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가 게임 투자하는 시대가 왔다. 그 중심에는 온라인 기부 사이트 킥스타터가 자리 잡고 있다.
기존의 게임 투자자 대신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게임에 투자한 셈이다. 손익을 따지는 숫자 계산이 아니라, 개발자들의 꿈을 실현시켜주는 게임이 이 곳에 주목받고 있다. 그리고 신작을 준비하는 개발자들도 킥스타터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들이 내세운 프로젝트는 하나같이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방식의 게임이다.
킥스타터를 통해 주목받은 게임들에는 어떤 게 있을까? 디스이즈게임이 킥스타터의 성공 사례를 정리했다.
█ 정통 어드벤쳐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소규모 개발자들이 주로 활용했던 킥스타터가 유명해지게 된 계기는 <원숭이 섬의 비밀>, <그림 판당고> 등의 시리즈 제작자 ‘팀 쉐이퍼’가 킥스타터를 통해 기록적인 금액을 모금하면서부터다.
팀 쉐이퍼는 그의 신작 어드벤쳐 게임 제작에 필요한 자금을 킥스타터를 통해 모금했다. 그는 모금 페이지에 “퍼블리셔 등의 투자는 개발 과정에서 개발자 의도를 100% 반영치 못한다”며, 킥스타터를 통해 누구의 간섭 없이 ‘정통 어드벤쳐’ 게임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소식을 들은 팬들은 “당신을 도와줄 수 있어 기쁘다. 어드벤쳐 게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이다.” “멋진 작품을 바란다. 신작 어드벤쳐 게임이 발매된 지 너무 오래됐다.” 등의 응원 글을 남기며 적극적으로 모금에 참여하였다. 이 모금은 40만 달러라는 목표액의 8배인 330만 달러로 끝났다.
█ 편하기 보다 고민하는 RPG를 지향합니다
<웨이스트랜드>는 1988년 인터플레이에서 제작한 SF RPG이다. 핵전쟁 이후의 세계를 그린 이 게임은 유저가 한 행동이 지역을 이동해도 보존되고, 동료가 유저의 의견에 반대하기도 하는 등 이후 제작된 <풀아웃 시리즈>의 특징이 녹아있는 게임이다.
이 게임의 제작자 ‘브라이언 파고’는 최근 킥스타터를 통해 <웨이스트랜드2>의 초기자금 모금에 나섰다. 그 역시 이번 모금에 나서면서 “대중적인 게임보다 고전 스타일의 RPG를 만들겠다”며 킥스타터를 통해 모금을 하는 이유를 밝혔다.
<웨이스트랜드2>는 오픈월드 기반의 ‘유저의 추리가 필요로 하는’ 턴방식 게임이 될 예정이다. 제작자는 90년대 탑뷰 스타일의 RPG를 좋아하는 게이머를 위해 <웨이스트랜드2>를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현재 <웨이스트랜드2>의 응원 페이지에는 <웨이스트랜드>에 대한 추억과 <폴아웃 1, 2>와 같은 스타일의 게임을 기대하는 팬들로 가득하다. 현재 브라이언 파고는 4월 17일까지 90만 달러를 목표로 모금 중이며, 20일 현재 140만 달러가 모금됐다.
팀 쉐이퍼나 브라이언 파고와 유사한 사례로 <레인보우 식스 시리즈>의 제작자 크리스티앙 알렌의 모금이 있다. <하드코어 택티컬 슈터>(가칭)라는 실내 전술 슈팅게임을 구상 중인 그는 20만 달러를 모금해, 이를 바탕으로 전술 슈팅게임이 시장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을 설득할 계획이다.
█ 왜 온라인 모금인가?
제작자들이 이처럼 온라인 모금에 나선 까닭은 이들이 제작하는 게임이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크리스티앙 알렌의 <하드코어 택티컬 슈터>는 전술 슈팅이라는 마니악한 장르의 게임이다. 팀 쉐이퍼가 제작하려는 어드벤쳐 게임은 주류시장에서 벗어난 ‘포인트 앤 클릭’ 방식의 게임이다. 브라이언 파고의 <웨이스트랜드2> 또한 <발더스 게이트 시리즈>와 같은 탑뷰 방식의 턴제 RPG로 1인칭(혹은 3인칭) 시점의 액션성 높은 현재의 RPG 주류와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비주류 게임에도 팬은 있다. 실제로 팀 쉐이퍼와 브라이언 파고는 마감기한 전에 목표금액을 달성해 모금에는 성공한 상태이다.
또한 온라인 모금은 제작과정의 자율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킥스타터는 크라우드 펀드 형식의 ‘기부’ 사이트다. 기부의 형태이기에 제작자는 작품을 제작하면서 외압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실제로 팀 쉐이퍼나 브라이언 파고 모두 킥스타터에 모금글을 올리면서 제작과정의 자율성 확보를 이유로 내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