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오브 탱크> 한국 진출 선언 후 유저를 먼저 찾은 워게이밍넷 빅터 키슬리 대표.
지난 7일 <월드 오브 탱크>의 한국 서비스 전략을 발표한 워게이밍넷의 빅터 키슬리 대표, 마럿 카르페카 부대표, 박찬국 한국지사장은 한국 진출에 큰 도움을 준 사람들과 함께 저녁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떤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지 궁금해 오후 7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오크우드 호텔의 지하 불고기 브라더스를 찾아봤습니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바로 <월드 오브 탱크> 한국 유저들이었습니다. 어째서 한국 유저들이 한국 진출에 큰 도움을 줬다고 하는 걸까요? /디스이즈게임 전승목 기자
■ 술잔이 오가며 화기애애했던 <월드 오브 탱크> 간담회
대개 유저간담회는 유저들에게 게임의 업데이트 방향을 예고하고, 유저들의 질문과 건의사항을 받는 자리로 마련됩니다. 간담회에 참석한 고객들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게임사 관계자들이 어느 정도의 격식을 차리고 참여하는 행사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워게이밍넷 유저간담회는 성격이 달랐습니다. 질문이나 건의사항보다는 주로 술잔이 오가는 자리였고, 빅터 대표는 오래된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는 듯한 태도로 유저간담회에 참여했거든요.
실제로 빅터 대표도, 유저들도 서로를 허물없이 대했습니다. 유저들은 빅터 대표에게 41도짜리 한국 전통 소주를 권했고, 빅터 대표는 유저들이 권한 술을 500ml 맥주잔에 부어 단숨에 마시며 “이 정도 술은 대접에 따라서 마셔도 되겠다”고 호탕하게 말했습니다.
한국 유저들이 젓가락으로 맥주 병뚜껑을 따는 모습을 보여주며 할 수 있겠냐고 물었더니 빅터 대표가 똑같이 따라해 응수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나중에는 빅터 대표가 유저의 이마에 딱밤을 때리고 도망가는 장난까지 치더군요.
이처럼 빅터 대표와 한국 유저들은 거리낌 없이 친근한 모습을 보였는데, 대체 어떤 사연이 있었길래 워게이밍넷 대표와 한국 유저들이 가까워졌을까요? 궁금해졌습니다.
유저들과 건배하는 빅터 대표. 이 날 빅터 대표는 유저들과 주량을 겨루기도 했다.
■ 파트너 같은 유저, 친구 같은 개발사
워게이밍넷의 빅터 대표와 한국 <월드 오브 탱크> 유저들이 각별해진 계기는 지스타 2011과 <월드 오브 탱크>의 한글화였습니다.
작년에 워게이밍넷은 지스타에 참여한 업체치고는 큰 규모인 40부스를 운영해야 했는데, 아직 한국사무실이 제대로 구성되지 않았던 터라 부스를 운영할 인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었습니다. 지스타 2011에 출전해 한국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려는 빅터 대표에게는 난감한 일이었죠.
한국지사가 없어 인원 부족으로 지스타 참여에 차질이 생길 뻔한 워게이밍넷.
유저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이때 <월드 오브 탱크> 한국 유저들로 구성된 로컬팀이 ‘월드오브탱크 네이버 카페’에서 도와줄 사람을 찾자, 평소 게임에 호감을 갖고 있던 한국 유저들이 부스 운영을 돕겠다고 나섰습니다. 유저들은 부산에 모여 여비와 필요한 예산을 받고, 워게이밍넷 부스 운영을 준비하기 시작했죠.
유저들은 성공적인 워게이밍넷 부스 운영을 위해 PC를 설치하고 방문객들에게 게임을 하는 법을 설명해줬습니다. 부스 모델들에게도 방문객에게 어떻게 게임을 설명하는지 가르쳐주는 일도 했고요. <월드 오브 탱크>를 잘 이해하고 있는 유저는 워게이밍넷 부스에서 주최한 <월드 오브 탱크> 대회의 사회자 역할도 맡았습니다.
더 나아가 워게이밍넷 부스에서 아이돌 그룹 쥬얼리, 달샤벳, 나인 뮤지스의 초청 공연이 열릴 때 유저들이 방문객들 사이에 섞여 질서 유지를 하기도 했습니다. 운영은 워게이밍넷 본사 직원의 도움 없이 로컬팀과 유저들의 힘만으로 이뤄졌다고 하네요.
<월드 오브 탱크> 셔츠를 입고 부스 운영을 하는 유저들의 모습.
게임 이해도가 높은 유저들은 능숙하게 <월드 오브 탱크> 대회를 해설했다.
한글화 또한 빅터 대표와 한국 유저들의 사이를 가깝게 만드는 계기가 됐습니다. 한국 유저들이 직접 한글 패치를 만들기 시작했거든요. 워게이밍넷은 이 한글 패치의 완성도를 보고 유저들이 만든 패치를 공식 한글 패치로 지정하며 유저들의 노력에 답했습니다.
이렇듯 한국 유저들은 워게이밍넷을 자발적으로 돕고, 워게이밍넷은 <월드 오브 탱크>의 유저들에게 고마워하고 게임에 적절히 반영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덕분에 워게이밍넷과 한국 유저는 개발사와 유저라는 일방적인 관계보다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파트너 같은 관계로 발전했죠.
프로그래밍을 못하는 유저들도 오타를 적극적으로 찾아 한글화 작업에 참여했다.
■ 워게이밍넷-유저들의 끈끈한 파트너십은 계속된다
워게이밍넷 관계자와 <월드 오브 탱크> 유저들은 여전히 서로에게 신뢰감을 갖고 있고, 앞으로도 서로 도울 예정입니다.
실제로 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찬국 한국지사장은 <월드 오브 탱크>의 진입장벽을 어떻게 낮출 것이냐는 질문에 “게임의 노하우를 많이 축적한 국내 커뮤니티가 있기 때문에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다”며 워게이밍넷에 협력하는 기존 유저들에게 신뢰감을 보였습니다. 그는 앞으로도 카페에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죠.
한편 워게이밍넷을 돕는 몇몇 유저들은 유저간담회가 끝난 뒤에도 “전략적인 재미가 있고 결제를 강요하지 않는 워게이밍넷의 게임을 다른 한국 유저들에게도 소개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지금까지 성공적인 한글화와 지스타 부스 운영이라는 결실을 거둔 기존 유저들의 활약이 주목됩니다.
한국 유저들은 <전차 메커니즘 도감> 책을 빅터 대표에게 선물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