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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매출 12배 증가! 팀포트리스2 부분유료 전환기

GDC 2012: 오렌지박스에서 무료게임이 되기까지

홍민(아둥) 2012-03-10 15:41:38
작년 6월 패키지게임에서 부분유료게임으로 전환한 후 12배의 매출을 올린 밸브의 FPS게임 <팀 포트리스 2>.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 센터에서 열린 GDC 2012에서 밸브의 프로그래머 조 루드윅이 <팀 포트리스 2>의 부분유료화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 대형 업데이트만이 ‘살 길’
 
플레이어 기반을 확대하고 그들의 흥미를 붙잡아 두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새로운 콘텐츠를 추가하는 대형 업데이트가 핵심이다.
 
<팀 포트리스 2>는 2007년 출시된 후 작은 업데이트는 계속 해왔으나 매출에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2008년 대형 업데이트를 적용한 뒤에야 매출에 큰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다수의 콘텐츠 추가가 포함된 업데이트를 해야 매체와 커뮤니티의 관심을 끌 수 있고, 더 많은 사람을 끌어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밸브는 AAA급 패키지게임의 비즈니스 모델이 자신들의 개발 전략과 맞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았다.
 
조 루드윅은 “패키지게임의 문제는 새로운 매출을 발생시켜줄 사람은 아직 게임을 안 산 사람뿐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개발자들은 신규 유저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새로운 콘텐츠를 준비하게 된다. 하지만, 현재의 유저를 만족시키는 것과 새로운 유저를 유혹하는 것 사이에는 기본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밸브는 새로운 맵과 모드, 무기 등을 계속 업데이트하는 한편, 부분유료게임으로 전환하기 위해 게임 내 아이템, 마켓 플레이스, 물물교환 등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해 나갔다.
 

2011년 6월 부분유료게임으로 전환한 <팀 포트리스 2>.
 

■ 업데이트와 콘텐츠 개발의 열쇠 ‘커뮤니티’
 
부분유료 전환의 성공을 위해 밸브는 유저들이 계속 <팀 포트리스 2>로 돌아오도록 신경 썼다. 그 전략의 일부로 회사와 유저 커뮤니티가 가능한 다양한 방식으로 엮이도록 했다.
 
각 콘텐츠 업데이트는 신규 아이템과 특징을 보여주는 티저 트레일러 공개로 시작했다. 밸브의 개발자들은 트레일러에 소개된 어떤 부분이 포럼 등에서 유저들의 관심을 끄는지 모니터링했다.
 
예를 들어 스나이퍼 업데이트의 경우, 유저들이 ‘만약 파이로(Pyro)가 스나이퍼(Sniper)의 화살에 불을 붙여줄 수 있으면 멋지겠는데!’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본 후, 해당 업데이트가 공개될 때 그 기능도 추가했다.
 
유저들이 티저 트레일러를 보고 개발자들에게 청사진을 제시한 셈이다. 유저들은 잘 모르겠지만, 그들은 간접적으로 콘텐츠 업데이트에 의견을 제시하며 기여하고 있었다.
 
밸브는 커뮤니티를 어떤 것을 해달라고 조르는 곳이나 피드백을 모니터링하는 곳으로 국한하지 않았다. 유저들이 게임에 쓰일 맵을 디자인하거나 아이템을 제안할 수 있는 기회도 열어 두었다.
 
조 루드윅은 “현재 <팀 포트리스 2>의 아이템 중 절반 이상이 커뮤니티의 공이다. 여러 부분을 게이머들이 손볼 수 있게 기회를 주면 때때로 우리보다 더 잘하기도 한다. 맵 제작도 커뮤니티가 할 수 있는 일인데, 지금까지 19개의 커뮤니티 제작 맵을 공개했다”며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커뮤니티 공개용으로 제작된 메딕 소개 콘텐츠 ‘’Meet the Medic.
 
 
■ 유저들의 부정적인 반응에 대비하자
 
조 루드윅은 “부분유료 전환은 우리도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팀 포트리스 2>는 패키지게임이라 지난 4년 동안 유저들이 게임에서 아이템을 구입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유저들이 얼마나 자진해서 아이템 상점을 이용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밸브는 유저들이 ‘이기려면 아이템을 구입하라’는 식의 게임 운영에 반대할 것으로 여겼다. 그래서 몇 가지 다른 방법으로 유저들에게 접근했다.
 
먼저, 아이템에 장점과 단점을 만들어 두 아이템 사이에 완벽한 승자는 없도록 했다. 그리고 모든 아이템을 무료로 풀었다. 유저가 해당 아이템을 게임 안에서 구하거나 제작 시스템을 통해 만들 수도 있고, 쉬운 방법으로는 상점에서도 살 수 있게 했다. 아이템 상점에서만 살 수 있는 아이템은 꾸미는 용도나 옵션 성격의 것으로 제한했다.
 

<팀 포트리스 2> 게임 내 아이템 상점.
 
유저들은 포인트 시스템처럼 가상화폐의 잔돈이 남는 걸 싫어한다. 원하는 아이템 하나만 구입하고 싶은 상황에서 가상화폐를 일정 단위로 구입하는 걸 꺼리는 것이다. 그래서 <팀 포트리스 2>는 기존에 스팀에서 사용하던 각 나라의 화폐를 전부 지원하는 ‘스팀 지갑(Steam Wallet)’을 제공하며, 정확히 원하는 금액만큼만 쓸 수 있게 했다.
 
아울러 패키지를 구입한 기존 유저들이 부분유료화로 버려진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노력했다. 밸브는 기존 유저들에게 ‘구입 증명 모자’를 지급하는 등 무료로 이용 중인 유저들과 차별을 두는 한편, 패키지를 구입하든 부분유료로 플레이하든 <팀 포트리스 2> 자체를 즐기는 데 제한을 두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밸브는 4년 동안 쌓아온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 <팀 포트리스 2>의 매출은 아이템 상점이 소개된 후 4배로 늘었고, 부분유료 전환이 끝났을 때는 무려 12배 증가했다.
 
조 루드윅은 “이것은 배움의 시작일 뿐이다. 부분유료 전환 작업은 위험했고, 잘못될 가능성도 많았지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었다”며 강연을 마쳤다.
 

※ 이 기사는 미국 게임매체 가마수트라(Gamasutra)와 디스이즈게임의 콘텐츠 교환 제휴에 의해 게재됐습니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