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출시된 <디아블로 3>의 열풍이 거세다. 일주일 만에 전 세계 판매량 630만 장을 넘어서며 ‘가장 빨리 판매된 PC게임 기록’을 새로 썼다. 우리나라에서도 한정판을 사려고 많은 사람들이 밤을 새워 줄을 서고, PC방 점유율이 40%에 육박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국내 게임 유저들만이 아니라 게임업계에서 일하는 관계자들도 주목할 수밖에 없는 기세다.
그렇다면 국내 게임업계 종사자들은 <디아블로 3> 흥행 열풍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디스이즈게임은 지난 23일 이메일과 페이스북을 통해 게임업체 관계자 2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에서는 익명을 보장한 뒤 <디아블로 3>의 구매와 플레이 여부, 흥행에 대한 예상 등을 물어보았다. /디스이즈게임 국순신 기자, 김진수 기자
■ 응답자의 약 90% “<디아블로 3>, 예상 이상으로 흥행”
먼저 <디아블로 3> 구매 여부를 물었는데, 응답자의 67%는 <디아블로 3>를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매자 중 디지털 다운로드를 통해 구매한 비율이 과반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디아블로 3>의 흥행이 예상했던 대로인가’라는 질문에는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예상치와 맞았다고 응답했고, 40.5%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흥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약 90%가 예상 이상으로 흥행하고 있다고 본 셈이다.
여기에서 개발 직군(기획·프로그래밍·그래픽 등) 종사자와(이하 개발자), 사업 직군(사업·마케터·홍보·유통 등) 종사자(이하 사업자)의 시각 차이가 드러났다.
개발자에 비해 사업자가 <디아블로 3>의 시장 반응에 더 놀라는 눈치다. 사업자 쪽에서 예상보다 더 흥행하고 있다는 응답 비율이 6.6% 더 높았다. 아울러 ‘예상했던 대로다’는 응답의 비율은 개발자에 비해 12.5% 차이 났다.
■ “<디아블로 3> 열풍, 쉽게 식지 않을 것”
이어서 <디아블로 3>의 흥행 지속 전망을 묻자 직군과 플레이 여부에 따라 의견이 엇갈렸다. 전체 응답자의 30.9%가 “6월까지 이어질 것이다”고 답했고,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다”는 대답은 17%였다.
이를 개발자와 사업자 직군으로 나누어 보면 시각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사업자는 상대적으로 <디아블로 3>의 열풍이 금방 식을 것으로 예상한 반면, 개발자는 올해 여름방학을 넘어서도 흥행이 이어질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이를 <디아블로 3> 구매자, 그리고 <디아블로 3>를 사지도 않고 플레이하지도 않았던 그룹으로 나누자 더 큰 차이를 보였다. 플레이하지 않은 응답자의 46.6%가 6월 안에 열풍이 수그러들 것으로 내다본 반면, 구매한 응답자들은 25.3%만이 6월 안에 잠잠해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를 통해 <디아블로 3>의 플레이 경험이 흥행 예측에 영향을 준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디아블로 3>의 유저 이탈 요인 예상을 묻는 질문에서는 응답자의 50.4%가 ‘콘텐츠 고갈’을 꼽았다. 유저들이 <디아블로 3>의 콘텐츠를 소모할 때까지 열풍이 이어질 것으로 본 셈이다.
앞으로 나올 PvP 아레나의 흥행 여부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 안정세에 접어든 PC방 점유율, 1위권으로 예상
<디아블로 3>가 안정세로 접어들었을 때, PC방 점유율이 어느 정도 될 것 같은지 묻자 게임업계 종사자의 66.1%가 1위권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 사례에 비추어 볼 때, 보통 PC방 점유율이 15% 이상이면 1위권이고, 20%가 넘어가면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었다.
여기에서도 개발자와 사업자의 시각 차이가 있었다. 개발자들은 0~15% 구간에서 더 많은 응답했고, 사업자들은 16~25% 구간에 응답이 몰렸다. 사업자들이 <디아블로 3>의 PC방 점유율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내다본 것이다. 또, 이 응답에서도 <디아블로 3> 구매자와 플레이하지 않은 응답자 사이에 차이가 있었다.
■ “<디아블로 3> 열풍의 최대 수혜자는 아이템 거래 사이트”
블리자드를 제외하고 <디아블로 3>의 흥행 성공 덕분에 가장 큰 반사이익을 누릴 곳을 묻는 질문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41.2%가 PC방 업주를 꼽았다. 이 데이터를 개발자와 사업자로 나누자 확연한 시각 차이가 나타났다. 개발자는 아이템 현금거래 사이트가 반사이익을 가장 많이 누릴 것이라고 응답했는데, 사업자는 PC방 업주가 가장 많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PC방 점유율 상위 10위권에 있던 게임 중 가장 큰 타격을 입을 듯한 게임을 꼽아달라고 하자 개발자는 압도적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를 선택했다. 사업자는 <리그 오브 레전드>와 함께 MMORPG <아이온>을 꼽은 경우가 많았다.
■ <디아블로 3> vs <블레이드 & 소울> 어떨까요?
설문에서 <디아블로 3> 흥행의 최대 고비를 묻자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외부 요인에 영향받지 않을 것이다’는 답을 택했다. <블레이드 & 소울>의 오픈 베타테스트(OBT)를 위기 요인으로 꼽은 응답자는 26.5%였다.
끝으로 <디아블로 3>와 <블레이드 & 소울>이 맞대결했을 때 어느 쪽이 우세할지 물었다. 전체 응답자의 61.3%가 <디아블로 3>의 우세 쪽으로 의견이 좀더 기울었다. 개발자와 사업자로 나누어 분석한 결과, 개발자 쪽이 <디아블로 3>의 우세에 더 강한 힘을 실어준 반면, 사업자는 ‘비슷할 것이다’는 응답 쪽으로 쏠렸다.
이 설문은 <디아블로 3> 구매자와 플레이하지 않은 사람 사이에서 응답이 크게 달랐다. <디아블로 3>를 구매한 사람들은 <디아블로 3> 쪽에 무게를 뒀고, 플레이하지 않은 사람은 <디아블로 3>의 신승이나 ‘비슷하게 싸울 것이다’는 응답을 많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