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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해설]엔씨VS넥슨, 그 뒷이야기

호랑이와 사자의 '진검승부' 그 첫번째 결과는

임상훈(시몬) 2005-06-06 17:35:42

 

 

허걱!”

지난 금요일(3), 아침이었죠. 엔씨소프트의 포털라이업 쇼케이스를 가려고 가방을 챙길 무렵 넥슨의 보도자료가 아웃룩에 들어왔습니다. ‘김정주 넥슨 창업자, 대표이사로 선임’. ~. 두가지 이유로 깜짝 놀랐죠. [갑자기 웬일이지?]가 첫번째 이유라면, [그런데 왜 오늘이지?]가 두번째 이유였죠.

 

엔씨 행사장으로 가면서 생각했습니다. '지난 주 디스이즈게임의 사자 VS 호랑이기사(☞ 관련기사 보기) 이후 게임계 핫이슈가 [엔씨소프트의 포털 발표] [넥슨의 MMORPG 발표]였으니, ‘넥슨이 엔씨 물먹였다는 반응이 좀 있겠구나’.

 

 

◆ 넥슨의 사연

 

넥슨이 하필 엔씨의 포털 라인업 발표일에 신임 대표 취임 보도자료를 뿌렸을까요. 두 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먼저 제라의 발표였죠. 지난 1제라를 처음 공개했는데, 이때 김정주 대표 취임을 함께 발표했다면, 100억원 이상의 프로젝트에 쏟아질 플래시가 흩어질 우려가 있었을 테니까요. ‘제라이전에 발표했더라도 마찬가지였겠죠. 분명 기자들은 제라발표회에서 신임 대표에 대해 묻는 게 굉장히 많았을 테니까요.

 

두번째 이유는 중국이었을 것 같습니다. 김 신임대표는 현재 한국에 없죠. 지난 토요일 바로 중국으로 갔습니다. 발표를 더 늦추기 힘들었던 것은 중국에서 무언가를 하는데 대표라는 직함이 필요하리라는 추측을 낳게 하죠. 어쨌든 이 부분에 대해서 김 대표는 정확히 밝히지 않아서 더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정황이 넥슨을 변호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게임계에 계신 분들은 넥슨이 엔씨를 물먹였구나!” 이런 말씀들을 많이 하시더군요.

 

 

◆ 호랑이와 사자의 관계

 

3일 엔씨의 포털 라인업 발표에 기자들이 좀 늦었습니다. 넥슨 신임대표와 관련된 기사를 처리하고 오느라 그랬겠죠. 김택진 엔씨 대표에게 아침에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하니까, “안 그래도 어제 전화를 받았다고 하더군요.

 

미리 알려주며 양해를 구한 것이겠죠. 이제는 완전히 불가능한 시나리오지만, 90년대 말만 하더라도 엔씨와 넥슨의 합병에 대한 이야기가 두 수장 사이에 오간 적이 있을 정도로 꽤 두터운 친분이니까요.

 

그런데 알고보니, CEO들 사이만 그런 것은 아니더군요. 엔씨의 포털을 이끌고 있는 배재현 상무와 넥슨에서 제라의 개발을 지휘하는 전유택 팀장도 자주 어울리는 멤버였습니다.

 

배재현 상무는 함께 게임을 하다가 우스개 소리로 지는 사람이 프로젝트 접자고 말했더니, 전 팀장이 상부 결재가 필요한 사항이니까, 일단 결재가 나면 그렇게 하겠다고 하더라"고 말하더군요.

 

 

◆ 호랑이와 사자의 첫 대결

 

진검승부라고 거창하게 기사를 썼고, 두 회사 모두 게임들을 공개했죠. 이쯤 되면 어딘가에 '누가 이겼다' 정도는 나와야 하는데 찾아보기 힘들군요. 시몬도 마찬가집니다. 직접 플레이해 본 것도 아니고, 자세히 볼 기회도 없었으니 누구 손을 들어줘야 할지. ^^;;그냥 눈앞에서 호랑이와 사자가 휙 지나가버려서, 이거 참.

 

그래도 초원으로 나온 사자와 밀림으로 들어간 호랑이를 잠깐이라도 봤으니, 정말 겉핥기 식으로 한번 정리해보죠.

 

 

[넥슨의 제라프로젝트]

 

 

발표회 장에서 민용재 마케팅 본부장은 향후 10, 넥슨이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프로젝트라고 말하더군요. 지금껏 넥슨이 캐주얼=10대 시장에서는 최강이었지만, 앞으로는 보다 넓은 연령층과 장르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각오를 보인 셈이죠.

 

[☞ '제라 발표회 현장을 가다' 기사보기]

 

물론 넥슨에게는 바람의 나라마비노기같은 의미있는 MMORPG가 있지만, 정통 3D MMORPG에 대한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죠. 그래서 지난 3년 동안 철저한 비밀 속에 굉장히 많은 공을 들였을 겁니다. 송재경 씨의 퇴사 이후 넥슨의 CTO 역할을 줄곧 해오던 서민 이사가 10년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이 프로젝트에 쏟는 의지를 반영한 것일테구요.

 

[민 이사 동영상 인터뷰 보기]

 

모두를 끌어안기 위해 많은 것을 담으려고 했던 탓일까요. 큰 규모에 다양한 특징들을 많이가지고 있지만 제라만의 차별점, 즉 기획의 두드러진 면이 쏙 들어오지 않은 게 다소 아쉬운 부분이었죠. 좀 두루뭉실했다고나 할까요.

 

[☞ 제라 현장 반응 기사보기]

 

하지만 공수표를 남발하고 싶지는 않다는 전유택 팀장의 신중함을 생각하면, 아직 판단을 내리기는 좀 이른 것 같습니다. 새롭고 다른 기획이나 차별성보다 시스템의 완성도운영의 충실함이 게임 성공의 첫번째 덕목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될 것 같구요. 검증된 시스템이라도 밸런스를 맞춰 충실히 구현하는 게 튀는 기획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니까요.

 

 

[엔씨의 포털 라인업]

 

 

엔씨는 계속 커나가기 위한 몇가지 큰 시도를 해왔습니다. ▲시장 확대(국내 시장→대만 시장), ▲라인업 확대(리니지→리니지2), ▲브랜드력 및 개발역량 확대(국내개발→개리엇 형제 영입, 아레나넷 인수) 등이 그 큰 가닥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번 포털 사업은 이런 연장선에서 보면 ▲장르의 확대라는 의미가 있을 것 같네요. 몇 년 전 엔씨의 생사가 걸렸던 리니지2’ 프로젝트를 맡았던 멤버들(배재현_김형진_윤장열)이 다시 뭉친 것을 보면 엔씨가 얼마나 이 프로젝트에 공을 들이고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엔씨 게임포털 현장공개 기사보기]

 

많은 부분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엑스틸이나 스매쉬스타를 비롯한 라인업들은 포털을 위한 게임이 아닌 게임을 위한 포털을 만들겠다는 엔씨의 의지에 어느 정도 부합되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애초 공개하기로 했던 8개가 6개로 줄어든 점은 포털 사업에 순풍만 불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죠.

 

[ 배재현 상무, 윤장열 팀장 동영상 인터뷰 보기]

 

게다가 5:5 비율로 자체개발 게임과 외부소싱 게임을 맞추겠다는 의지와 달리 현재까지는 6개 게임 중 하나만 외부 소싱한 것이라는 점도 어느 정도 역풍을 짐작케 하구요. 요즘 좋은 게임, 달려드는 퍼블리셔의 경쟁 정말 치열하니까요.

 

[☞ 포털 관련 일문일답]

 

하지만 미들코어라는 신용어에도 드러나듯, ‘대중적인 웰메이드 게임에 포커스를 두는 모습은 초기 게임포털의 성공을 보고 우후죽순 달려들어 실패했던 신규 게임포털들의 전철을 밟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엔씨가 한국 영화판을 벤치마킹한 것 아닌가하는 생뚱맞은 생각이 들더군요. ‘쉬리이후 아유레디’, ‘성냥팔이소녀의 재림같은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망했지만, ‘공동경비구역 JSA’살인의 추억같은 웰메이드 영화들은 작품성과 대중성에서 사랑을 받았죠. 엔씨가 미들코어로 노리는 건 이런 게 아닐까요.

 

[엔씨포털 VS 넥슨MMO, TIGer 여러분의 의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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