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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영상) ‘끝판왕의 탄생’ 영웅전 드래곤 제작기

NDC 2012: 마비노기 영웅전 드래곤 제작 수첩

안정빈(한낮) 2012-04-23 20:01:34

사실 드래곤 티저 페이지가 열릴 때까지 드래곤 한 마리도 만들지 못했어요.

 

<마비노기 영웅전>(이하 영웅전)의 3D 모델링을 담당하는 국중원 아티스트와 원화를 맡은 이근우 아티스트의 솔직한 고백이다. <영웅전>은 지난 겨울, 시즌1의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4마리의 드래곤을 선보였다. 다들 만드는 드래곤인 만큼 만만한 생각으로 덤볐지만, 결과는 썼다.

 

당초 업데이트와 동시에 네 마리가 공개될 예정이었던 드래곤은 한 마리만 먼저 공개하는 방향으로 바뀌었고, 티저 페이지가 개발될 때까지 완성이 끝나지 않은 탓에 드래곤 없는 드래곤 티저 페이지를 만들기도 했다. 대체 어떤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영웅전>의 끝판왕 드래곤이 탄생하기까지 두 명의 아티스트가 겪었던 우여곡절을 디스이즈게임에서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넥슨의 국중원 아티스트(왼쪽)와 이근우 아티스트(오른쪽).

 

 

■ 의욕과 자신감만 앞섰던 도전

 

게임에서 드래곤은 누구나 아는 존재다. 거대한 스케일, 강력한 힘, 엘리트의 상징이다. 드래곤은 그 이름만으로도 유저들에게 기대감을 준다.

 

<영웅전>에도 초창기부터 드래곤의 등장이 예정돼 있었다. 제작 난이도가 높고, 스케일이 커서 시간도 오래 걸릴 것이며, 제대로 된 지식을 갖추고 있는 사람도 없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걱정보다는 의욕이 앞섰다.

 

다들 한 번씩 만들어 보는 건데 얼마나 어렵겠어?” 이근우 아티스트가 처음 드래곤을 구상하면서 품었던 생각이다.

 

 

 

그 생각이 안이했다는 걸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자료부터 문제가 됐다. 드래곤으로 검색할 때 나오는 자료는 수 만개 이상. 너무 많은 자료는 오히려 방향을 잡는 데 걸림돌이 됐다. 어디서 본 건 많아서 눈은 높은데, 나오는 결과물은 영 아니었다.

 

시간도 부족했다. 다른 게임에 비해 제작비용이 높은 <영웅전>은 전투 기획과 동시에 모션을 제작한다. 결국 아티스트들이 뼈대를 만들어 주지 못한다면 다른 작업도 줄줄이 밀릴 수밖에 없다.

 

프로모션 영상에도 많은 공을 들이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도 최소 일주일 전에는 작업을 마쳐야 한다. 고민할 시간조차 부족했다. 그렇다고 에피소드의 대미를 장식할 끝판왕을 급조할 수는 없었다.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기획과 소통으로 잡은 실마리

 

궁지에 빠진 이근우 아티스트는 기획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어떤 드래곤을 만들어주면 좋겠냐는 질문을 던졌다.

 

많은 의견이 나왔다. 액션게임이니 네 발로 빠르게 움직이도록 하자, 꼬리는 길어서 공격 반경이 넓었으면 좋겠다, 목은 제어하기가 어려우니 짧게 가자. 기획자들의 의견을 듣고 나니 자연히 규칙도 생겼다. 꼬리는 길게, 목은 짧게. 네 발로 민첩하게 걷고, 날개는 최대한 크게. 스케일이 큰 만큼 원화도 세밀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규칙이 정해지자 그 후는 술술 풀려 나갔다. 뼈대를 잡아서 모션제작팀에 맡기고 불과 번개, 얼음 등의 속성을 적용할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모델러의 고민을 최소화하기 위해 몸의 각 부분이 어떻게 나뉘는지도 원화 단계에서 고민했다. 규칙에 맞는 정보만 얻으면 되니 자료의 홍수에 시달릴 일도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두 번째로 찾아온 고비, 입체화

 

원화 아티스트가 상상을 통해 그림을 그린다면, 3D 모델러는 그 상상을 현실로 옮긴다. 그런데 <영웅전>의 드래곤은 현실로 옮기는 과정이 너무 오래 걸렸다. 이유를 살펴봤더니 퀄리티가 문제였다. 일반적으로 3D 그래픽은 하이 폴리곤으로 만든 그래픽의 각 면을 일일이 클릭해서 최적화한다.

 

그런데 각 드래곤에 사용된 면은 최소 3만 개 이상. 클릭 횟수도, 작업에 걸리는 시간도 자연스럽게 만 단위를 넘어간다. 일반 몬스터 하나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4, 덩치가 큰 보스들도 6주 내외. 반면 드래곤 한 마리에 걸린 시간은 평균 14주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리 준비해 놨던 장비 디자인도 다 떨어졌다. 시즌의 마지막 에피소드인 만큼 섣불리 외주를 줄 수도 없었다.

 

작업자는 손가락 관절을 지키기 위해 마우스를 클릭하는 손가락까지 바꿨고, 생일을 맞은 여자친구가 홀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게 만들면서 작업에 매진했지만, 시간에 맞추는 건 무리였다. 결국 드래곤 티저 사이트가 만들어 질 때까지도 드래곤은 완성되지 않았다.

 

 

 

 

 

■ 아쉬움과 반

 

이후 많은 우여곡절 끝에 첫 번째 드래곤이 아슬아슬하게완성됐고, 남은 세 마리 드래곤도 순차적으로 공개됐다. 내부의 아픔과 상관없이 다행히드래곤 업데이트는 흥했다. 그래도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 있다.

 

국중원 아티스트의 가장 큰 반성은 룩 인플레이션을 간과한 것이다. 모든 온라인게임은 에피소드가 진행되면서 점점 레벨이 오르고, 그에 맞춘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복장을 요구하게 된다. 서비스를 몇 년 동안 진행한 게임에서는 새로 나오는 모든 장비가 강하고 비싸 보여야 한다. 말 그대로 요구되는 디자인의 인플레이션 효과다.

 

 

 

디자인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버그로 기획까지 바꾸게 된 점도 아쉽다. <영웅전>에 나오는 고대 엘쿨루스는 당초 8부위가 파괴되는 구조였지만, 폴리곤의 숫자 탓인지 2부위가 파괴되지 않는 오류가 생겼다. 결국 기획도 여기에 맞춰서 일부 달라졌다.

 

상상에만 의존한 원화가 다소 어색하다는 점도 이근우 아티스트의 불만이다. 그래도 덕분에 앞으로는 개인 시간을 내서라도 평소에 그리지 않던 것을 그려봐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아래는 국중원 아티스트와 이근우 아티스트가 공개한 <영웅전>의 드래곤 제작과정이다.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드래곤의 모습을 확인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