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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스마트폰 시대의 생존법은 ‘하이브리드’

NDC 2012: 스마트폰 시대의 PC 온라인게임 키노트

현남일(깨쓰통) 2012-04-23 20:51:51

“돌이켜 보면 게임업계는 그동안 몇 차례 급격한 변화의 시기를 맞이했고, 그 바람을 잘 극복한 업체만이 다음 시대를 주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바로 스마트폰이라는 급격한 변화가 온라인게임업계에 밀어닥치고 있다.”

 

<삼국지를 품다>의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엔도어즈 김태곤 상무는 23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 2012에서 ‘스마트폰 시대의 PC 온라인게임’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진행했다.

 

엔도어즈 김태곤 상무.
 
 

■ 스마트폰 시대의 도래는 PC 온라인게임의 위기

 

우리나라 모바일 시장은 불과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다. 애플의 아이폰, 삼성의 갤럭시 시리즈 등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됐고, 어느덧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1월 약 800만 명에 불과하던 스마트폰 사용자는 지난해 12월 약 2,200만 명으로 1년 만에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런 스마트폰의 빠른 보급은, PC 온라인게임 개발자들에게 있어서는 단순히 ‘많이 보급됐다’ 수준의 의미가 아니라고 김태곤 상무는 강조했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휴대폰으로 원활하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기존 PC 이용시간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방송통신위원회 조사자료(위)를 보면 알 수 있지만 낮은 연령대일수록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해져, 10대와 20대는 절반 이상이 PC 이용시간이 줄어들었다고까지 조사됐다.

 

이는 10대부터 20대를 주요 고객으로 삼는 PC 온라인게임업계에 직격타와 다름없다.

 

과거 PC 온라인게임업계에 종사하는 개발자들은 모바일게임 시장을 알게 모르게 낮게 보는 경향이 있었다. 모바일게임 시장은 하드웨어의 제약, 게임들의 짧은 라이프 싸이클, 절대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이동통신사의 존재, 작은 시장 규모 등 여러 면에서 한계가 명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이런 문제점들이 하나, 둘 완화되더니 마침내 PC의 영역까지 넘보는 시대가 됐다. 이제는 더 이상 PC 온라인게임업계라고 해도 모바일을 무시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김태곤 상무는 “호들갑 떠는 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스마트폰 때문에 PC를 켜지 않는다면, PC 온라인게임은 그만큼 위기라고 보는 게 맞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알아야 할 것은 스마트폰 시대의 도래는 위기이면서, 한편으로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기회란 스마트폰게임 시장이 최근 성장세가 정체된 온라인게임 시장의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PC 온라인게임업계가 스마트폰게임과 온라인게임의 장점을 결합하고, 함께 나아간다면 기존에는 없었던 더 큰 시장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김태곤 상무는 주장했다.

 

 

■ 스마트폰과 온라인게임이 함께 나아가는 길 ‘하이브리드’

 

김태곤 상무는 온라인게임과 스마트폰게임이 함께 손잡고 나아갈 수 있는 길로 ‘하이브리드꼽았다. 하이브리드게임이란 PC 온라인게임의 장점과 스마트폰게임의 장점을 결합하고, 양쪽 기기에서 모두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뜻한다.

 

김태곤 상무는 “스마트폰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기 때문에 스마트폰에 도전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온라인게임 개발자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스마트폰게임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PC 온라인게임을 만들던 개발자로서 양쪽 기기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게임을 생각하게 되었고, 처음 기획하게 된 것이 바로 지금 개발하고 있는 것이 <삼국지를 품다>였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PC 온라인게임은 스케일과 커뮤니티에 강점을 갖고 있고, 스마트폰게임은 접근성에 강점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켜 집에서 누워서 편하게 스마트폰으로 즐길 수 있으면서도, 온라인게임 못지않은 스케일과 콘텐츠를 갖추고, 유저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게임의 개발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먼저 첫 번째로 걸린 것은 바로 발전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PC에 비하면 한 없이 낮은 스마트폰의 사양이었다. 화면도 작고, 어떻게 해도 PC 클라이언트 기반 온라인게임만큼의 퀄리티를 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김태곤 상무는 PC 온라인게임과 스마트폰게임 퀄리티의 중간점이기도 한 3D 웹게임을 선택하게 되었다.

 

하지만 3D 웹게임이라고 해도 스마트폰으로 구현하기에는 사양이 너무 낮았다. 그래서 최대한 최적화를 진행해야 했으며, 더불어 네트워크 최적화 작업도 꾸준하게 진행해야 했다. 이로 인해 굉장히 오랜 개발시간이 필요했지만, 다행히 네트워크 환경은 개발기간 동안 꾸준하게 개선됐고 오랜 시행착오 끝에 최적화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낮은 사양으로 인해 모바일 버전은 데이터를 대폭 축소해야만 했다.

 

PC와 스마트폰에서 모두 동일하게 돌아가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웹 3D를 선택했다.


모바일은 PC 온라인에 비해 네트워크 환경이 지극히 불안정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모바일에서는 PC와 다른 최적화된 UI와 조작이 필요하기도 했다.

 

또 모바일은 배터리나 게임 도중 오는 전화 등의 문제로 자주 끊어지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삼국지를 품다>는 유저가 개입하지 않거나, 중간에 끊겨도 계속 자동으로 진행되는 콘텐츠. 유저는 그저 관리만 해주면 되는 매니지형 콘텐츠의 개발이 필요했다. 

 

이 밖에도 하이브리드 게임을 개발하는 데는 다양한 문제점들이 있었다. 엔도어즈는 PC와 스마트폰에서 동일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유니티 엔진을 선택했지만, 유니티 엔진은 그동안 <삼국지를 품다> 같은 게임이 만들어진 전례가 없었다. 레퍼런스가 턱 없이 부족했던 것.

 

여기에 그냥 만들고 서비스하면 끝 PC 온라인 플랫폼과 다르게 스마트폰은 패치를 한다고 해도 애플이나 구글 같은 사업자의 인증을 거쳐야 하며, 결제 시스템 역시 플랫폼별로 천차만별이다. 심의 또한 애플은 18세 이상 성인 이용가를 인정하지 않는 등 난관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하이브리드 게임은 모바일 게임이나 PC 온라인 게임과 비교하면 개발 프로세스 자체가 전혀 다르다. 이런 프로세스를 확립하는 데만 엔도어즈는 1년 넘는 시간을 들였다고 한다.

 

유료결제 방법이나, 환불 정책 등도 각 이동통신사나 서비스사마다 천차만별이라 유료화 모델을 구성하는 것도 쉽지 않다.

 

<삼국지를 품다>는 보다 적극적인 PK 등의 시스템을 구현해 성인용 게임으로 개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지만, 플랫폼별 심의 정책 차이로 인해 이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김태곤 상무는 “지금도 하이브리드 게임을 만들면서 다양한 난관을 만나고 있으며, 이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계속 고민하고 있는 것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스마트폰이라는 거대한 변화 앞에 너무 앞서 나가도, 또 너무 뒤처져도 문제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떠한 시대가 오더라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생존전략으로 하이브리드 게임을 선택했고, 지금 만들고 있는 게임은 PC 온라인 게임의 노하우와 스마트폰의 접근성을 합친 작품으로 완성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다음은 강연이 끝난 후 김태곤 상무와 진행된 질의응답 중 중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Q: 심의와 관련된 이야기를 했는데, 현재 <삼국지를 품다>는 성인 콘텐츠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는가?

 

김태곤 상무: 그렇다. 공격적인 PK 시스템 등 기존의 PC 온라인게임에서 볼 수 있었던 성인용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앞에서도 말했듯 성인용 콘텐츠를 넣으면 일부 스마트폰에서는 심의를 통과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현재 이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다.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Q: 하이브리드 게임이면 결국 언제 어디서나 장소와 기기의 제약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뜻인데, 결국 게임 과몰입이 문제가 되지 않을까?

 

<삼국지를 품다>는 유저가 굳이 게임에 접속하지 않더라도 미리 지시를 하면 자원 생산과 같은 작업이 자동으로 진행된다. 게임 과몰입이란 결국 유저로 하여금 계속 게임에 접속하게 만든다에서 시작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런 <삼국지를 품다>의 콘텐츠는 오히려 게임 과몰입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 중에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Q: 하이브리드 게임에 대한 다양한 고민을 이야기 했는데, 현재 가장 고민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유료화 모델을 꼽고 싶다. 애플이나 구글이나 저마다 정책이 너무나도 다르다. 서로 일치하지 않는 정책도 많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유료화를 해야 할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

 


Q: 하이브리드 게임은 결국 어느 정도 규모가 큰 개발팀만이 도전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어느 정도 개발팀의 규모가 커야 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스마트폰게임 개발과 PC 온라인게임 개발의 경험이 모두 있어야 하고, 각 부서의 소통이 원활해야 하며, 회사가 오랫동안 투자할 수 있는 여력도 있어야 한다고 본다. <삼국지를 품다> 역시 실제 개발 기간과 투자인력 등을 보면 어지간한 온라인게임 프로젝트를 능가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시행착오를 많이 겪고 장기간의 투자를 하게 된 것은 이 분야에 처음으로 도전하는 것 역시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만약 하이브리드 게임에 대한 도전이 앞으로도 계속되고, 업계의 노하우도 많이 쌓인다면 앞으로는 중견회사에서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분야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