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많은 것을 바꾸는 패치에는 기존 유저들의 반발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때로는 이런 극성 팬들의 반발을 무시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플래시 기반의 부분유료 MMO 슈팅게임 <렐름 오브 더 매드갓>(Realm of the Mad God)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스프라이 팍스(Spry Fox)의 데이빗 에더리(David Edery) 대표는 GDC 2012 강연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샌프란시스코(미국)=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스프라이 팍스가 개발한 <렐름 오브 더 매드갓>은 고전적인 도트 스타일의 2D 그래픽을 자랑(?)하는 슈팅 게임이다.
게임의 규칙은 단순하지만 도전할 요소가 굉장히 많고 매지션, 어쌔신, 아처 등 10개가 넘는 다양한 클래스의 캐릭터를 키워 보는 재미, 그리고 무엇보다 캐릭터가 한 번 죽으면 두 번 다시 살릴 수 없다는 독특한 콘셉트로 인기를 얻었다.
그 인기에 힘입어 최근 밸브의 스팀(Steam)에서 무료로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이용자 수 대비 수익성도 매우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렐름 오브 더 매드갓>은 서비스 초기부터 지금과 같은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무엇보다 게임의 밸런스 문제가 컸다.
<렐름 오브 더 매드갓> 초기 플레이 영상
“이 영상은 가장 강력한 보스 중 하나와의 전투 장면이다. 영상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엄청난 수의 미사일을 거의 완벽하게 피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왜냐하면 게이머의 사정거리는 실제로 볼 수 있는 화면보다 훨씬 넓기 때문이다. 보스가 보이지도 않는 먼 지역에서 그냥 보스가 있을 만한 곳으로 총알을 쏴대면 승리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게이머들이 먼 거리에서 안전하게 총을 쏜다. 그러다가 보스가 쓰러지면, 숨어 있던(?) 게이머들이 떨어진 아이템을 줍기 위해 일제히 몰려든다.”
이런 안전한 보스 공략은 캐릭터가 한 번 죽으면 두 번 다시 살릴 수 없는 <렐름 오브 더 갓>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였다. 콘텐츠 소비 동선에서도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스프라이 팍스는 약 한 달에 걸친 밸런스 패치를 기획했다.
먼저 게이머들의 발사 사거리를 반으로 줄이고, 모든 총알의 속도도 줄이기로 했다. 또한 기존에는 미니맵에 보스의 위치가 표시됐지만, 이 기능 또한 막아서 가급적 게이머들이 직접 보스와 ‘대면’해서 전투를 치르도록 밸런스를 조절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게임의 가장 기본적인 밸런스를 바꾸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이는 단순한 밸런스 패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시스템과 콘텐츠 전반을 뜯어고치는 대형 업데이트로 일이 커졌다.
근접전에 맞춰서 몬스터들의 패턴이 대부분 다 바뀌게 되었고, 특정 몬스터에 유저들이 몰리지 않도록 떨어지는 아이템들의 테이블도 달라졌다. 모든 콘텐츠들의 동선이 새롭게 정립되고 새로운 시스템도 추가됐다.
패치 작업은 5월에서 6월까지, 한 달 만에 끝났을 정도로 초고속으로 진행됐다.
이런 패치 계획이 알려지자 기존에 게임을 즐기던 열혈 마니아들은 강렬하게 반대하기 시작했다. 게시판 등에서 협박(?)이 끊이지 않는 것은 예사고, 서명운동도 벌어졌다. 심지어 개발사 내부에서조차 “될대로 돼라”고 조소할 정도로 거의 자포자기 분위기가 형성됐다.
하지만 이런 대형 업데이트 계획은 어떻게든 초기 계획이 그대로 밀어붙여져서 단 1달 만에 밸런스 패치와 적용까지 모두 끝나는 쾌거(?)를 달성하게 되었다.
더 큰 쾌거는 패치 이후, 기존 마니아들의 반발을 뚫고 유저들이 급증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패치 이전 12%에 머물렀던 하루 재접속률(첫 접속 후 하루가 지나서 유저가 다시 게임에 접속하는 비율)이 37%로 3배 가까이 뛰었을 정도였다.
이 성공적인 업데이트 이후 <렐름 오브 더 매드갓>은 ‘성공작’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다.
“게임의 밸런스 패치와 업데이트는 신중해야 하고, 기존의 게임성을 부수는 것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 하지만 서비스를 시작한 후 원하는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게임이 문제가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마니아들의 반발을 무시하고서라도 게임을 갈아엎을 생각을 해야 한다.”
<렐름 오브 더 매드갓> 업데이트 이후 플레이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