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성을 발전시키는 일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많은 경험과 좋은 코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투자로 생각하고 발전시키면 더욱 큰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넥슨 신사업본부 안미루 연구원은 2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에서 ‘왜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가? 창조성과 성취의 비밀’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왜 어떤 사람은 성공하고 어떤 사람은 실패할까? 그 질문에 대해 최근 주요한 이슈는 바로 창조성이다. 누가 창조적인 것을 만들어내느냐가 성공과 실패를 좌우한다. 그렇다면 그 창조성은 어떻게 키워야하는 것일까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 마련이다.
안미루 연구원은 창조성 역시 발달시킬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하며 창조성을 기르기 위한 방법을 소개했다. /디스이즈게임 남혁우 기자
넥슨 신사업본부 안미루 연구원.
■ 창조성이란 무엇인가?
지난 2007년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노키아가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반면 애플은 아직 휴대폰 시장에 뛰어들지도 않았던 상황이다. 하지만 애플이 아이폰을 필두로 스마트폰 시장을 점유하며 거침없이 세계 휴대폰 시장을 점령했다.
이러한 변화에 뒤처졌던 노키아는 최근 2007년에 비해 매출이 1/7로 떨어진 반면, 애플은 5배 이상 성장했다. 이러한 상황은 변화가 빠를수록 자주 일어난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끊임없는 혁신과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창조성이다.
창조성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그게 전부일까?
전 세계 최초의 MP3는 한국 세한전자와 디지털캐스트가 공동개발한 ‘엠피맨’이다.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은 IBM과 벨사우스의 ‘가우스’다. 그리고 최초의 태블릿PC는 애플의 ‘뉴턴’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아는 사람은 드물다. 오히려 사람들은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를 기억하며 애플이 창조적이라고 말한다.
닌텐도의 NDS나 Wii도 기존에 있던 터치스크린과 모션센서를 응용한 게임기였지만, 사람들은 창조적이라고 말한다.
안미루 연구원은 “창조성은 단순히 새로운 걸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기존의 것을 조합해서 충분히 새롭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새롭게 만든 것은 만들어졌을 만한 가치를 담고 있어야 비로소 창조적이라는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 경험과 지식이 필요한 창조성
그렇다면 창조성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아이디어를 가공할 수 있는 기본이 돼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라면도 못 끓이는 사람에게 아무리 좋은 재료를 준다고 해도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듯이, 적어도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갖추고 있어야 한다.
또한 많은 사람들은 젊은 사람일수록 창의적이고, 나이가 들수록 생각이 고루해진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가장 창조적이라고 평가받는 스티브 잡스나 미야모토 시게루는 각각 나이가 57세, 61세다. 그 외에도 시드 마이어, 피터 몰리뉴 등 창의력을 인정받는 사람들은 나이가 적지 않다. 왜냐하면 창조성은 기존의 것을 새롭게 조합해 가치 있는 것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풍부한 경험과 지식, 그리고 창조적인 일에 숙련된 사람이 가장 창조적인 결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젊은 사람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유리할 수 있다.
■ 1만 시간의 법칙
많은 사람들이 창조적인 일은 천재가 하는 일이며, 천재는 타고나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천재라고 널리 알려진 모차르트 역시 굉장한 노력파였다.
그가 5살 무렵부터 작곡을 시작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10대 시절까지 그의 곡은 대부분 조잡한 모방곡이었다. 20세 무렵이 돼서야 비로소 모차르트의 이름을 알리는 좋은 작품이 나오기 시작했다.
단순히 나이만 보면 그는 20세에 매우 수준 높은 곡을 만든 천재 작곡가였지만, 실상은 15년 동안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페이스북을 개발한 마크 주커버그도 9살에 프로그래밍 교육을 받기 시작해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안 아버지에 의해 11살 때부터 가정교사에게 전문적인 교육을 받았다.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하나의 일을 연습하면 뛰어난 능력을 갖출 수 있다는 ‘1만시간 법칙’이 있다. 연습을 통해 최고의 수준에 오르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이 필요하다는 법칙으로 뛰어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연습량의 차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회사원의 1년 근무시간이 약 2,000 시간 정도가 평균이라고 했을 때, 5년 동안 일하면 자신의 일에 1만 시간을 투자한 셈이다. 하지만 경력에 따른 업무차이는 거의 나지 않았다. 일의 경우는 자신이 잘하는 일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발전에 대한 의지와 새로운 시도가 적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온전히 자기 계발에 시간이 필요하다.
대신 일하는 시간을 의도적인 수련으로 바꿀 수 있다. 자신이 한일을 평가하고 피드백을 통해 개선해 나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의사는 환자가 왔을 때 진료 및 처방 후 환자를 돌려보낸다. 이후 환자가 어떻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 그로 인해 자신의 진료가 어땠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하지만 뛰어난 의사는 한 달 후 자신의 진찰이 맞았는지 검증해 자신의 진찰이 잘못됐다면 이를 개선할 기회로 삼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의도적으로 수련하고 더 나은 방법을 계속 찾아 나가는 작업을 1만 시간 이상 해야 뛰어난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 창조성 발전 위해 필요한 피드백
과학자들이 언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는지 사람들을 동행하며 조사한 결과, 동료와 공유하고 토론할 때가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람의 뇌를 찍어본 결과, 뇌가 이완되면서 다른 영역과 연결될 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즉 기존에 생각하던 것이 아닌, 다른 생각들과 이어질 때 새로운 생각이 떠오른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 하나의 분야를 전문성을 갖추고 추가적으로 다른 분야에 다른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T자형 인재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는 것만큼 좋은 피드백을 받는 것 역시 성장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특히 과정에 대한 피드백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골프를 칠 때 비거리를 늘려야 한다면, 단순히 늘려야 한다는 필요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자세를 바꾸거나 손의 위치를 바꾸는 등 더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피드백은 스스로 하거나 대중으로부터 또는 스승이나 코치에게 받는 3가지 방법이 있다. 모두 장단점이 있는데 자신이 하는 경우는 비용이 거의 안 들고 바로 확인할 수 있지만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기 어렵다. 대중은 수많은 의견을 들을 수 있지만 과정이 아닌 결과에 대한 피드백만 얻을 수 있다.
스승은 만나기가 어렵지만 좋은 스승을 만날 수 있다면 가장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김연아만 해도 뛰어난 코치가 함께했다. 뛰어난 사람일수록 성장을 위해 좋은 사람이 필요하다.
“나는 대학원에서 지도교수가 큰 도움을 주었다. 대학원 시스템은 르네상스 시대와 비슷하다. 장인과 연습생인 도제가 있듯이 대학원에서도 지도교수 밑에 대학원생이 있었다. 다행이 좋은 지도교수를 만나 그 밑에서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 뛰어난 사람은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는 듯하다. 당장은 가깝지 않더라도 이메일이나 세미나를 통해 만나고 가까워지면 자신의 실력을 성장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직장에서는 상사가 자신의 코치가 될 수 있다. 그 밑에서 일하면서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기회로 삼는 것이다. 같은 넥슨이라고 해도 데브캣의 문화가 있고 위젯의 문화가 있다. 어디에서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제자의 성향도 달라진다. 그러므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초기의 선택이 중요하다.
■ 양질의 교육과 지원도 필요하다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 공화국, 5차 솔베이 회의 등 천재들은 같은 시기, 같은 장소에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경항이 있다. 이는 개인 차원만이 아니라 환경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예로 들어 금융재벌 메디치 가문이 지식인과 예술인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시작하면서 뛰어난 사람들이 모이게 되고 서로를 연결하는 허브역할을 하게 된다. 이후 뛰어난 사람들이 제자를 가르치며 꾸준히 훌륭한 사람을 배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또한 다양한 분야의 뛰어난 사람이 모인 만큼 서로 각자의 정보를 교류하며 새로운 아이디어가 등장하고 수많은 천재가 등장한 것이다.
즉 적절한 지원, 탁월한 교육, 다양한 분야에서의 교류가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르네상스 시대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회사 내에서도 이런 지원이 필요하다. 상사가 스승의 역할을 하며 전문적인 깊이를 쌓는 동시에 다른 분야와 지속적으로 대화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교류해야 한다.
일례로 밸브는 모든 책상에 바퀴가 달려 있어서 컴퓨터 코드만 뽑아서 이동할 수 있다. 자신이 같이 일하고 싶거나, 이야기하고 싶은 상대가 있다면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밸브는 조직도가 없이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싶은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함께 작업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안미루 연구원은 “물론 이는 개발자들의 능력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하고, 이미 비치된 모든 책상에 바퀴를 달 수 없는 만큼 보조의자를 준비해 함께 앉아서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다. 또한 커피전문점도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좋은 장소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4대 문명을 보면 대부분 강이 있어 농사를 짓는 곳이 문명의 발생지였다. 농사를 짓기 전까지 사람들은 사냥을 하거나 열매를 따먹는 것이 전부였지만 농사를 통해 투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 씨를 심는다고 열매가 열리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창조성도 농사와 마찬가지다. 지금 당장 효과가 나오지도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하지만 투자의 개념으로 생각하고 노력하면 문명의 발전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시작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