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로 전동진 개발자는 과거 <컬러심포니>로 대한민국 인디게임 공모전에서 입상하며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more} 인디게임을 처음 개발하려는 사람들이 헤매지 않기 위해 준비했다는 그의 강연을 들어보자.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전동진 개발자.
■ ‘어떻게 시작할까?’ 인디게임의 인원편성
인디게임을 개발할 때의 인원편성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1인 개발, 팀 개발, 그리고 1인으로 시작해서 팀으로 끝내는 1인 + 팀 개발이다.
1인 개발의 장점은 자유로운 일정관리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자유롭게 게임을 개발할 수 있다. 문제는 혼자서 모든 것을 개발해야 하는 만큼 게임 규모를 키우기 어렵고, 자기타협에 빠지기 쉽다. 만족스럽지 않은 성과를 내고도 ‘이 정도면 충분히 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의욕이 쉽게 꺾이고 문제점을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것도 1인 개발의 단점이다.
팀 개발은 반대다. 역할이 분담되므로 부담이 적고, 자기가 맡은 분야에만 집중할 수 있지만, 반대로 일정 잡는 게 쉽지 않다. 특히 인디게임 개발처럼 부업이나 취미생활로 하는 사람이 많은 경우에는 더하다. 싫은 잔소리를 들었다고 잠수를 타는 일도 비일비재한 만큼 문제가 생기면 꼭 풀고 넘어갈 필요도 있다.
1인으로 게임의 기본구조를 만든 후 팀을 모아 남은 부분을 개발하는 방식도 있다. 이때의 장점은 의욕 상승이다. 어떤 게임을 만들 것인지 보여주는 만큼 팀원을 모을 때 설득력도 높고, 게임이 실제로 완성될 가능성도 높다. 다만, 팀원의 주인의식이 약하고 맨 처음 게임을 개발하던 1인이 무너지면 프로젝트도 무너지기 쉽다는 게 단점이다.
■ ‘사람은 어디서 모으지?’ 인디게임의 모집방법
1인으로 진행할지, 팀을 짤지 결정했다면 이제는 사람을 모을 차례다. 인디게임 개발자가 사람을 모으는 경로는 다양하다. 주변에 있는 사람을 끌어들이거나 온라인에서 팀원을 모으는 방법도 있다.
가장 쉽게 사람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은 온라인을 통한 모집이다. 곳곳의 인디게임 개발 사이트나 구인 사이트를 통해 알아보는 것이다. 사람을 모으기는 쉽지만 신뢰관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온라인에서 사람을 모으다 보면 특정 파트가 구해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몇 달 만에 기껏 팀원을 구했더니 이번에는 기존의 팀원이 팀에서 나가는 경우도 있다. 어차피 보는 사람만 보는 경우가 많은 만큼 “3번을 구해 봐서 안 오면 그 사이트에는 더 이상 광고할 필요가 없다”는 게 전동진 개발자의 이야기다.
두 번째는 아는 사람들을 통한 모집이다. 이미 충분한 신뢰관계를 갖고 있고 팀워크도 좋지만 의외로 상처받기가 더 쉽다. 서로 편한 사이인 만큼 오가는 말도 험해지기 쉽다. 새로운 팀원을 받았을 때 이미 알던 사람이 아니라면 소외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모으는 방법 못지않게 해당 팀원의 속성을 파악하는 일도 중요하다. 졸업 예정자와 취업 준비생은 인디게임 개발을 위한 좋은 팀원이다. 목적이 뚜렷한 만큼 의욕도 높다. 다만 졸업이나 취업 등의 목적을 달성한 후에는 의욕이 급작스럽게 떨어진다는 게 단점이다. 붙어도 떨어지고, 떨어져도 떨어진다.
특히 해당 게임을 포트폴리오로 사용하려는 사람의 경우 기획과 상관없이 자신의 능력을 100% 보이길 원할 때가 많다. 취업만 우선시하는 경우인데 정작 게임 개발은 뒷전인 경우가 많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현업 혹은 아마추어 개발자들도 인디게임 개발에 참여한다. 이 둘은 정반대의 속성을 지녔는데, 현업 개발자는 도전의식이 낮은 반면 실패할 확률도 낮다. 겸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시간도 문제가 된다.
반대로 아마추어 개발자는 도전정신은 넘치지만 경험이 부족하다. 특히 ‘좋은 경험이었다’로 프로젝트를 흐지부지 끝내는 안 좋은 버릇을 가진 사람도 많다. 아마추어 개발자들끼리 게임을 만들 경우 어떻게든 끝을 내고 말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 ‘목숨을 걸 것인가? 취미로 끝낼 것인가?’
사람까지 모았다면 마지막으로 개발환경을 따질 차례다. 원래 회사를 다니며 가볍게 게임을 개발할 수도 있고 스스로 창업을 할 수도 있다. 물론 장점과 단점은 다 다르다.
속칭 ‘투잡’은 가장 안정적인 개발 방식이다. 원래 다니던 회사를 유지한 채 남는 시간에 인디게임 개발에 몰두하는 것이다. 다만 직장이 있는 만큼 시간이 부족하고, 갑자기 새로운 스케줄이 생길 때도 많다. 굳이 이 프로젝트를 하지 않아도 먹고 살 만하다는 안정감에 의욕이 떨어지는 일도 많다.
그래서 투잡으로 게임을 개발할 때는 자기관리가 특히 중요하다. 전동진 개발자 역시 “회사를 다니면서 게임을 개발할 때는 퇴근 후 하루 5시간, 주말에는 하루 종일로 시간을 정하고 개발했다”고 밝혔다.
진지하게 게임을 개발하고 싶다면 창업하는 것도 방법이다. 대학생이나 회사원 신분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건 브랜드 가치를 떨어트릴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고객센터의 연락처가 개인 휴대폰 번호라면 그 순간 게임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진다.
약간이나마 돈을 벌기 시작하면 개발도 적극적으로 이뤄진다. 단점은 역시나 책임이다. 창업은 사업인 만큼 실패했을 때 위험부담도 크다. 특히 대표작조차 없는 상황에서 개발을 시작할 경우 외주와 하청만 받아서 처리하다가 끝나기도 쉽다.
투자를 받는 방법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인디게임을 유지하려면 간섭이 없는 투자여야 하는데, 그 정도 투자를 받으려면 유명세가 필요하고, 그 유명세를 만족시키는 개발자는 정작 이런 강연을 들을 필요조차 없다.
이것 저것 다 귀찮다면 무자본으로 개발을 시작해도 된다. 마음은 편하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지 아무도 모른다. 물질적으로 잃을 게 없는 만큼 팀이 깨지기도 쉽다. 전동근 개발자의 경우에는 심지어 ‘연예인이 되겠다’며 팀을 떠난 사람도 있었다.
■ 결국 남는 건 사람. 계획을 잘 짜고 상대를 이해하자
전동근 개발자는 “프로젝트의 실패는 뭉뚱그려진 계획에서 나온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직장인 팀에서 ‘퇴근 후 일하자’ 같이 모호한 규칙을 정했다면 정작 퇴근 후에는 잠깐 게임 좀 하고 일하자는 생각에 <리그 오브 레전드>를 켠다. 경기에서 지니까 속상해서 한 판 더 하고. 거기서 더 지면 일할 기분이 아니어서 그냥 자버린다.
반면 ‘매일 저녁 10시부터 일한다’는 규칙을 정하면 10시를 넘겼을 경우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최소한 후회하게 된다.
상대방의 상황과 환경을 잘 이해할 필요도 있다. 이해 한 번에 시행착오 한 번이 줄어들고, 이해 한 번에 팀도 한 번 덜 깨진다. 특히 친한 사이에서 ‘그게 뭐가 힘듭니까’ 같은 말실수가 가장 잦다. 위주 같은 딱딱한 관계를 맺을 때도 언제 이 사람과 함께 일할지 모르는 만큼 이해는 기본이라는 게 전동근 개발자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