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게임 기술 트렌드 세미나’가 22일 학여울역 세텍(SETEC)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국내 게임 개발자 5인이 국내·외 기술 동향을 청중과 공유하는 자리였다. 특히 스마트폰게임 기획 트렌드를 다룬 강연이 많았는데, 디스이즈게임이 모아서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전승목, 김진수 기자
■ “선택과 집중이 핵심이다”
MMORPG <레드블러드>를 개발 중인 고릴라바나나 정무식 PD는 ‘GDC 2012 트렌드와 함께 파악하는 게임 개발 포지셔닝’이라는 주제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설명했다.
기존 강자들이 대세를 좌우하는 PC 온라인게임 시장과 달리, 스마트폰게임과 소셜게임은 오늘도 수많은 신작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정무식 PD는 이러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장의 빈틈을 찾아낼 수 있는 포지셔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포지셔닝의 핵심이 ‘선택과 집중’이라고 말했다. 1등만이 의미가 있는 기존 게임시장과 달리 스마트폰·소셜 게임시장은 오래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 유저풀이 넓고 스펙트럼이 다양하기 때문에 독자적인 유저층만 확보할 수 있다면 생존할 수 있다. 무작정 1등을 노리기보다는 자신만의 강점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정무식 PD는 이러한 예로 <프루츠 닌자>와 <인피니티 블레이드>를 들었다. <프루츠 닌자>의 강점은 iOS였다. 그들은 초기에 안드로이드 쪽에 개발 역량을 분산시키지 않고, 오로지 아이폰과 아이팟 터치에만 개발력을 집중했다. 선택과 집중으로 완성도를 높이고 잦은 업데이트로 게임의 볼륨을 키우는 전략이었다. 그 결과 <프루츠 닌자>는 6주 만에 선보일 수 있었고, 큰 성공을 거뒀다.
<인피니티 블레이드>의 개발 사례 또한 선택과 집중의 결과물이었다. 발매 당시 스마트폰게임 그래픽의 혁신을 이룩했다는 평가를 받은 <인피니티 블레이드>는 5개월 만에 개발됐다. 비결은 현실적인 개발관리, 즉 선택과 집중이었다. 그들은 수많은 아이디어 중 게임에 정말 필요한 것만 골라 많은 테스트를 거쳤다. 그 결과, <인피니티 블레이드>는 출시된 해에 20여 개의 상을 휩쓸 수 있었다.
이외에도 정무식 PD는 포지셔닝의 방법으로 유명 IP를 활용하는 방법, 대규모 업데이트로 유저의 시선을 끄는 방법, 부분유료화의 예를 들었다.
이러한 포지셔닝은 모두 유저 분석을 전제로 이루어진다. 선택과 집중, 그리고 다른 방법 모두 유저에게 선택받기 위한 노력이기 때문이다. 정무식 PD는 마지막으로 “유저와 자신을 파악해 선택과 집중하는 것이 시장이라는 정글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다”고 강조했다.
■ “한눈에 알 수 있도록 만들어라”
<슬라이스 잇!>의 개발자였던 오르카의 허영중 대표는 ‘스마트폰 캐주얼 유저를 위한 튜토리얼과 레벨 디자인’에서 GDC 2012 강연 3개를 묶어서 정리했다. 그는 <플랜츠 vs 좀비> <컷 더 로프> <트레인야드> 강연을 소개하며 3개의 게임들이 비슷하게 적용했던 철학을 강조했다.
허영중 대표는 “3가지 게임 모두 캐주얼 게이머를 대상으로 제작했기 때문에 같은 고민을 했고, 비슷한 원칙을 적용하고 있는 것 같다”며 GDC 2012에서 발표됐던 내용을 정리했다.
가장 눈에 띄는 공통점은 세 게임 모두 자연스럽게 게임을 배울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이다. 튜토리얼은 게임을 하는 방법에 대한 학습인데, 사람들은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배우면 스트레스를 느끼거나 게임을 그만둔다. 게임은 즐기려고 하는 것이지 배우려고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 게임 모두 게임의 규칙이나 새로운 요소를 천천히 등장시켰다. 그리고 유저가 직접 사용하면서 사용법을 알 수 있도록 기획하고 꾸몄다.
예를 들어 <플랜츠 vs 좀비>는 한 스테이지에 하나씩 새로운 식물이 등장하고, 이를 사용해 보며 성능을 알 수 있게 했다. <컷 더 로프> 역시 새로 배운 규칙이 있으면 이를 활용해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도록 유도했다. <트레인야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유저가 생각하지 못한 규칙을 우연히 발견할 수 있게 만들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재미를 주고자 한 것이다.
세 게임 모두 등장요소의 성격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것이 또 다른 공통점이다. <플랜츠 vs 좀비>에서는 공격력이 두 배 높은 식물은 콩을 두 개씩 쏜다. <트레인야드>는 스테이지를 보고 어떻게 풀어야 할지 추측할 수 있도록 했다. <컷 더 로프>는 유저가 행동을 했을 때의 결과를 눈으로 보고 예측할 수 있게 스테이지를 디자인했다.
마지막으로 <컷 더 로프>와 <트레인야드>는 유저가 공략법을 인지해야만 퍼즐을 해결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내가 어떻게 해결했는지 모르겠어’가 가장 안 좋은 디자인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컷 더 로프>는 스테이지를 순차적으로 진행해야 클리어할 수 있도록 있도록 구성했다.
허영중 대표는 이상의 철학으로 자신의 게임을 되돌아봤을 때 “<슬라이스 잇!>은 새로운 요소를 하나씩 가르쳐주는 스테이지 구성은 잘 됐지만, 유저의 상식을 이용하는 부분에서 아쉬웠다”며 다음에는 더 신경 써서 만들겠다고 말했다.
■ “게임의 난이도와 값어치는 유저에게 맞춰라”
개발자의 생각보다 쉽고 간단한 게임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유저보다 개발자가 하드코어 게이머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게임 개발자들은 게임이 좋아서 개발직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고, 때문에 일반인보다 게임에 능숙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게이머들 중에서는 하드코어 유저도 있고, 가볍게 즐기는 캐주얼 유저도 있기 마련이다. 최근에는 손가락으로만 간편히 조작할 수 있는 게임을 선호하는 ‘하이퍼 캐주얼 유저’도 등장했다. 개발자가 정말 쉽게 만들었다고 생각한 게임에 대해 ‘어려워서 못하겠다’는 평이 나올 확률도 높아진 셈이다.
박홍관 대표는 자신이 개발한 야구게임이 유저들에게 외면당한 경험을 예로 들었다. 그가 만든 야구게임은 터치하면 타자가 공을 치는 게임이다. 유저는 세 번 이상 공을 완벽한 타이밍에 쳐야 튜토리얼을 끝내고 실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개발팀은 자신들이 쉽게 클리어할 수 있으니 유저들도 쉽게 튜토리얼을 완료하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테스트해 보니 유저들은 튜토리얼조차 넘기지 못하고 게임을 그만두기 일쑤였다. 박홍관 대표가 게임을 쉽고 간단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는 이 때문이었다.
부분유료 게임이라 해도 콘텐츠는 정액제 게임에 버금가게 만들라는 이유는 유저가 게임의 값어치를 느끼지 못하면 유료 아이템마저 안 사기 때문이다. 그러면 부분유료 게임은 무료게임이 되고 만다. 반면 부분유료 게임이라도 유저가 게임에서 100 달러 이상의 가치를 느끼면 그만큼 유료 아이템을 결제할 가능성이 생긴다.
박홍관 대표는 “소비자가 게임을 사주는 것이지, 게임사가 게임을 팔아주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에게 문화적 감동과 가치를 제공한다면 그만큼 소비자가 게임을 사주고 인정할 것이다”며 강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