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유저라도 새로운 콘텐츠에는 모두 초보입니다.”
넥슨 김진수 <카트라이더> 기획팀 파트장은 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에서 ‘초보 유저를 위한 기획’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게임에서 초보라는 말은 많이 쓰인다. 하지만 초보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명확하게 나눌 수 있는 수단이 없다. 또한 초보를 어떻게 더 놓은 단계로 성장시킬지도 많은 개발자들의 고민 거리다. 김진수 파트장은 이런 고민에 대한 자신의 답변을 발표했다. /디스이즈게임 남혁우 기자
김진수 <카트라이더> 기획팀 파트장.
■ 초보라고 다 같은 초보가 아니다
첫 아이를 낳은 부부는 아이가 울 때 왜 우는지 모른다. 옆집 아주머니가 아이의 울음 소리를 듣고 기저귀를 갈아주라고 조언해주고 나서야 아이가 왜 우는지 이유를 알게 된다.
모든 사람들은 처음 겪는 일에 대해서는 초보일 수밖에 없다. 즉 초보란 현재 주어진 상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말한다.
초보는 현재 상태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하지만 게임은 워낙 많은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언제까지가 초보인지 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처음 하는 사람을 모두 초보로 정의하는 것은 위험하다. 사람마다 성장 속도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카트라이더>는 초기에 유저의 능력에 따라 더 빨리 높은 등급으로 올라갈 수 있는 라이선스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라이선스 제도를 실시하자 예상치 못한 문제점이 발생했다. 유저들은 더 높은 레벨로 올라가기보다 루키에서 멈췄기 때문이다.
유저들은 캐주얼게임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것보다 한 판, 한 판에서 이기는 것을 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굳이 더 잘하는 사람들이 많은 높은 라이선스보다 낮은 레벨에 안착한 것이다. 그로 인해 이제 막 조작방법을 익힌 유저들은 바로 고레벨 유저들과 플레이하게 되면서 패배만 겪다가 게임을 접게 되는 악순환이 일어났다.
그래서 바꾼 것이 레벨에 따른 채널이었다. 유저들은 자신의 레벨에 맞춘 채널에서만 플레이할 수 있으며, 다른 레벨로는 이동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오히려 채널이 유저를 가두는 감옥이 돼버렸다. 실력은 낮은데 오랫동안 플레이한 유저도 자연스럽게 레벨이 오르면서 자신보다 잘하는 사람과 경기를 하게 되는 것이다. 피할 곳이 없어지자 게임을 그만 두는 유저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 후 발전한 것이 바로 매칭 방식이다. 초보 채널을 제외하고 모든 채널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제한을 풀어 놓은 대신, 유저들의 실력을 측정했다. 이후 유저의 실력에 따라 자신과 맞는 레벨의 유저와 자동으로 함께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즉 유저의 실력에 따라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채널인 것이다.
덕분에 유저들은 항상 비슷한 승패 비율을 유지할 수 있었고, 초보 유저와 기존 유저의 재접속률도 눈에 띄게 상승하는 효과를 얻었다.
김진수 파트장은 “<카트라이더>는 고수와 초보가 팀을 맺고 파티를 구하면 고수 위주로 팀을 구성하도록 되어 있다. 레이싱게임은 고수가 뒤에서 도와준다고 해서 초보의 실력 상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고수가 아닌 초보에 맞춰서 못하는 유저를 한 명 더 팀에 넣는 것은 리타이어하는 초보를 한 명 더 만드는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접근성을 높이는 ‘5의 법칙’
미국 심리학자 조지 밀러는 사람은 ‘7개에서 ±2개’, 즉 5~9개를 30초 동안 단기적으로 기억할 수 있다는 법칙을 발표했다. 즉 한 번에 기억해야 할 것은 최대 9개를 넘지 말라는 것이다.
개발자들은 7이나 9보다 5에 집중했다. 9개라는 숫자는 최대인 만큼 그것을 모두 기억하지 못하는 유저도 많고, 최소인 5개에 맞추는 것이 더욱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카트라이더>는 그동안 배워야 할 것이 많았다. 조작하면서 길을 파악하고, 상대가 어디 있는지 확인하면서 자신의 현재 순위를 살펴야 한다. 게다가 부스터 게이지를 충전해야 하고, 현재 남아 있는 부스터나 아이템의 유무도 확인해야 한다.
이것만 해도 6개인데, 부스터를 모으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보니 배워야 할 것이 산더미다. 그래서 이것을 해결한 게임 방식이 바로 포뮬러 모드다.
기존 <카트라이더>는 유저가 익혀야 할 내용이 너무 많았다.
포뮬라 모드는 달리고 추월하는 재미외에 어려운 부분은 대부분 줄여 나갔다.
포뮬러는 기존 <카트라이더>의 어려움과 레이싱 고유의 재미를 살리는 것을 콘셉트로 만들어진 모드다.
추월하는 재미를 강조하기 위해 최대 4명의 유저와 인공지능(AI) 캐릭터가 모여 총 20명이 함께 달린다. 다른 유저와 경쟁하기 싫다면 혼자 AI와 플레이할 수도 있다. 또한 드리프트를 통해 부스터 게이지를 채우고 부스터를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를 대비해 상대 뒤에 따라 붙으면 자동으로 게이지가 채워지고 발동된다.
이로 인해 포뮬러 모드는 실제 사람과의 경쟁이 사라지고, 게이지를 모으는 일도 사라지고, 조작도 쉬워졌다. 게다가 <카트라이더>에서 가장 추월을 많이 할 수 있는 모드로 자리 잡앗다. 덕분에 포뮬러 모드는 수많은 모드를 제치고 기존 국가에서는 25%, 신규 서비스 국가에서는 4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포뮬러 모드 업데이트 후 8년차 <카트라이더>의 동시접속자 수치가 대폭 상승했다.
■ 초보 학습을 위한 ‘4321 법칙’
5의 법칙만으로는 초보 유저를 위한 학습이 완전하지 않다. 유저가 콘텐츠에 익숙해질 수 있는 반복적인 학습이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4321 법칙’이다. 이는 중요한 행위와 다음 학습할 내용을 4321의 비율로 맞춰나가는 것을 말한다.
그 예로 김진수 파트장은 스마트폰게임 <템플런>을 들었다. 고대 유적 사이를 달려 나가는 게임인 <템플런>은 점프와 슬라이딩 등 다양한 방식으로 피해야 하는 함정이 등장한다.
<템플런>은 유저가 학습해야 할 중요도에 따라 정확하게 함정을 배치했다. 초기에는 간단한 함정이 4개, 그 다음 어려운 함정이 3개 정도의 비율로 나오기 시작한다. 이후 첫 번째 함정을 무의식적으로 피할 수 있어지면 그 함정은 제외되고 다른 함정의 비율이 늘어나게 된다.
이렇게 중요의 순서에 따라 학습할 콘텐츠의 배치 순서를 나누면 처음 접하는 유저도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템플런>은 유저 학습을 위한 반복 플레이 비율의 짜임새가 매우 좋다.
이를 활용한 것이 <카트라이더>의 플랜트 시스템이다. 플랜트 시스템은 플랜트를 통해 얻은 에너지를 모아 다양한 아이템을 만드는 방식이다. 새롭게 추가된 시스템인 만큼 초보 뿐만 아니라 기존 유저를 위해 최대한 쉽고 단순하게 만들어야 했다.
플랜트는 초기에는 에너지를 얻는 버튼 외에도 파츠 장착, 강화, 교환 등 다양한 버튼이 화면에 있었다. 이를 단순화하기 위해 수정을 거듭한 결과, 생산 시작이라는 버튼만 강조하고 나머지는 모두 버튼을 없애거나 상대적으로 부각했다.
기존 시스템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폭 쉽게 만들어서 그런지 기존 시스템의 이용률이 10%에 불과한 것에 비해 플랜트는 이용률이 50%에 달했다.
김진수 파트장은 “지금까지 습득한 내용을 가지고 <카트라이더>의 대규모 업데이트를 준비 중이다. 인터페이스(UI)도 바꾸고, 메뉴도 바꾸고, 기존 <카트라이더>와 다른 모습을 선보일 테니 5~6월에 꼭 한 번 접속해 보길 바란다”며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