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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소셜게임의 필수요소, 친구인가 게이머인가?

GDC 2012: 소셜게임의 아이러니, 친구 추가

정우철(음마교주) 2012-03-07 23:40:34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하는 소셜게임의 공통점 중 하나, 아니 페이스북이 강조하는 것이 친구와 함께하면 더 재미있게 플레이 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사실 소셜게임은 인맥을 형성한 상태에서 그 인맥을 이용해 즐기는 것으로, 페이스북의 강조는 틀린 말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과 친구가 될수록 그 게임에서 유저의 행복도가 올라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문제도 존재한다.

 

페이스북 기반의 소셜게임에는 이용자(Player)와 친구(Friend)가 존재한다. 이들이 어떤 요소들인지, 핀란드 개발사 Applifier의 창업자이자 대표인 주시 락코넨(Jussi Laakkonen)의 GDC 2012 강연을 들어 보자. /샌프란시스코(미국)=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Applifier의 창업자인 주시 락코넨(Jussi Laakkonen).

 

 

■ 재미 VS 소셜

 

소셜게임에서 인맥을 활용한다는 것. 지금은 단순히 게임을 계속 하기 위한 에너지를 공급받는 것 외에는 활용하는 구석이 없다. 나를 도와주면 너에게도 보상이 갈 테니 이를 이용해 게임을 플레이하자는 것 뿐이다.

 

‘친구와 함께 게임을 하면 더 재미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게임의 명제다.

 

하지만 지금의 소셜게임에서 친구는 단순한 ‘에너지 셔틀’인 경우가 많다.

 

친구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소셜게임의 세상.

 

그럼 반대로 생각해 보자. 나는 게임을 하고 싶을 뿐인데 친구가 아무도 없다면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친구와 게임을 하기 위함이 아닌, 게임을 하기 위해서 친구가 필요한 모순된 상황이 펼쳐지는 순간이다.

 

그 결과 대부분의 페이스북 게임에서는 한 가지 공통점이 나타나고 있다.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자신을 친구로 추가해 달라는 요청이다. 어떻게 보면 강제적으로 인맥을 만들고 이를 통해 소셜네트워크를 형성해 나가는 부적절한 상태가 되어버린다.

 

억지로 이어진 인맥, 하나씩 사라져 가면 소셜의 연결고리는 언젠가 끊어진다.

 

문제는 계속 이어진다. 억지로 친구가 된 인맥들은 게임을 접으면 하나 둘씩 연결이 끊기고 결과적으로는 강제로 만들어진 소셜은 모래 위에 건물을 올린 것처럼 쉽게 무너지고 만다. 이는 소셜게임에서 소셜이 부실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다.

 

 

 

■ 사람을 많이 모은다고 돈을 벌 수 있나?

 

소셜게임이 이렇게 반강제적으로 친구를 요구하는 것은 많은 사람이 모여서 게임을 즐겨야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 플랫폼의 게임들과 비교해 보면 사람이 많다고 결코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든 게임은 인맥을 통해 플레이하게 된다. 그렇다면 각각의 플랫폼을 비교하면 답은 금방 나올 수도 있다.

 

콘솔게임의 경우 하나의 게임에서 게이머들은 협력 플레이를 즐긴다. 아바타를 통해 자신을 표현할 수도 있다. 이렇게 모인 유저는 공통의 목적을 갖거나 서로 경쟁한다. 그렇게 맺어진 인맥은 평판 관리를 통해 유지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ARPU(1인당평균결제액)는 무려 소셜게임의 20배가 넘는다.

 

북미에서 <메이플스토리>를 서비스하는 넥슨은 징가보다 3배나 많은 ARPU를 보여준다.

 

온라인게임은 만들어진 월드 안에서 캐릭터를 생성하고 끈끈한 사회성을 통해 플레이가 이루어진다. 친구와 길드 등으로 맺어진 인맥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다시 말해서 친구와 같이하면 즐거운 게임이 된다. ARPU는 소셜게임의 10배 정도.

 

캐주얼게임의 특성은 소셜게임과 같거나 비슷하다. 하지만 ARPU는 소셜게임의 3~5배가 넘는다. 실제로 넥슨은 징가보다 3배가 넘는 ARPU를 자랑한다. 무조건 플레이하는 사람이 많다고 높은 수익을 얻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게이머와 일반인의 차이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반대 성향을 보인다.

 

이 같은 차이는 게임 이용자가 게이머인지, 일반인인지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8억 명의 유저는 대부분이 일반인이다. 그렇다면 방법을 찾으면 된다. 8억 명의 유저 중에서 게임을 하는 유저들만으로 인맥을 만들면 소셜네트워크도 탄탄해지고 수익도 높일 수 있다.

 

이 방법이 적용되면 같이 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이론이 성립된다. 게이머들만이 모여서 소셜을 이루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실천하고 있는 기업이 바로 징가다.

 

지금의 페이스북은 게임은 오직 친구하고만 해야 한다.

 

 

■ 독자 서비스를 준비하는 징가, 이유는?

 

한때 페이스북에 의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던 징가는 최근 자체 사이트인 징가닷컴(Zynga.com)을 통해 페이스북과 별도로 독자 서비스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팜빌> 등 ‘빌 시리즈’ 5개는 지난 3월 1일 서비스에 들어갔으며, 게임의 이웃은 페이스북 친구로 추가되지 않는다는 설명을 곁들이고 있다. 다시 말해서 징가는 친구와 게임을 같이 하면 더 즐겁다는 명제에서 친구에 게이머를 더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사람들과 함께하고 유저를 확보하면 수익이 생긴다.

 

많은 사람들은 징가의 하락세를 예상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까지 징가는 페이스북 결제를 통해서 수익을 거두고 있었다. 그 비율은 징가 전체매출의 93%에 이를 정도로 높다.

 

하지만 GDC 강연에 나선 주시 락코넨 대표는 반대의 견해를 밝혔다. 지금의 시장에서 새로운 영역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근거도 있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급성장하다가 정점을 치고 내려가기 마련이다. 물론 반등의 주기도 있다.

 

하락세에 들어갔다고 꼭 시장이 작아지라는 법은 없다.

 

주시 락코넨 대표는 징가가 독자적인 사이트로 운영을 시작하지만 페이스북과 결별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징가닷컴의 시작은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한 소셜게임 시장의 크기를 게이머로 확대하면서 키우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주시 락코넨 대표는 “지난해부터 하락세였던 시장을 반등시켜 생산성을 높이는 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 게이머와 친구의 공존이다”며 강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