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moco라는 개발사가 있다. 이름은 다소 생소하지만 <위룰>(We Rule) 개발사라고 하면 ‘아하!’ 하고 알 것이다. <위팜> <갓핑거> 등 iOS 게임을 만든 ngmoco는 일본 모바일 인터넷 업체 DeNA에 인수되면서 또 한 번의 이슈를 만들었다.
ngmoco의 신작 <스카이폴>(Skyfall)은 지난 1월 미국에서 베타테스트를 시작했고, 수많은 이슈를 만들어냈다. 이유는 간단하다. <스카이폴>이 전형적인 MMORPG를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점은 오직 하나. 모든 조작은 손가락 하나만으로 진행된다. 안드로이드 게임, 즉 태블릿게임이기 때문이다. <스카이폴>이 개발된 과정은 어떨까. 개발자에게 직접 들어보자. /샌프란시스코(미국)=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ngmoco 크리스 플러머 책임 프로듀서.
■ MMORPG의 플레이를 가져오기
<스카이폴>을 개발하면서 주어진 미션은 간단했다. MMORPG의 게임성을 그대로 스마트폰으로 가져오는 것이었다. 물론 그대로가 의미하는 것이 시스템을 100% 이식하는 것이 아니라, 모바일 스타일에 맞추되 RPG 팬들이 원하는 게임성의 깊이와 콘텐츠의 방대함을 충족시키는 것이다.
<스카이폴>의 개발 미션은 MMORPG를 모바일에 최적화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 <스카이폴>의 게임 사이클은 RPG의 기본을 따라갔다. 즉 탐험을 하고 무언가를 발견하고, 이를 통해 아이템을 모으고, 또 이를 통해 성장해 나가며, 다시 새로운 곳을 탐험한다. 중요한 것은 이 사이클을 모바일 플레이에 맞춰야 한다는 점이었다.
쉽지는 않은 일이다. 이를 위해서 그들은 모바일게임 유저의 특성을 분 단위로 관찰했다. 그 결과, 답이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 30초 동안은 맵을 탭해서 경험치와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2분 동안은 전투를 치르고 아이템을 획득한다. 5분까지는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거나 보물상자를 볼 수 있고, 10분 안에 마을을 방문해 그동안 모은 아이템을 판매하는 흐름이었다.
20분 까지는 새로운 여행을 떠나서 새로운 퀘스트나 지역, 몬스터를 발견하고, 30분 정도가 지나면 퀘스트를 마무리하고 보상으로 좋은 아이템을 얻는 것이 일반적인 모바일게임의 패턴이었다. 다시 말해 30분 안에 RPG의 기본 요소를 모두 즐기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 <스카이폴>의 개발 과제였다.
모바일 RPG 이용자의 기본 시간 패턴.
■ 모바일 기기의 디자인을 고려한 기획
MMORPG의 요소를 모바일게임으로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버려야 할 것이 많았다. 다시 말해 MMO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모바일에서는 구현할 이유가 없었다.
ngmoco의 크리스 플러머 책임 프로듀서는 “MMO의 대표적인 단점은 바로 지루한 이동시간”이라고 말했다. 유저가 재미를 느끼는 사이클에서 이동시간은 없었다. 다행히 모바일에서는 이동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탭 한 번으로 새로운 지역에 진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을 감안해 유저 인터페이스(UI)와 게임 화면을 배치해야 했고, 소셜게임에 걸맞는 게임성과 끊임없는 플레이의 진행을 구현해야 했다. 부수적으로 빠른 로딩과 하드웨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개발진에게는 숙제나 다름없었다.
한마디로 MMORPG를 모바일게임으로 디자인한다는 것은 커다란 리스크를 짊어지고 가는 일이다. 그래서 절충안을 만들어냈다. MMORPG의 요소에서 50%는 그대로 가져오되, 25%는 변형시키고, 나머지 25%는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냈다.
게임의 핵심 플레이, 직업, 아이템, 퀘스트 등은 MMORPG의 요소 그대로 갔다. 반면에 탐험, 전투, 협동 플레이는 간단하게 개선했고, 모바일 플레이 패턴 등은 완전히 새롭게 만들었다.
가져올 것, 절충할 것, 그리고 새로 만들 것을 정했다.
■ 베타테스트는 테스트를 위한 것
이렇게 만들어진 <스카이폴>은 베타테스트를 진행하게 됐다. 당초 ngmoco가 세운 베타테스트 방식은 게임의 (RPG적인) 핵심 요소를 증명하고, 알파테스트를 거쳐 베타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베타테스트로 가기 전에 문제가 발견되면 이를 수정하고 다시 알파테스트를 거치는 과정을 반복했다.
이 과정을 통해 초기 튜토리얼에서 우왕좌왕하는 유저들이 22%나 감소했다. 캐릭터 생성, 첫 전투 등에서 발견된 문제점을 베타테스트 전에 수정한 결과였다. 이는 튜토리얼에서 느끼는 지루함을 가능한 제거하는 노력이 필요했다는 것을 뜻한다.
이 지루함은 모바일 유저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로딩 시간도 개선하는 데 주력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로딩 시간 개선 직후 튜토리얼을 끝낸 유저가 25%나 증가한 것이다. 다시 말해 게임의 후반 콘텐츠를 즐기길 원하는 유저가 25% 증가했다는 이야기다.
로딩 시간을 줄여라! 그래야 산다!
■ 그래서 상용화 방식은… 열쇠 판매
<스카이폴>은 무료 게임(free-to-play), 즉 부분유료화 방식이다. 다만 특정한 장비 아이템을 파는 것이 아니라 상자를 여는 열쇠를 판매한다는 점이 국내 온라인게임의 부분유료화 시스템과 비슷한 면이 있다.
전투에서 승리하면 퀘스트 아이템과 드랍 아이템 그리고 잠긴 상자를 얻을 수 있다. 상자는 열쇠를 갖고 있어야 열 수 있는데, 상자를 포기하거나, 아니면 열쇠를 구매해야 한다. 물론 상자 안에는 좋은 아이템이 들어 있지만 언제나 열리는 것은 아니다. 소모성 아이템인 만큼 저렴하지만 계속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물론 유저들의 불만이 없는 선에서 말이다.
잠겨진 상자가 <스카이폴> 부분유료화의 핵심.
이 불만이 없는 선이라는 것이 오묘하다. 대부분의 유저들이 열쇠를 필요로 하는 시기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좋은 장비를 필요로 하는 때가 바로 열쇠를 구매하게 만드는 시기였다. 그만큼 상자 안에는 충분한 보상감을 느낄 수 있는 아이템이 들어가 있어야만 했다.
또한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좋은 장비들은 퀘스트나 전투의 보상으로 얻을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모든 것을 돈으로 구입해야만 한다면 유저들은 부족함을 느끼기 전에 떠나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기와 갑옷 등은 이벤트와 퀘스트 보상으로 액세서리 등은 상자에서 얻을 수 있도록 기획됐다.
또 한 가지 상용화 방식은 시간을 돈으로 사는 것이다. 웹게임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방식을 도입한 셈인데, <스카이폴>은 이를 아이템 강화와 제작에 적용했다.
어떻게 본다면 <스카이폴>은 MMORPG와 콘솔 RPG 그리고 모바일 RPG를 하나로 융합한 게임으로 볼 수 있다. 핵심 공략 대상을 모바일 유저가 아니라 RPG 유저로 잡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스카이폴>은 과연 성공한 게임이 될 수 있을까?
콘솔게임과 소셜게임의 중간. 이것이 <스카이폴>의 시스템이다.
베타테스트 단계에서 본다면 희망은 있지만 확정할 수는 없다. 다만 크리스 플러머 프로듀서는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평생 사랑할 것을 맹세한 (RPG) 유저들이 있다. 그들이 있다면 우리는 영원한 사랑을 이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고 결혼 서약에 비유하면서 강연을 마무리했다.
<스카이폴> 공식 스크린샷과 아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