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마니아 장르 혹은 MOD(변형게임)로 취급되던 AOS게임. 이제는 유명 개발사들이 속속 AOS 대열에 합류하면서 새롭게 떠오르는 장르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리그 오브 레전드>의 흥행 성공은 후발 주자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면서 경쟁 열기는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 ‘AOS’란 <스타크래프트>의 유즈맵(유저 창작 맵)으로 인기를 끌었던 ‘Aeon of Strife’에서 유래된 장르다. 두 진영의 플레이어들이 각각 캐릭터 하나만을 조종해서 레벨을 올리고 아이템을 구입해서 강해지고, 상대편의 타워와 본진 건물을 파괴하면 승리하는 게임이다. AOS가 보다 널리 알려진 계기는 <워크래프트 3>의 유즈맵 <DOTA>(Defense of the Ancients)의 등장이었다. <DOTA>는 직관적인 게임 방식과 독특한 게임성으로 전 세계에서 인기를 누렸다. 국내에서는 <DOTA>를 변형한 유즈맵 <카오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 AOS 개발 열풍
스팀을 통해 글로벌 베타테스트가 진행 중인 밸브의 <도타 2>는 2012년 나올 AOS게임 중에서 가장 먼저 론칭될 것으로 보인다. 밸브는 <워크래프트 3>의 MOD였던 <도타>(DOTA)를 만든 개발자를 영입해 게임명까지 그대로 사용하면서 정통성을 강조하고 있다.
AOS 장르 탄생의 토대가 된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 3>를 만든 블리자드도 칼을 갈고 있다. 당초 <스타크래프트 2>의 공식 유즈맵으로 발표된 <블리자드 도타>는 점점 비중이 커지더니 이제는 단독 타이틀로 나올 예정이다. 블리자드는 최근 “올해 하반기에 <블리자드 도타>에 대한 깜짝 발표가 있을 것이다”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S2게임스가 만든 <히어로즈 오브 뉴어스>(이하 HON)는 북미·유럽 서비스에 이어 아시아 서비스에 나섰다. 국내에서도 엔트리브소프트를 통해 베타테스트가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글로벌 아젠다>를 만든 하이-레즈 스튜디오가 신들의 전쟁을 소재로 한 AOS게임 <스마이트>를 개발 중이다.
아시아에서도 AOS게임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중국 퍼블리셔 넷이즈는 언리얼 엔진 3로 AOS게임 <영웅삼국>을 만들어 테스트하고 있다. <영웅삼국>은 삼국지를 소재로 5:5:5와 10:10 등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우리나라에서도 AOS게임을 만드는 게임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발론> <카오스온라인> <사이퍼즈>가 서비스 중인 가운데 드래곤플라이는 <KUF 온라인>과 <킹오브파이터즈 온라인>을 준비하고 있고, 스마일게이트도 AOS게임을 만들고 있다.
엔씨소프트도 경쟁 대열에 합류해 AOS 개발팀을 공개모집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한때 <리그 오브 레전드>의 국내 퍼블리싱을 추진했었고, 자회사가 된 엔트리브소프트에서 <HON>을 서비스하고 있어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AOS게임을 개발하기 위한 인원을 모집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내부에서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예전부터 준비해 왔는데, AOS도 그중에 하나다.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만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도 AOS 개발자를 모집하고 있다
■ AOS게임이 가진 매력은?
이처럼 많은 게임업체들이 1~2년 사이에 AOS게임 개발에 뛰어드는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검증된 게임성과 수익성 때문이다.
AOS 장르에는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RTS)과 RPG가 모두 담겨 있다. 여기에 온라인게임의 협동 요소와 패키지게임의 게임성도 갖춘 일종의 종합 장르로 재평가되고 있다. 기본적인 룰은 비슷해도 어떤 소재와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하는가에 따라 개성도 다양해질 수 있다. 액션 등 다양한 장르를 접목하기도 좋다. 이야소프트의 신작 <던전히어로>는 MORPG와 AOS의 결합을 내세웠다.
돈을 버는 유료화 방식도 돌파구가 보이고 있다. 밸런스를 건드리지 않는, 이른바 ‘착한 유료화’로 후발 주자들에게 고민을 안겨줬던 <리그 오브 레전드>는 국내에서 PC방 점유율 장악 및 유료화에 성공했다. 모든 캐릭터(챔피언)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파격적인 PC방 혜택이 통했다.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장르라는 것도 장점이다. 특정 지역에서만 인기 있는 장르가 아니기 때문에 해외 진출 등을 적극적으로 노려볼 만하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 2>의 유즈맵으로 선보일 <블리자드 도타>를 독립 게임으로 분리했다. <블리자드 도타>의 타깃을 블리자드 팬에서 일반 AOS 유저들로 넓혀 나가는 모양새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어서 관계자는 “AOS에서 중요한 것은 게임성이다. 거의 같은 룰을 채택하는 만큼 게임성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고 기존 AOS게임과 비교된다. PvP 게임이기 때문에 유저풀을 모으지 못하면 의미가 없는 장르라는 점에서 섣불리 내놓기보다는 제대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블리자드 게임의 유명 캐릭터들이 총출동하는 <블리자드 도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