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소재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과거에는 스크린샷이나 코스튬 플레이 정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게임의 서비스가 오랫동안 지속되고, 다양한 계층의 유저들이 늘어나면서 이제 음악, 미술, 공연 등 전반적인 문화로 응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가야금, 샌드아트, 손뜨개 인형이 게임과 어떻게 이어질까? 서울 삼성동 엔씨소프트 R&D 센터 1층에서는 지난 17일부터 <리니지> 공모전 고객 작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유저들이 <리니지>를 생활, 인물, 그림 등의 팬아트로 표현한 것 중 추천수가 높고 전시가 가능한 작품을 사진으로 만나 보자.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 <리니지> 브랜드를 이용한 가야금
<리니지> 아인하사드 서버의 ‘밀집모자루피’ 캐릭터를 키우고 있는 유저의 직업은 국악기를 만드는 회사의 대표이사(CEO)다. 어릴 때부터 <리니지>를 시작해 어느덧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의 아버지는 악기 제작 인간문화재 전수자였고, 이런 아버지를 따라 어려서부터 국악을 전공하며 악기 제작을 배웠다. 군 제대 후 그는 아버지의 회사에서 일하며 약 10년 가까이 <리니지>를 취미로 즐기던 중 홈페이지에서 ‘리니지 공모작품상’ 공지를 발견했다. 그는 ‘이참에 전공을 살려보자’는 생각에 가장 자신 있는 가야금을 만들었다.
‘리니지 가야금’ 제작에는 하루 7시간씩 7일 총 49시간이 걸렸고, 10년 동안 말린 오동나무 앞판을 사용하는 등 전통적인 가야금 제작 방식을 고수했다. 이 가야금의 포인트는 바로 ‘Lineage’ 로고. 순금가루를 소재로 게임의 브랜드를 가야금에 입혔다.
■ 한편의 영화 같은 샌드아트
<리니지> 파푸리온 서버에서 ‘아트에퓨’ 캐릭터를 키우는 유저의 직업은 샌드아트 디렉터다. 그는 모래를 이용해 다양한 연출로 영화 같은 이야기를 표현했다. 긴 설명보다 직접 영상으로 보자.
■ 손가락으로 문질러서 그린 초크아트
얼핏 보면 단순한 그림 같지만, 자세히 보면 단순한 그림이 아니다. <리니지> 데포로쥬 서버의 ‘TR블랙’ 유저가 그린 이 그림은 흑판에 초크(오일 파스텔)를 묻혀 손가락으로 문질러 그린 초크아트다.
이번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을 만큼 그 과정이나 완성도가 남다르다. 가로 1,200mm, 세로 900mm의 합판에 초크 페인트로 검게 칠하고, 파스텔로 문지르는 과정에서 손가락 지문이 사라졌다고 한 유저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면, 이 그림이 문질러 그린 그림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다.
이 작품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자.
■ 클레이 아트와 손뜨개 인형, 그리고 유화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는 유저들의 전문적인 작품만 공모전에 올라온 것은 아니다. 일반 유저, 즉 학생이나 주부, 직장인 등도 자신들의 취미를 살려 응모했다.
찰흙으로 만든 <리니지>의 캐릭터, 특히 흑룡의 해를 맞아 ‘흑룡의 가호’라는 콘셉트로 응모한 캐릭터 작품부터, 손뜨개 인형으로 아기자기함을 표현하기도 한다. 혹은 유화로 표현한 데스타이트와 기사와의 대결 등 앞으로 더욱 긴장감 넘치는 게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기도 한다.
아덴 서버 ‘쩌는마초’ 유저의 클레이 아트 ‘흑룡의 가호’.
안타라스 서버 ‘윈드 커터’ 유저가 만든 손뜨개 인형.
카스파 장로 일행은 손뜨개로, 각종 주문서는 실제 책처럼 펼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아기자기한 맘보토끼도 손뜨개로 만들었다. 사람 손가락과 비교해 크기를 가늠해보자.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유저들이 게임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 작품을 전시해 사내 직원들과 공유하고 있다. 우리의 서비스와 브랜드 가치가 유저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전시를 기획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