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라이프치히 게임 컨벤션(Leipzig Game Convention)이 급부상하고 있다.
올해로 4회 째를 맞는 라이프치히 게임 컨벤션(www.gc-germany.de)이 8월 17일(목)부터 21일(일)까지 5일간 ‘독일 라이프치히 페어 전시 센터’(Leipzig Fair Exhibition Centre)에서 개최된다.
‘와서 즐겨라’(Come Play)라는 간단 명료한 슬로건을 내건 라이프치히 게임 컨벤션은 지난해 10만 5,000명의 관람객을 끌어 들이며 유럽 게임쇼에 새바람을 몰고 왔다.
매년 E3쇼가 7만~10만명, 도쿄게임쇼가 13~15만명, 이제는 폐지된 ECTS가 5만명 수준의 관람객을 동원했던 것이 비교 한다면 대단한 스코어이다.
특히 유럽 게임쇼의 심장부였던 영국이 ‘ECTS 폐지’, ‘지난해 출범한(ECTS 폐지의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 EGN의 중도하차’라는 이중고를 겪는 동안, 라이프치히 게임 컨벤션이 급격하게 성장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라이프치히 게임 컨벤션(이하 GC)의 성공에는 어떤 원인이 있을까? 올해 행사 계획과 함께 흥행 요인을 짚어본다.
※ 라이프치히: 베를린에서 182km 남서쪽 작센주에 위치한 인구 50만명의 도시. 제2차 세계대전 전까지 독일 인쇄·출판업의 중심지였으며 지금도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15세기부터 제2차 세계대전 전까지 독일 최대의 무역박람회가 개최됐던 곳이기도 하다.
라이프치히 도시의 전경
◆ 철처한 게이머 중심의 행사
지난해 영국에서 개최된 EGN(European Games Network)과 GSL(Gams Stars Live)의 조합은 ‘비즈니스와 이벤트의 분리개최’라는 컨셉트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트레이드 쇼라는 정체성 아래에서도 쇼의 흥행을 위해서 이벤트 성격이 짙은 E3와 달리, 비즈니스와 이벤트를 따로따로 개최한 EGN+GSL은 괜찮은 선택이었다.
GC도 철저하게 게이머 대상의 이벤트 쇼와 비즈니스를 분리시키고 있다. 그 중에 핵심은 역시 이벤트로 개최되는 ‘게임 컨벤션 게임즈 + 엔터테인먼트’(GC Games + Entertainement)이다.
GC 2004에서 이벤트가 벌어지는 한 부스. 굉장한 인파다.
게이머들은 단순히 최신 하드웨어와 게임들을 체험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부대 행사와 체험 이벤트를 즐길 수 있다. 철저히 게이머에게 눈 높이를 맞춘 기획. 이것이 지난해 10만 관객을 동원한 GC의 저력이다.
올해는 GC가 개막하는 17일을 ‘언론 및 관계자의 날’로 선포해 사실상 ‘비즈니스 데이’로 운영하고, 18일부터 21일까지 4일간 일반에게 행사를 공개한다. 올해는 행사 시간도
GC에 몰려드는 게이머들. E3,도쿄게임쇼 못지 않은 열기다.
관람객의 체험은 극대화 하는 대신 비즈니스도 빼 놓을 수 없다. 시끌벅적한 행사장의 룸에서 비즈니스 미팅을 하는 대신, 별도의 홀에 마련된 ‘GC 비즈니스 센터’에서 미팅룸을 이용할 수 있다. B2B 게임 비즈니스가 이루어지는 비즈니스 센터는 17일부터 20일까지 운영된다.
GC 2005 홍보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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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모에서는 이미 세계수준
게임쇼의 흥행여부는 어떤 게임업체들이 참가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난 GC 2004에 13개국 270여개 게임업체가 참가했던 것에 비해 올해는 훨씬 더 늘어난 300개 이상의 업체가 참가할 예정이다.
이미 공개된 참가업체만 해도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닌텐도 3대 비디오 게임기 메이커를 비롯해 액티비전, 아타리, 블리자드, CDV, 에이도스, EA, 코나미, 루카스 아츠, 미드웨이, 세가, THQ, 유비소프트, 비벤디 유니버셜 게임즈 등 정상급 게임 개발사, 유통사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GC가 열리는 행사장의 크기도 지난해 대비 30% 확장돼 7만 평방미터(약 2만 1,000평 수준)로 늘어났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의 임대매장 총 평수가 2만 1,000평 수준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크기다. GC 비즈니스 센터의 공간도 30% 확장, 올해는 1만 5,000 평방미터의 규모로 마련된다.
GC가 개최되는 라이프치히 페어 전시장은 상당한 규모를 자랑한다.
지난해 GC 2004에 참가한 소니의 부스.
행사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서 전세계 게임언론들의 이목도 집중되고 있다. 2003년 제 1회 GC에는 6개국 1,300명의 취재진이 참가했고, 지난 2004년 GC에는 21개국 1,700명의 취재진이 모여들었다. 차세대 게임기 발표라는 뜨거운 이슈가 이어질 올해 GC에서는 더욱 열띤 취재경쟁이 예상된다.
특히 지난해 GC의 설문조사 결과 92%의 관람객들이 ‘다시 찾고 싶다’고 답해 대중 속으로 파고드는 행사의 기획의도가 그대로 적중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지난해 코지마 히데오가 ‘메탈 기어 솔리드 3’의 독점 동영상을 들고 직접 행사장은 찾은 것은 GC가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고, 또 주목 받고 있는지를 나타내 주는 좋은 사례이다.
지난해 타루콩가를 홍보하며 독특한 퍼포먼스를 펼친 닌텐도의 부스.
◆ 문화로서의 게임에 대한 접근
GC의 또 다른 경쟁력은 바로 ‘가족 관람객에 대한 배려’다. ‘GC 게임즈 + 엔터테인먼트’와 또 다른 별도의 공간에서 개최되는 ‘GC 패밀리’(GC Family)는 철저히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행사이다.
GC 패밀리는 게임을 비롯한 미디어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포럼과 체험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PC를 기반으로 한 엔터테인먼트가 얼마나 재미 있는지, 또 이를 전달하는 미디어는 어떤 것들인지를 가족단위로 교육시키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GC 패밀리의 포럼은 아이들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또 학교에서 이들을 가르칠 부모와 선생들도 주요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 행사를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와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에서 가장 중요한 ‘전달’과 ‘이해’에 대한 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GC 기획자들의 생각이다.
부모와 아이, 교사가 함께하는 GC 패밀리 행사장의 모습.
GC 패밀리는 교육과 사회복지가 잘 발달한 선진국 독일의 수준 높은 기획력을 엿 볼 수 있는 부대 행사로 지난해도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또 비디오 게임이 가정의 거실문화로 자리잡은 유럽의 특징을 느낄 수 있는 행사이기도 하다.
GC 패밀리는 18일부터 21일까지 GC 게임즈 +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개최되며 18일(목요일)과 19일(금요일)을 ‘가족의 날’(패밀리 데이)로 선정, 다양한 부대행사가 개최된다.
이 밖에도 게임 개발자들의 컨퍼런스인 GCDC(게임 컨벤션 디벨로퍼 컨퍼런스)가 16일부터 18일까지 개최된다.
GC 패밀리 홍보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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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라하 필하모닉의 게임 콘서트로 막을 연다
GC 2005는 17일 저녁 라이프치히의 게반트하우스(오페라 하우스)에서 개최되는 ‘게임 음악 콘서트’로 성대한 막을 열게 된다. 매년 GC의 오프닝 행사로 개최 돼 온 게임 음악 콘서트는 지난 4월부터 예매를 받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는 거장(마에스트로)인 앤디 브릭이 지휘를 맡고, 프라하 필 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맡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크로니클 오브 리딕’, ‘브라더 인 암즈’, ‘크로노 크로스’ 등의 게임 음악을 연주한다.
GC의 영역은 무한하다. 비디오 게임기, PC게임, 그리고 모바일, 올해는 e베이와 같은 IT 업계와 다양한 이벤트도 열린다. MTV, NBC와 같은 메이저 채널들도 GC의 든든한 후원자들이다. 더군다나 지난 E3 2005에서 점화된 차세대 게임기 전쟁의 최대 변수, 유럽에서 개최되는 행사라 올해 GC에 쏟아지는 관심은 더욱 뜨겁다.
ECTS가 빠진 ‘세계 3대 게임쇼’의 빈자리는 크다. 그러나 라이프치히 게임컨벤션이 향후 2~3년간 지금의 고속성장을 거듭한다면 한국의 게임사와 언론들도 이 행사를 주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1,9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게반트하우스의 공연장.
뭐가 그렇게 재미있을까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