를 보고 나도 그런 식으로 기금을 모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어졌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웨이스트랜드>의 차기작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00만 달러가 필요하고 최대한 원작에 충실해 대중적인 인기를 따라가기보다는 기존의 팬들을 위한 게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웨이스트랜드>의 리메이크 프로젝트는 3월 중에 킥스타터 캠페인을 통해 시작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