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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MMORPG 동접 개선, 감성적으로 접근하라

NDC 2012: MMORPG 동접 개선을 위한 개발 이야기

정우철(음마교주) 2012-04-25 15:12:24

많은 MMORPG 개발자들의 고민은 어떻게 흥행하는 게임을 만들 수 있을까이다. 여기서 말하는 흥행의 척도는 대부분 동시접속자수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좋은 게임을 위해서 레벨 디자인, 전투 시스템, 그래픽, 퀘스트 등 기술적인 면에 신경을 쓰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적인 접근이 동시접속자수 개선을 위한 해답은 아니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데서 문제를 찾아보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할 수도 있다.

 

블루홀 여형욱 비주얼 기획 파트장은 25일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 2012에서 ‘MMORPG 동접 개선을 위한 개발 이야기라는 주제로 강연하면서 ‘기술’이 아닌 ‘감성’에 포인트를 두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블루홀 스튜디오 여형욱 비주얼 기획 파트장.

 

 

MMORPG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MMO’

 

MMORPG는 많은 사람들이 접속해서 역할을 즐기는 게임이다. MMORPG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MMO로, ‘많은 사람들’은 필수조건이다. 이것이 MMORPG에서 동시접속자수가 가장 중요한 이유다.

 

많은 개발자들이 MMORPG를 만들면서 레벨 디자인, 그래픽, 퀘스트, 전투 등에 신경을 쓴다. 하지만 전투가 재미있다고, 그래픽이 멋지다고 해서 반드시 흥행이나 동시접속자수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사람들과 엄청난 인식의 차이를 보일 수 있겠지만, 저는 MMORPG는 게임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실제 사회에 가깝습니다. 사람들이 만나 즐기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라고 보는 게 옳다고 보며, 이런 시각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여형욱 파트장의 말은 MMO는 게임이 아니라 사회라는 데서 시작한다. MMO에서는 다양한 집단이 형성되면서 소비의 순환구조 경제가 만들어진다. 선과 악, 희로애락, 인과관계, 분쟁과 조정을 위한 무력과 정치의 개입이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등 사회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즉 혼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같이 있어야 재미있는 것이 MMORPG의 기본 콘셉트다. 콘텐츠를 기반으로 커뮤니티를 만들지 말고, 커뮤니티를 거드는 존재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MMORPG 개발에서 버그나 밸런스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 유저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가’를 파악하는 일이다.

 

 

 

기술적 접근보다 감성적 접근이 중요하다

 

MMORPG 디렉터에게 필요한 재능은 개발력보다 방송 PD처럼 대중을 웃기고 울릴 줄 아는 능력이라는 게 여형욱 파트장의 지론이다. 기술적으로 딱딱하게 접근하는 것이 무조건 흥행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개발자들이 유저들의 감정을 콘트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테라>의 예를 들어보자.

 

“<테라>를 개발할 당시 앞으로의 대세는 와이드 모니터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즉 와이드 모니터에서 가장 멋진 비주얼을 보여줘야 한다며 최신 기술을 도입했죠. 다시 말해서 개발 자원을 활용하는 데 있어서 기술에는 많은 공을 들이지만 감성적인 면은 크게 논의하지 않았습니다.

 

 

MMORPG를 개발할 때 기술적 접근과 감성적 접근의 적절한 밸런스가 먼저 고려돼야 한다. 유저의 기분과 현상을 우선시한 방향성 전략, 소비성 콘텐츠보다 커뮤니티에 중점을 둔 업데이트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들을 파악해야 한다.

 

MMORPG에서 동시접속자는 그만큼 게임에 오랫동안 머무른다는 것이다. 유저가 게임에서 시간을 보내는 행위를 살펴보면 생각하고, 고민하고, 대화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사냥을 하거나, PvP를 즐기는 데 더 많은 시간이 소비되지는 않는다.

 

 

여형욱 파트장은 유저들이 게임 안에서 만나고 이야기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까? 마치 우리가 숨쉬는 것처럼 당연하지만 중요한 일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들은 인지하기 쉽고 결과가 확실하기 때문에 감성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 쉽죠. 그냥 만드는 것과 좋은 감성을 가진 결과물의 차이를 알아야 합니다”고 강조했다.

 

 

 

동접을 늘리는 아주 간단한 수식, ‘길드

 

동시접속자수를 늘리는 방법은 누구나 알고 있다. 나가는 유저보다 머무는 유저가, 은퇴 유저보다 신규 유저가 많으면 된다. 방법은 알지만 동시접속자수를 쉽게 늘리지는 못한다. MMORPG가 갖는 특징 때문이다.

 

기존 패키지게임은 한번 돈을 주고 구입하면 끝이었다. 하지만 MMORPG는 요금제 때문에 서비스라는 인식을 만든다. 게임이 자기 소유가 아닌 스키장이나 헬스클럽처럼 이용권을 끊고 서비스를 받는 개념이 됐기 때문이다.

 

 

결국 패키지게임은 일정한 기간의 판매량으로, MMORPG는 장기간 지속적인 서비스로 흥행 여부를 판단한다. 이 두 종류의 게임에서 가장 큰 차이는 바로 플레이 타임이다. MMORPG는 연평균 1,000시간의 콘텐츠 제공이 가능해야 한다.

 

소비성 콘텐츠(퀘스트 등)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 물론 소비성 콘텐츠 제작 속도가 소비 속도를 따라갈 수 없기도 하다. 개발사가 순환 콘텐츠에 신경을 많이 쓰는 이유다. 하지만 우리가 떠올리는 순환 콘텐츠는 공성전, PvP, RvR 등으로 보통 유저와 유저의 대결이 많다.

 

 

하지만 목적이 더 중요하다. 왜 만들어야 하는지, 반복돼도 질리지 않는지 따져봐야 한다. 즉 유저들 사이의 인연이 유지될 수 있도록 감성적인 자극을 지속해야 한다. 사회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MMO의 근간은 유저고, 이들이 만들어내는 커뮤니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만들어지는 것이 길드다. 유저들이 오랫동안 게임을 플레이하게 만드는 요소는 소속감, 유대감, 기대감이다. 길드에 가입한 유저는 가입하지 않은 유저보다 더 오래 게임을 한다. 그래서 길드가 중요하다. 무의식에 숨겨진 중요한 요소다.

 

MMORPG에서 길드는 유저가 유저를 모으는 행위다. 이 과정에서 커뮤니티, 인과관계, 희로애락 등 활발한 감정의 소용돌이가 발생한다. 아이템이나 돈을 얻는 것은 MMORPG의 진정한 재미가 아니다. 그것을 나누고 보여줄 사람이 있기 때문에 재미가 생기는 것이다.

 

여형욱 파트장은 “지금 여러분은 자기가 만들고 있는 MMORPG에서 길드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까? 혹시 길드는 유저가 알아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개발사의 서포트가 필요합니다”라고 말했다.

 

 

 

고객의 다양성 확보와 부가 콘텐츠의 효과

 

MMO의 재미는 사람들의 만남에서 나온다. 그러나 모두가 최고 레벨, 모두가 남자, 모두가 마니아라면 재미를 느끼기 힘들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을 때 다양한 만남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다양한 유저가 게임에 만족해야 동시접속자라는 파이가 커지고, 여러 가지 만남을 지속해야 다양한 재미가 생긴다. 따라서 이상적인 MMORPG의 유저 풀은 10대부터 40대까지, 남자와 여자, 마니아와 라이트 유저, PvP를 좋아하는 유저와 PvE를 즐기는 유저로 구성되는 게 좋다.

 

 

이를 위해서 개발자들은 부가 콘텐츠를 챙겨야 한다. 부가 콘텐츠는 항구, 도로, 철도와 같은 기간산업에 해당한다. 게임에서는 이것이 다양한 소통의 창구를 뜻한다. 레이드나 PvP는 분명히 게임 콘텐츠의 거대한 한 축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런 것만 있는 게임이 무슨 재미가 있을까?

 

“행위는 게임을 지속하게 만드는 모티브가 될 수 없습니다. 행위는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죠. 사냥, PK, 공성전은 목적을 위한 행위입니다. 따라서 행위를 일어나게 만드는 다양한 목적을 부가 콘텐츠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게임이 지겹지 않다는 말은 곧 ‘모티브가 많아서 다양한 재미를 전달해준다’는 의미다. 이럴수록 유저는 오래 게임에 남는다. 콘텐츠를 연계해서 복잡한 인과율을 만들면 다양한 감성의 전달이 발생한다. 게임을 지속할 이유가 많이 생기는 것이다.

 

 

 

 

인간의 마인드가 퀄리티를 좌우한다

 

여형욱 파트장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를 보면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그 불행의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고 합니다. 성공을 위한 조건은 까다롭지만 유사하고, 실패한 원인은 다양하고 많다는 뜻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동시접속자수가 떨어지는 건 개발실이 리드와 관리를 제대로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퀄리티와 생산성이 떨어집니다. 게임을 만드는 실체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게임은 아무런 사고(思考)를 못합니다.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인간을 감정을 배제하고는 존재할 수 없듯, 조직 운영과 개발에도 감성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한마디로 ‘공장 마인드’로 게임을 개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마지막으로 그가 사례로 든 것은 <리니지>의 일본 서비스 버그 리포트다. 운영팀에서는 ‘한 마법사 유저가 테이밍으로 마을의 닭을 아지트에 가둔 뒤 계란을 낳게 해 대량으로 계란을 얻고 있다’고 보고했다. 한마디로 양계장을 운영하는 버그라는 이야기다.

 

당시 개발팀에서는 어떤 조치를 했을까? 마을에서 테이밍을 못하도록 수정했을까? 개발팀의 답변은 ‘노력이 가상하고 재미있으니 그냥 내버려 두라’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