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가 휩쓸고 간 자리에 다시 칼바람이 불고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 국내 게임업체들의 론칭 일정이 미뤄지고 있다.
29일 디스이즈게임의 취재 결과에 따르면, 5월과 6월 사이로 예정됐던 신작들의 론칭이 연기되고 있다. 이유는 <디아블로 3>와 <블레이드 & 소울> 등의 대작이 잇따라 나오기 때문이다. 논리도 단순하다. ‘붙어서 이기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피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출시된 <디아블로 3>와 맞불을 놨던 <쯔바이온라인>과 <능력자X> 등의 신작은 당초 기대에는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았다. 장르와 이용자가 겹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게임들이지만, PC방 점유율 등에서 <디아블로 3>의 예상을 넘어서는 흥행에 밀린 셈이다.
<블레이드 & 소울>이 오는 6월 21일 오픈 베타테스트를 시작한다.
■ 동일 장르 신작 “소나기를 피하는 심정”
당초 5월 말에서 6월 초에 오픈 베타테스트(이하 OBT)를 예정했던 MMORPG <레이더즈>는 일정을 7월로 미뤘다. <디아블로 3>와 <블레이드 & 소울>의 틈새에서 무리하기 론칭하기보다는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시기를 고려한 셈이다. 라이브플렉스의 MMORPG <퀸스블레이드>도 비슷한 이유로 7월 이후로 론칭을 예정하고 있다.
지금 당장 OBT를 진행할 수도 있지만 6월 21일 OBT에 들어가는 <블레이드 & 소울>의 영향을 무시하기 힘들다. 기존 사례를 보더라도 대작의 론칭 때 기존 게임들의 유저 이탈은 기정 사실화되고 있다. 지금은 론칭해도 마케팅이나 이슈 몰이 측면에서 득이 될 것이 없다고 판단하는 업체들이 많다.
오는 6월 8일~10일 최종 테스트를 진행하는 <레이더즈>. 론칭은 그 이후로 잡혀 있다.
MMORPG들이 큰 바람을 피하자는 입장인 반면, 캐주얼 성향이 강한 게임들은 앞서 론칭하는 모양새다. 네오위즈게임즈의 액션 MORPG <명장 온라인>은 오는 31일 OBT를 시작한다. 그라비티의 <드래곤사가> 역시 24일 OBT를 단행했고, 쿤룬코리아도 <용장>의 OBT를 29일 시작한다.
이들 게임은 <디아블로 3>의 출시와 <블레이드 & 소울>의 OBT 사이를 파고들었다. 7월 이후로 일정을 미루는 것 자체가 부담인데다 7월 이후 몰릴 다른 신작들과의 경쟁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또한 6월 초에 E3 2012 같은 큰 행사가 진행되는 만큼 이슈 몰이에서 그나마 유리한 틈새를 고른 셈이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굳이 소나기가 올 것을 알면서도 이를 맞을 필요는 없다. 게다가 <디아블로 3>와 이어지는 <블레이드 & 소울>의 경우 태풍에 비유할 수 있다. 1호 태풍이 불고 난 이후 2호 태풍이 오는데 난파 위험을 감수하고 배를 띄울 선장은 없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서 관계자는 “7월 이후에도 이른바 여름방학 성수기에 경쟁이 시작된다. 업체마다 일정과 노림수가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어떤 판단을 하는지가 관건이다. 오히려 비슷한 게임끼리 경쟁할 바에는 태풍의 눈에 들어온 5월 말에서 6월 초중순에 OBT를 진행하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 기존 게임들은 대규모 업데이트 준비 중
기존 게임의 경우 대규모 업데이트를 통해 유저 이탈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넷마블에서 서비스 중인 <리프트>는 6월 5일부터 ‘망치소리 요새’ 등의 3번째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한다. 엔씨소프트는 오는 30일 <리니지>에 풍룡 ‘린드비오르’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7일에는 <리니지 2>, 이후 여름 시즌에는 <아이온 3.5> 업데이트를 예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아블로 3>의 영향으로 PC방 점유율이 떨어진 <리그 오브 레전드>도 지난 25일 신규 챔피언 ‘다리우스’ 공개와 함께 저사양에서도 원활하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그래픽 개선 패치를 진행했다. 이외에도 기존 게임들은 여름방학이 다가옴에 따라 저마다 대규모 업데이트를 준비하는 분위기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디아블로 3>가 PC방 점유율을 많이 가져간 것은 사실이지만, 영향을 받은 게임들을 살펴보면 생각보다 점유율이 크게 빠진 경우는 많지 않다. 그만큼 PC방 자체의 손님이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 적극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휴면 및 이탈 유저들을 다시 흡수할 수 있는 기회도 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