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지적재산권)를 활용한 소셜게임 중에서 가장 성공한, 그리고 가장 ‘소셜한’ 게임이 바로 <심즈 소셜>이다. 페이스북의 인기 게임들 중에서도 <심즈 소셜>은 독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징가의 소셜게임들이 최고의 인기를 누린다고 하는 것은 맞는 말이다. <캐슬빌> 등 ‘빌 시리즈’와 <앰파이어스 & 앨라이스> 등 징가의 게임을 즐기는 유저를 모두 합하면 <심즈 소셜>을 능가한다.
하지만 게임별로 놓고 보면 <심즈 소셜>은 징가의 게임보다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GDC 2012에서도 소셜게임의 완성형으로 <심즈 소셜>을 꼽을 정도로 하나의 기준이 되어 가고 있다.
대체 무슨 이유에서 <심즈 소셜>은 인기를 모으고 또 상업적으로 성공한 ‘소셜게임의 완성형’이라고 평가받는 걸까? EA에서 9년 동안 <심즈> 시리즈를 개발해 온 레이 마짜(Ray Mazza) 디렉터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샌프란시스코(미국)=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 5초 안에 집중력을 유지시켜라, 어떻게?
소셜게임을 개발할 때는 5초 안에 유저의 주의를 끌 수 있는 요소를 만들어야 한다. 10년 전 12분이었던 ‘유저의 집중력을 모을 수 있는 시간’은 소셜게임의 캐주얼한 특징에 맞춰 플레이하는 순간 재미있는가, 재미없는가를 따지는 상황이 되었다.
5초는 찰나의 시간일 수도 있지만 의외로 활용하는 방법에 따라서는 긴 시간이기도 하다. 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 혹시 소셜게임에서 의외로 긴 로딩 시간을 갖고 있지는 않은가? 로딩하는 5초의 순간, 유저가 캐릭터를 통해 무엇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해 봐야 한다.
다시 말해서 불필요한 시간을 줄이고 5초 안에 캐릭터가 어떠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캐릭터로 무언가를 하게 만들면 유저들은 그 시간 동안 새로운 행동을 하고, 그 자체가 플레이를 즐기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요소를 하나로 압축하고 단순화해야 한다. 그래야 유의미한 행동으로 게임 안에서 플레이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다만 단순화하는 데 있어 깊이는 유지해야 한다. 고동의 표면은 아주 매끈하지만 그 안은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는 것처럼.
<심즈 소셜>은 깊이 있는 단순함을 추구했다. <심즈 3>에서는 캐릭터를 움직이고 행동하게 만드는 데 수없이 많은 명령어를 패턴화해서 보여준다. 하지만 <심즈 소셜>에는 단 6개의 메뉴만 존재한다.
그렇다고 모든 명령을 없앤 것은 아니다. 간단한 명령어 속에서 기존의 복잡한 행동 패턴을 모두 구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소셜게임의 단순함을 인터페이스로 구현했지만, 그 안의 내용물까지 단순화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 유저가 지불하는 것만큼의 가치를 부여하라
<심즈 소셜>은 큰 돈을 벌고 있다. 유저 수가 많아서 그렇다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EA에서는 결코 그렇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작년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에 <심즈 소셜>에서는 이벤트를 진행했고, 많은 유저들이 이를 즐겼다. 그리고 모두 즐거워했다. 재미도 제공했고 그만큼 많은 유저들이 몰렸음에도 불구하고 벌어들인 돈은 더 적었다.
재미와 돈을 지불하는 욕구에는 큰 상관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심즈 소셜>에서 유저들은 자신의 집을 꾸미는 데 가장 많은 돈을 지불한다. 편의를 제공하는 에너지, 퀘스트 스킵, 건설시간 단축이 아닌, 옷과 장식품, 가구 등에 더 흥미를 갖는다는 이야기다.
물론 <심즈 소셜>만의 특성일 수는 있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보면 이런 치장 아이템의 경우 높은 만족도를 보이면서 또 구매하지만, 편의성 아이템은 구매율이 낮으면서 수익성은 가장 높다. 수익 구조를 좋게 가져가기 위해서는 편의성 아이템의 개선이 필요했다.
개발진은 편의성 아이템 구매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가치를 부여해야 했다. 이를 위해 편의성 아이템을 사면 독점 아이템을 보상으로 주는 등 ‘소모성 아이템에 영구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방법’을 이용했다.
■ 소셜게임의 사회성은 상호작용에서 나온다
소셜게임은 인맥, 즉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플레이의 지속성이 생긴다. 게임 속 캐릭터와의 관계지만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누군가 그것을 받아준다면 유저들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는 사회성을 갖게 만들어 주는 일종의 동기부여라고 할 수 있다.
동기가 부여되면 자연스럽게 경제활동도 일어난다. 다른 사람에게 더 멋있게 보이고 싶고, 자신이 구민 집을 자랑하고 싶어진다. 이를 위해 집이나 자신을 꾸미는 치장 아이템 구입을 위해 지갑을 열게 되는 것이다.
<심즈 소셜>에는 상호작용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로맨스(연애)’가 들어가 있다. 상호작용에 따라서 악수하는 정도로 로맨스를 즐기고 서로 동의해 결별할 수 있을 정도로 접근이 쉽다. ‘WooHoo’라 불리는 이 로맨스의 개념은 그, 혹은 그녀의 (게임 내) 집에서 특별한 관계를 맺는 것도 가능하다.
여기서 <심즈 소셜>의 강점이 생겼다. 기존 <심즈> 시리즈가 섬세한 게임성으로 여성에게 많은 인기를 끌었던 만큼 <심즈 소셜>의 이용자 성비는 여성이 70%다. 게임의 특성상 강력한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는 원동력이 됐다.
이른바 ‘여왕벌’ 시스템이라고 불리는 이유도 있지만 여성들 특유의 커뮤니티성이 게임에서도 효과를 보이는 셈이다. 즉 게임을 즐기고 있지 않을 때도 게임에서 일어났던 일 등을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최고의 입소문 효과가 생겼다.
■ 소셜게임이여 <WoW>의 자리를 빼앗자!
소셜게임은 많은 사람들이 즐긴다. 현재 가장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리는 것은 온라인게임, 즉 MMORPG 장르다. 미국, 아니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했던 게임은 1990년대는 <에버퀘스트>였고, 2004년 이후에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였다.
당시 <에버퀘스트>는 5,000만 명의 가입자를 유치했고, <WoW>는 1억2,000만 명이 즐겨 봤다. 그런데 소셜게임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시티빌>은 1억 명의 유저가 즐기고 있고, 페이스북은 8억 명의 유저를 기반으로 계속 성장하고 있다.
2004년을 기준으로 본다면 현재 6,000만 명의 유저를 기록한 <심즈 소셜>처럼 소셜게임들은 앞으로도 더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성장세가 멈춘 이유는 쇠퇴기에 접어들었다기보다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보는 편이 맞다.
임계점을 돌파해서 진화해야 하는, 잠시 고통스러운 과도기라는 것이다. 소셜게임은 앞으로 더 많이 발전하면서 AAA급 퀄리티, 부분유료화의 장점, 캐주얼게임의 지위에 사실적인 사회성이라는 큰 무기를 들게 된다.
레이 마짜 디렉터는 “아직 소셜(게임)은 <WoW>의 영역에 들어서지는 못했다. 하지만 곧 이루어질 일이 될 것이다”며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