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엔씨소프트 <블레이드 & 소울> 배경아트팀 인터뷰를 통해 테크니컬 아트팀(이하 테크아트)의 존재가 언급된 적이 있다. 당시 테크아트팀은 아트 분야와 프로그래밍 분야를 한번에 작업해 솔루션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팀 정도로만 소개됐다.
그리고 7일(미국시간) GDC 2012에서 테크아트 팀의 작업을 실제 개발 예제와 함께 보여주는 강연이 진행됐다. 그것도 블리자드의 <디아블로 3> 개발팀이 직접 나섰다. 강연 제목도 ‘거대 두꺼비와 좀비 곰: 테크니컬 아트로 재구성한 <디아블로 3>’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이, 그리고 궁금증을 풀고자 블리자드의 줄리안 러브 선임 테크니컬 아티스트의 강연을 들어 봤다. /샌프란시스코(미국)=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블리자드 줄리안 러브 선임 테크니컬 아티스트.
■ 타격감을 높이는 방법? 답은 공동작업
액션게임에서 액션을 강조하는 것을 흔히 ‘타격감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타격감을 높이는 방법은 무엇이라고 정확하게 정의된 것이 없다. 특히 새로운 애니메이션이나 효과가 들어간 상태에서는 일반적인 아트팀이 담당하기에는 구현이 힘든 경우도 있다.
이를 위해 테크니컬 아트팀이 존재한다. 테크니컬 아트는 한마디로 프로그램과 아트, 즉 디자인의 중간자 역할을 하는 분야이다. 다시 말해 더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기술과 아트를 조합하는 것이다.
이런 작업을 위해서는 아트팀과 프로그램팀의 공동작업이 필수적이다. 아트팀에서는 이펙트를 표현하는 리소스를 만들고, 프로그램팀은 스크립트를 만들어 이를 실제 게임에 적용한다. 단순히 2개 팀이 공동으로 작업하면 만들 수는 있지만, 의견 조율 등에 시간이 너무 걸려 개발속도가 더뎌진다.
테크아트팀은 이 2개의 작업을 한꺼번에 작업하는 일종의 원스톱 쇼핑과 같은 업무를 진행한다. 또한, 아트팀이 가진 고유한 콘셉트을 변형시켜 더욱 다양한 조합을 만들어낸다. 고정관념을 깨는 효과를 갖는 셈이다.
테크아트팀은 다른 두 팀이 조율해서 진행할 일을 한 방에 해결한다.
■ 테크아트팀이 만든 데스와 플래시 시스템
대표적으로 블리자드 테크아트팀이 만들어낸 것이 데스 시스템이다. 데스 시스템은 <디아블로 3>에서 전투를 보다 극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목적이었다. 답은 타격을 받는 오브젝트의 리액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었다.
전투를 보다 본능적으로 만들어 준 데스 시스템.
예를 들어 같은 몬스터라도 조금씩 다른 타격 모션을 준비해서 이를 랜덤하게 표현해 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여러 마리의 해골병사가 있어도 각각 다른 타격 모션을 보여 줄 수 있게 된다. 몬스터 한 마리에 부위별 움직임을 5~6개 추가하면 어떻게 될까?
리액션에 초점을 맞춰 같은 몬스터라도 서로 다른 동작이 나오게 만들었다.
게임에서 5마리가 나와서 동시에 쓰려지면 25가지 이상의 다양한 모습으로 넘어지는 모습이 구현된다. 여기에 <디아블로 3>에서 추가되는 다양한 엘레멘탈 스킬, 즉 독이나 번개, 화염구에 따른 효과를 적용하면 경우의 수는 더욱 늘어난다.
스킬에 따라 죽는 리액션이 달라지는 데모 영상
예를 들어 단순한 콘셉트를 가진 부분에 변화를 주고 신규 효과를 더해 새로운 콘셉트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실제로 <디아블로 3>에는 이런 작업의 결과물들이 적용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타격 플래시 효과다.
몬스터가 공격을 받는 순간, 반짝이는 듯한 효과를 입혔다. 하나의 개체만 놓고 보면 상당히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게임에 적용해 본 결과는 달랐다. 반짝이는 순간 해당 몬스터가 확실히 공격당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을 시각적으로 간단히 표현했을뿐인데 말이다.
타격 플래시 효과를 적용한 결과 데모 영상
■ 거대 두꺼비와 좀비 곰이 나온 이유
테크아트팀이 만들어낸 것 중 하나가 바로 부두술사의 스킬 중 두꺼비와 좀비 소환이다.
처음 두꺼비로 공격하는 방식은 작은 독두꺼비 여러 마리를 소환해 적에게 대미지를 입히는 콘셉트였다. 그런데 너무 밋밋하고 공격하고 있다는 느낌도 없었다. 조금 더 재미있는, 그리고 효과적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두꺼비를 크게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거대 두꺼비 소환 스킬 데모 영상
<디아블로 3> 부두술사가 사용하는 두꺼비와 좀비 소환 스킬.
실제로 두꺼비를 크게 만들어서 적용해 보니 부두술사의 소환 스킬이라는 콘셉트가 강조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두꺼비의 공격 방법이 너무 단순했다. 두꺼비를 소환했지만 두꺼비답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추가로 실제 두꺼비의 습성을 적용했다.
혀를 이용해 먼 곳의 몬스터를 잡아당겨서 먹는 듯한 애니메이션을 적용했더니 스킬 자체의 콘셉트가 변경되면서 좋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거대 두꺼비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좀비 스킬 역시 마찬가지였다. 범위 공격을 재미있게 보여주기 위한 방법을 고민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