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의 터치 조작을 제대로 살린 게임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프루츠 닌자>. 화면에 나오는 과일을 손으로 그어서 베는 단순한 동작이지만, 그 안에 다양한 액션과 머리싸움이 존재한다. 이 게임의 키워드는 ‘단순함’이다.
개발사인 하프브릭은 이 단순함 속에 재미를 넣기 위해 기획에 기획을 거듭하고, 업데이트마다 생기는 버그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고민했다. 이를 위해 업데이트할 때마다 결과를 체크하고 검토해서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GDC 2012 강연에 나선 하프브릭의 루크 머스캣 치프 크리에이티브 오피서가 말하는 <프루츠 닌자> 업데이트 포스트모텀. 그들이 어떻게 무슨 일을 해왔는지 들어보자. /샌프란시스코(미국)=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하프브릭의 루크 머스캣 Cheif Creative Officer.
■ “가볍게 가자!”로 시작한 초기 기획
결과를 먼저 말하자면 <프루츠 닌자>는 출시 이후 1,500만 명이 넘게 구매했고, 4,000만 번 이상 업데이트를 다운로드했다. 대성공을 거둔 iOS 게임 중 하나다.
<프루츠 닌자>의 개발을 시작했을 때 세운 기획은 단순했다. iOS 전용 게임으로 만들고, 안드로이드 기기는 모두 포기했다. 심지어 HD 그래픽으로 버전업을 해야 하는 아이패드도 지원하지 않았다. 이유는 게임처럼 단순했다.
너무 많은 것을 얻으려면 그만큼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다. iOS, 즉 아이폰과 아이팟터치만을 지원하되 가능한 완벽한 게임을 선보이는 게 개발 목표였다. 그 대신 할 수만 있다면 업데이트를 자주 제공해서 게임의 볼륨을 조금씩 늘려 나가고, 다른 기기를 지원할 때 따르는 리스크는 최대한 줄이는 전략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업데이트를 자주 하는 것을 목표로….
처음 선보인 <프루츠 닌자>는 콤보도, 언락(잠금해제) 콘텐츠도, 새로운 모드도 없는, 단순히 과일을 베는 게임이었다. iOS만을 지원하는 게임을 3명의 남자들이 6주 만에 선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30초짜리 동영상으로도 게임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지만, 그 안에서 재미를 줄 수 있었다. 게다가 전 세계 유저들이 서로 랭킹을 비교할 수 있는 오픈 페인트(Open Feint) 시스템을 도입했던 것이 적중했다.
■ 첫 업데이트로 뼈아픈 교훈을 얻다
아무런 콘텐츠가 없었던 <프루츠 닌자>의 첫 버전이 성공하자 하프브릭은 바로 1.01 업데이트를 준비했다. 첫 업데이트의 목표도 단순했다. 과일 중에 망고와 배를 추가하고, 멀티 터치를 도입했다. 최적화를 통해 퍼포먼스도 조금 향상시켰다.
단순함 속에서도 재미를 제공해 시간이 흐를수록 성공을 거뒀다.
첫 업데이트 이후 자신만만했던 하프브릭은 공황상태에 빠졌다. 수많은 버그와 함께 유저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마치 핵폭탄을 맞은 듯한 느낌이었다”고 회고한 하프브릭은 1.01 패치의 실패를 통해 뼈저린 교훈을 얻었다.
첫 업데이트(Ver 1.01) 이후 돌아온 것은 핵폭탄급의 부정적인 반응.
업데이트가 게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으니 품질관리(QA)를 위한 노력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했다. 업데이트마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적용 전에 평가가 필요하다는 점을 배운 셈이다. 그리고 더 큰 실패를 막기 위해 재빨리 다음 패치를 단행했다.
하프브릭은 지금까지 자신들이 고수했던 단순함이 아닌, 유저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찾고자 했다. 유저들이 원하는 것을 추가한다면 계속 인기를 보장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 때부터 하프브릭은 업데이트마다 새로운 콘텐츠를 추가하고 유저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데 힘을 쏟기 시작했다.
잘못된 것을 고치기 위해 1.01.1 업데이트를 준비했다.
■ 유저들이 원하는 그대로가 모두 옳은 것은 아니다
하프브릭은 1.2 패치를 준비하기 전 유저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조사했다. 가장 많은 요청이 있었던 것이 멀티슬라이스, 즉 한 개의 과일을 여러 번 자를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더 많은 게임 모드, 폭탄이 없는 모드, 더 많은 과일 추가, 다른 배경과 테마 등도 요청 목록에 올랐다.
모든 유저들의 바람이 그대로 적용된 것은 아니다. 일부 요청은 게임성을 망치는 요인이 될 수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멀티슬라이스였다. 가장 많은 요청을 받았지만 가장 나쁜 아이디어이기도 했다.
많은 과일들이 날아오는 상황에서 한 개의 과일을 계속 자르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폭탄이 나오지 않는 모드는 지루할 뿐 아무런 의미도 없는 콘텐츠였다. 그래서 이를 절충한 모드인 ‘콤보 타임’을 추가하고 시간 제한을 두었다.
멀티슬라이스? 아주 안 좋은 아이디어였다.
폭탄 없는 무한 모드는 지루하기만 할 뿐이었다.
여러 개의 과일을 한 번에 자를 수 있도록 했고, 한 판에 시간 제한을 적용해 새로운 재미를 더했다. 유저들이 원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프루츠 닌자>의 게임성에 맞춰 적절하게 변형해 색다른 재미를 제공했다.
더불어 다양한 모드를 추가해 달라는 유저들의 요청에 당장 업데이트할 수는 없지만 업데이트를 약속하는 차원에서 인터페이스에 ‘조만간 추가하겠다’는 아이콘을 달았다.
이 모든 노력의 결과, <프루츠 닌자>는 1.01 업데이트의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섰다.
정답은 응용하는 것. 계속 (한 개만) 자르고 싶다면 많이 (한 번에) 자르게 하라.
■ 유저들의 요구를 하나씩 들어주다
하프브릭은 1,2 업데이트 이후 게임의 깊이를 더하고 유저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업데이트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은 앞서 해왔던 일의 반복이었다. 유저들이 원하는 것을 체크하고 이를 어떻게 하면 <프루츠 닌자>의 기획에 맞춰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는 일이 계속됐다.
바보 같은 아이디어였던 멀티슬라이스도 <프루츠 닌자>의 게임성에 맞게 특별한 과일을 자르면 시간이 멈추고 연속으로 자를 수 있도록 적용했다. 지금까지 없었던 언락 모드를 적용하면서 유저들에게 언락의 조건과 효과를 알려줘서 구매 의욕을 높이는 방법도 사용했다.
게임의 첫 기획 목표였던 단순함 때문이다. 게임이 점점 방대해지면서 하드코어 유저가 늘어났지만 새롭게 <프루츠 닌자>를 접하는 캐주얼 유저들도 배려해야 했다. 대표적인 것이 아케이드 모드다.
하프브릭은 <비쥬얼드 블리츠>의 레어 보석처럼 <프루츠 닌자>에서 레어 과일을 베면 고득점을 올릴 수 있는 모드를 추가했다. 처음에는 과금을 복잡하게 기획했다.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 업데이트를 통해 추가 구매를 유도하는 게 아니라 게임 내 모드를 통해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그러나 다시 단순함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단순히 과일을 베는 것만으로도 게임을 재미있게 즐기게 한다는 원칙을 고수한 것이다. 그래서 업데이트로 게임 콘텐츠를 늘리고 그 안에서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되돌렸다.
■ 업데이트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라
<프루츠 닌자>의 업데이트마다 유저들의 별점 리뷰는 5점 만점을 기록했고, 앱스토어의 랭킹에 오르면서 자연스럽게 유저도 증가했다. 유저들이 모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가이드도 제공했다.
하프브릭의 전략은 기존 앱스토어의 게임들과 달랐다. 기존 게임들은 한 번 구매한 이후 업데이트는 무료로 진행됐다. <프루츠 닌자>도 기본은 비슷했다. 한 번 구매한 이후 업데이트 자체는 무료다. 하지만 그 안에서 추가로 구매를 유도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의 완성도에서 차별화를 꾀했다.
단순함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가는 것.
그래서 <프루츠 닌자>의 업데이트마다 새로운 기획을 진행하는 일이 반복됐다. 업데이트마다 새로운 게임처럼 기획하는 일이었다. 본 게임보다 업데이트에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한 것이 궁극적으로는 대성공이라는 결실로 돌아왔다.
하프브릭의 루크 머스캣은 “업데이트는 계주의 바통과 같다. 다시 말해서 게임의 인기나 지속력이 떨어질 때 업데이트로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우리는 한 번에 성공하기보다 조금씩 성공을 반복하는 길을 선택했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강연을 마쳤다.
업데이트를 다음 도약을 위한 연결고리로 이용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