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게임쇼가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그 동안 ‘양대산맥’으로 이슈를 몰고 다녔던 E3가 사실상 폐지되면서 내년부터 규모가 축소되고,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도쿄게임쇼(TGS)가 내년부터는 ‘도쿄국제영화제’ 및 ‘도쿄국제애니메페어’와 통합되어 ‘국제컨텐츠카니발’에 흡수됩니다.
E3의 축소 발표 후, 다양한 중소 규모의 게임쇼들이 저마다 ‘포스트 E3’를 외치고 있는 상황. 한국의 ‘지스타’(Gstar)도 국제게임쇼를 지향하고 있지만 올해로 2회째,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그렇다면 이제 ‘신나고 즐거운 세계 게임쇼’의 희망은 모두 없어진 것일까요? 아닙니다.
올해로 5회를 맞는 ‘유럽의 E3’ 독일 라이프치히 ‘게임컨벤션 2006’(Game Convention 2006,이하 GC06)이 있습니다. 지난 2002년, 순수하게 ‘컨슈머’(소비자)를 위한 게임행사로 출발해 작년에만 13만 4,000명의 관람객을 유치하는 대성공을 거두면서 단숨에 ‘세계 3대 게임쇼’의 타이틀을 꿰찬 행사입니다.
국내에선 아직도 낯설고 멀게 느껴지는 유럽의 게임쇼들. 사실 그 동안 관심도 많이 없었습니다. 아직도 국내 언론들은 2004년을 끝으로 폐지된 영국의 ECTS를 “세계 3대 게임쇼”라고 말하며 여전히 열리고 있는 줄 압니다. E3 보다 오래됐던 ECTS는 2004년 15회째를 끝으로 폐지되어 작년부터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유럽 게임쇼의 ‘중심’은 이미 2004년부터 독일 라이프치히로 옮겨왔습니다. ECTS를 대신해 런던 게임쇼나 에딘버러 게임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지만, GC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임쇼 흥행의 바로미터인 ‘대형 게임사들의 참가율’과 ‘이슈 메이킹’, ‘관람객 유치’의 3박자 측면에서 GC는 매년 엄청난 추세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단순히 게임 마니아들만을 위한 행사에서 탈피, 가족들을 위한 ‘GC 패밀리’ 행사를 함께 개최해 많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E3와 도쿄게임의 급변화로 더욱 주목 받는 GC 06의 관전포인트를 짚어보겠습니다. /디스이즈게임
(1) 차세대기 전쟁의 유럽판 클라이막스
올해 연말 소니의 PS3와 닌텐도의 Wii가 출시되면 차세대기 전쟁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마지막 출사표는 9월말에 열릴 도쿄게임쇼 2006이 되겠지만, 최대 변수가 될 유럽의 최종 선전포고는 이번 GC06에서 이루어집니다.
이미 소니, 닌텐도, 마이크로소프트는 GC에 많은 비중을 두고 참가해 왔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작년 GC05에서 X박스 360의 가격을 전세계에 발표한 것이 좋은 예입니다. 올해도 상황은 다르지 않습니다.
언론과 VIP만 입장할 수 있는 GC06의 첫 날(23일)에 닌텐도, 소니, 마이크로소프트는 각각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새로운 이슈와 다양한 라인업을 발표합니다. Wii의 실체를 선보인 지난 E3를 통해 단숨에 주도권을 쥔 닌텐도는 “Wii는 우리의 장래를 증명한다”(Wii prove our promise)라는 주제로 다양한 발표를 할 예정입니다. Wii용 신작들이 발표될 것이라는 이야기들도 나오고 있는 만큼, 새로운 이슈에 대한 기대감이 높습니다.
특히 서드파티 개발사들도 Wii용 게임들을 선보입니다. 유비소프트는 Wii용 라인업 7종에 대한 특별 시연회를 약속한 상태고, THQ도 Wii용 롤플레잉 게임 <아바타>(Avatar)를 공개할 예정입니다. 닌텐도 부스에 나올 Wii 시연대 또한 E3에 참가하지 못한 유럽 게이머들에게 ‘문화적 충격’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소니는 PS3 보다 전체적인 라인업에 대한 소개에 신경을 쓰는 눈치이지만, 컨퍼런스를 통해 PS3에 대한 이야기들을 할 예정이며, 마이크로소프트는 X박스 360을 위한 새로운 주변기기와 서비스, 그리고 내년 초에 발매될 윈도 비스타용 게임에 대한 적극적인 발표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2) E3에서 구경만 했던 게임, 직접 즐기자!
GC의 강점은 E3에서 동영상만 볼 수 있었거나 발표만 됐던 게임들의 시연버전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패키지게임들이 대부분 연말 출시를 목표로 개발된다는 점을 생각할 때 5월에 열리는 E3보다 8월말에 열리는 GC에서 좀더 ‘완성된’ 게임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컨슈머쇼를 지향하는 GC입니다. 부스의 대부분은 유저들의 편하게 기대작을 체험할 수 있는 시연대로 꾸며집니다.
THQ는 <토탈 어나이얼레이션>의 후속작 <슈프림 커맨더>의 시연대를 마련하고 처음으로 일반 관람객들에게 공개합니다. 이에 질세라 EA도 <커맨드&컨커 3>의 시연버전을 GC 2006에서 최초로 일반에게 공개합니다. '괴물 시뮬레이션' <스포어>도 처음으로 시연버전이 나옵니다.
코나미는 <위닝 일레븐 10>의 X박스 360 버전을 최초로 공개하고 시연대를 제공합니다. 액티비전은 지난 E3 2006에서 발표만 했던 <인디아나존스 2007>의 영상을 처음으로 선보이며, <콜오브듀티3>의 실제 플레이 데모 시연도 약속했습니다.
이밖에도 유럽에 본사를 둔 대형 게임사나 유럽 개발사들이 신작 시연 기회를 제공합니다. PC게임이 강세를 보이는 독일이기 때문에 RTS나 시뮬레이션, 어드벤처 신작들이 쇼장을 풍성하게 채워줄 예정입니다.
다양한 기대작을 즐기기 위해 쇼장을 가든 채운 관람객들. GC 2005 때 모습.
(3) MMORPG ‘빅3’의 정면대결
전세계 온라인게임 시장을 석권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의 확장팩 <불타는 성전>. ‘포스트 WOW’를 노리는 EA 미씩의 <워해머 온라인>과 터바인의 <반지의 제왕 온라인>. 모두 GC06에 대형 체험공간을 꾸미고 유럽 유저들을 만나게 됩니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지난 E3 2006에 이어 <불타는 성전>을 메인 전시게임으로 해서 GC06에 참가합니다. <워해머 온라인>은 유럽지역 퍼블리셔인 ‘GOA’의 대형 부스를 통해 E3보다 훨씬 더 완성된 버전의 시연 기회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터바인 역시 유럽지역 퍼블리셔인 코드마스터의 부스가 아닌, 자사의 부스를 통해 클로즈 베타테스트가 임박한 <반지의 제왕 온라인>을 출품합니다.
‘현존 최강 vs 최고 기대작’의 대결구도가 흥미롭게 전개되는 가운데 국산 MMORPG도 유럽 퍼블리셔의 부스를 통해 GC06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CCR의 <RF 온라인>, NHN게임스의 <아크로드>가 유럽 퍼블리셔인 코드마스터 부스에 선을 보입니다.
올해 처음으로 GC에 부스를 만들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엔씨소프트 역시 <길드워: 나이트폴>을 전면에 내세우고 유럽 게이머들을 공략합니다. 제2회 <길드워> 월드 챔피언쉽의 결승전이 GC06 기간 동안 열리기도 합니다.
작년 GC 2005 유비소프트 컨퍼런스에 몰려든 언론 매체들. 열기가 대단했다.
<한 눈에 살펴보는 게임컨벤션 2006!> 장소: 독일 라이프치히 ‘라이프치히 멧세’ 전시장 기간: 8월 23일 ~ 27일 (23일은 매체기자와 VIP만 입장가능) 시간: 오전 9시 ~ 오후 6시 (26일-토요일-은 저녁 8시까지 개최) ★ 관람료 1일 티켓 = 10 유로 (약 12,000원) 1일 티켓(학생할인) = 7유로, (약 8,600원) 저녁 티켓(오후 3시 30분 이후 입장) = 4.5 유로 (약 5,500원) 1일 티켓(6세~12세) = 3.5유로 (약 4,300원) 1일 티켓 부모요금(아이와 함께 입장) = 7유로 (약 8,600원) 4일 티켓 = 24.5유로 (약 3만원) ※ 5세 미만의 아이는 부모와 함께 입장시 무료.
2006 독일 월드컵 조추첨식이 열렸던 '라이프치히 멧세'.
(4) 게임을 문화로! 게임콘서트와 GC ART
게임컨벤션을 가장 차별화 시켜주는 ‘GC 패밀리’는 아이들을 위한 게임, 바로 ‘에듀테인먼트’ 전문 행사입니다. 교육과 복지가 발달한 유럽의 문화가 반영된 GC 패밀리는 게임과 PC를 막 시작한 아이들에게 어떤 게임이 좋은지 알려주고, 집과 학교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부모와 선생들에게 ‘어떻게 게임으로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포럼과 체험 행사로 구성됩니다.
이 행사 덕분에 GC는 게이머들 뿐만 아니라 ‘미래의 게이머’가 될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오는 부모의 발길도 붙잡는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게임과 교육이 결합된 ‘에듀테인먼트’ 개발사들이 신작을 대거 선보이기 때문에 ‘어린이 GC’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습니다.
작년 'GC 패밀리'에서 새로운 에듀테인먼트 소프트를 체험중인 꼬마 관람객.
매년 GC의 첫 날을 장식하는 ‘게임콘서트’는 유명 비디오, PC, 온라인게임의 주제곡과 배경음악을 교향악단 버전으로 편곡해서 선보이고 있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에서 프라마 필 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첫 날인 23일 저녁에 개최됩니다.
올해도 <파이널 판타지 4> <젤다의 전설> <악마성 드라큐라> <완다와 거상> <파이널 판타지 7> <소닉> <드림폴: 롱기스트 져니> <블랙> 등 인기 게임들의 음악을 새로운 느낌으로 들어볼 수 있습니다.
작년 GC 2005 당시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에서 개최됐던 '게임콘서트'의 모습.
올해 처음 시작되는 ‘GC ART’는 GC 운영위원회가 “이제 게임도 예술이다”라는 모토로 준비한 이벤트입니다. 세 가지 행사로 구성될 예정인데요, ‘디지털 뷰티/캐릭터 디자인’(Digital Beauty/Character Design)은 PC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한 워크샵입니다. 매일 4시간씩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워크샵을 통해 캐릭터와 컴퓨터아트를 직접 경험할 수 있습니다.
‘Pong.Mythos’는 GC와 베를린 컴퓨터 게임 박물관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전시행사입니다. 독일을 비롯한 전세계 엔터테인먼트, 과학, 예술 업계의 젊은 종사자들이 ‘게임의 시초’ <퐁>(Pong)을 테마로 지난 게임의 역사를 표현합니다. <퐁>의 게임배경을 캔버스 삼아 연출되는 다양한 아트웍이 제공될 예정입니다.
‘머시니마’(Machinima)는 GC 조직위원회와 ‘뉴 미디어 속의 애니메이션’을 연구하는 단체가 협력해서 제공되는 프로그램입니다. 컴퓨터 게임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활동을 뜻하는 ‘머시니마’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이틀에 걸쳐 머시니아 워크샵을 마련해 관람객이 직접 머시니마를 경험할 수 있는데요, GC06에서는 이틀 동안 매일 20명의 관람객들이 PC용 시뮬레이션 게임 <더 무비>를 이용해 머시니마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올해 더욱 기대되는 독일 게임컨벤션 2006! 디스이즈게임에서는 특별취재팀을 독일 라이프치히 현지에 보내 생생한 소식을 전달할 예정입니다.
GC 2006 사이트 '디지털 뷰티/캐릭터 디자인'의 샘플로 올라와 있는 송혜교의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